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취임한 홍진표 한국피디연합회장
새로 취임한 홍진표 한국피디연합회장
‘추적 60분’ 국정원 제작물 불방
박근혜 정부 방송 환경도 심각
PD들 좌절 않도록 노력할 것
‘추적 60분’ 국정원 제작물 불방
박근혜 정부 방송 환경도 심각
PD들 좌절 않도록 노력할 것
“<한국방송>(KBS)의 <추적 60분> 불방 논란은 이번 ‘국정원’ 편까지 3년간 다섯 차례나 된다.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5일 새 한국피디(PD)연합회장에 취임한 홍진표(사진) 한국방송 피디는 권력을 비판하는 시사 프로그램의 열악한 환경을 15일 이렇게 털어놨다. 그러면서 진실을 가리려는 정치적 압력이나 제작을 방해하는 행위에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1995년 한국방송에 입사해 <추적 60분>과 <케이비에스 스페셜> 등을 연출한 시사·교양 피디다.
홍 회장은 “지난해 공영방송들의 장기 파업 이후 피디들도 힘이 많이 빠져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런데 잠재됐던 불만이 국정원을 의식한 <추적 60분> 불방에 분노로 터져나왔다. 불방을 규탄하는 피케팅 시위에 피디들이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그런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나도 <추적 60분>을 3년 넘게 제작했으나 옛날엔 불방을 상상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추적 60분>의 불방과 지연 방송, 제작 자율성 침해 사례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동영상 막말 사건을 시발로 해 ‘4대강 사업의 쟁점’, ‘천안함 의혹’, ‘소말리아 해적’ 편으로 이어졌다. 그는 “애써 만든 작품이 결방되면 제작자 입장에선 아이템 선정에서조차 자기 검열이 강화되고 프로그램에 힘이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추적 60분>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 판결의 전말’ 편은 결국 일부 수정을 거쳐 지난 7일 한 주 늦게 방영됐다.
홍 회장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방송 환경이나 제작 자율성 보장 등은 개선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명박 정권은 공영방송에 폭압적이었다. 그 과정에서 노종면 <와이티엔> 기자 등 해고자들이 발생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변화를 기대했으나 아직까지 해직 언론인들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방송사 내부 사정도 갈수록 악화하고 정권 눈치 보기가 심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은 우리 사회에 언론 자유가 넘친다고 했는데, 피디들의 자발성과 창의성은 크게 약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자괴감에 빠져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역경 속에서도 피디들이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잘 헤쳐나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피디연합회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남북 방송 교류가 막혔는데 개성공단 재가동에 맞춰 통일 방송 포럼 등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사진 한국피디연합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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