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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불의 비판하는 것이 언론 소명
장재구 회장 범죄 묵과할수 없었다”

등록 2013-06-18 18:17수정 2013-06-19 19:56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일보 지부 정상원 지부장이 18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진해운빌딩 신관 1층에서 비상총회를 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일보 지부 정상원 지부장이 18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진해운빌딩 신관 1층에서 비상총회를 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정상원 한국일보 노조 비대위원장
“망가진 한국일보 보고 가슴아파
좋은 신문 잘 만들고픈 바람뿐”
장재구 회장 고발에서 사쪽의 ‘편집국 봉쇄’까지, ‘한국일보 사태’가 급박하게 전개되는 동안 정상원(사진) <한국일보> 노조 비상대책위원장의 손에는 늘 취재수첩이 들려 있었다. 14년차 기자의 습관 때문인지 그는 앞에 나서서 발언하지 않을 때면 무언가를 끊임없이 적었다. 지난해 5월 ‘위원장’을 맡은 뒤로 취재수첩 15권을 썼다.

“사실 저도 하루빨리 현장으로 돌아가 취재하고 기사를 쓰고 싶어요. 하루아침에 펜을 빼앗긴 동료들 심정이 오죽하겠습니까?” 18일 서울 남대문로2가 한진빌딩에 있는 한국일보 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정 위원장은 “기자들이 원하는 것은 ‘좋은 신문을 잘 만들자’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가장 자유롭고 공정한 보도를 해왔다고 자부합니다. 그런데 장 회장이 경영권을 쥔 뒤로 신문을 만드는 여건은 더욱 열악해졌고, 경영 실적을 위해 지면까지 왜곡되는 사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박봉은 감수할 수 있어도 지면이 망가지는 것은 참을 수 없었습니다.”

정 위원장은 사쪽이 이틀째 대다수 기자들을 배제한 채 만든 신문을 보고 마음이 크게 아팠다고 했다. “정말 답답하다는 말밖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사쪽은 이날도 <연합뉴스> 전재 기사만 22꼭지에 달하는 신문을 발행했다.

한국일보 기자들은 끝까지 ‘투쟁’을 자제하려 했다고 한다. 장 회장이 한국일보의 역사와 함께한 서울 중학동 사옥을 매각하는 조건이었던 우선매수청구권을 자신의 빚을 갚기 위해 포기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기자들은 2년 동안 회장 쪽과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증자와 지분 매각 등 약속을 지키지 않은 그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었고, 회사가 ‘편집국 봉쇄’라는 극단적 조처를 취해 결국 싸움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정 위원장은 “불의를 비판하는 것이 소명인 언론인으로서, 부도덕한 범죄행위를 묵과할 수 없었다. 장 회장에겐 오직 검찰의 엄정하고 공정한 수사가 필요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노조 비대위는 이날 오후 사쪽의 편집국 봉쇄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에 사쪽을 상대로 해 직장폐쇄를 풀라는 가처분신청을 했다. 또 이런 조처가 불법 직장폐쇄인지 고용노동부에 법률 검토를 요청한 상태다. 기자들은 이날 출입처의 다른 언론사 동료 기자들한테서 장 회장의 수사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받기도 했다.

글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국일보 사태에 대한 논설위원들의 입장>

오늘 한국일보 논설위원 모두는 오랫동안 한국일보를 아껴온 독자 여러분께, 나아가 여전히 언론의 바른 역할을 기대하고 계신 많은 국민들께 고개 숙여 사죄 드립니다. 주지하다시피 사회갈등을 조정하고 건전한 여론형성을 통해 국가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언론의 역할입니다. 그런데도 언론사가 도리어 스스로의 문제로 갈등의 당사자가 된 것처럼 비쳐지는데 대해 송구스러운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금 한국일보 상황이 도식적인 노사, 혹은 노노갈등 상황으로 잘못 이해될 우려가 있어 굳이 그 정확한 내용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갈등의 증폭이 아니라 갈등의 조속하고 정당한 결말을 위해 필요한 일로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15일 한국일보 경영진은 한국언론 치욕사를 다시 써야 할 만한 기막힌 일을 저질렀습니다. 용역인력들을 투입, 저널리즘의 성소인 편집국을 전면 폐쇄하고 기자 전원을 거리로 내몰았습니다. 그리고는 이튿날 월요일자부터 버젓이 한국일보 제호를 단 가짜 신문을 발행해오고 있습니다. 통신기사를 그대로 전재하거나 기자이름도 없는 정체불명의 기사들로 태반이 채워진 신문입니다. 형식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기사가치 판단, 문장 등에서 기본도 갖추지 못한 채 대폭 감면한 좁은 지면조차 간신히 메우는데 급급한 신문입니다. 어떤 기준으로도 도저히 신문으로 부를 수 없는, 부끄럽기 짝이 없는 쓰레기 종이뭉치입니다.

논설위원들은 기자들이 배제된 채 만들어지는 이런 가짜 신문에 글을 쓸 수 없다는데 즉각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기자들의 땀과 고뇌가 배어있지 않은 신문은 더 이상 신문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논설위원들은 최소 20년에서 30년 이상 기자생활을 하면서 부장과 편집국장 등을 거친 신문사의 최고 선배들입니다. 후배기자들이 배제된 이런 가짜 신문에 글을 쓰는 것은 지금껏 언론인으로서 지켜온 자부심과 긍지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수치스러운 일입니다. 무엇보다 독자와 사회를 기만하는 일입니다.

한국일보 사태는 단순한 노사갈등이 아닙니다. 경영진이 주장하듯 노노갈등은 더욱 아닙니다. 또한 일부에서 음모적 시각으로 제기하는 이념갈등 따위의 주장은 당치도 않은 일입니다. 사태의 본질은 명확하고도 단순합니다. 십 수 년 언론사란 보호막에 싸여온 경영의 비리와 탈법, 부도덕의 적폐를 이제는 털어내 한국일보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데 200여명 기자 거의 전원이 뜻을 모은 것이 그 발단입니다. 이에 대해 경영진이 부당한 인사조치에 이어 급기야 편집국 폐쇄라는 가장 최악의 선택으로 국면을 돌파하려 했다가 파국을 자초한 것입니다.

장재구 회장과 그에 기댄 몇몇 경영 측 인사, 그리고 이번 사태 무마의 전위 용도로 졸속 승진발령을 받은 예닐곱 간부가 현재 한국일보 편집국에 출입하거나 남아있는 전부입니다. 이게 경영진이 가짜 신문에 낸 1면 사고를 통해 신문제작에 참여하고 있다고 호도한 ‘편집국 부장 전원과 기자’의 정확한 실체입니다. 직업 특성상 기본적인 옳고 그름의 판별을 훈련 받아온 기자들이므로 가짜 한국일보 제작에 더 참여하는 이는 추후에도 결코 없을 것입니다.

논설위원들은 그 동안 회사운영의 문제에 관한 한 구체적 각론에서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경영진과 후배기자들 간에 다양한 절충과 타협 방안을 모색해왔습니다. 그러나 상상할 수도 없었던 편집국 전면 폐쇄와 기자 전원 축출의 참담한 현장을 목도한 순간, 그리고 뒤이어 한국일보 가짜 제호를 달고 나온 쓰레기 종이뭉치를 받아 든 순간, 언론인으로서의 정체성마저 철저히 유린당한 치욕감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경영진은 어떤 일이 있든 적어도 언론과 신문의 본질을 모욕하는 일만은 결코 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한국 최고신문의 기자로 입사해 정치와 이념 진영에 휘둘림 없이 가장 정직한 신문을 만들어왔음을 자부하는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의 할 일은 자명합니다. 사실상 한국 유일의 중도지로서, 사회의 균형자로서 어렵게 지켜온 한국일보의 가치를 다시금 바로 세우고 더욱 공정하고 신뢰받는 신문으로 거듭나는 일에 진력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또한 국가와 사회의 건강한 발전에 기여하는 일임을 믿습니다. 독자와 국민 여러분께 거듭 사죄의 말씀과 함께 따뜻한 이해와 관심을 부탁 드립니다.

  2013년 6월 18일 한국일보 논설위원 일동

장재구 회장, 한국일보 제작에서 손 떼라 [한겨레캐스트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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