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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탓 황색 저널리즘 일상화…재승인때 최대한 걸러내게 할 것”

등록 2013-10-07 19:07수정 2013-10-07 22:19

[한겨레가 만난 사람]
‘종편 국감’ 나서는 최민희 의원

“종합편성채널(종편)의 출현은 편파·왜곡·선정성 등 그 자체의 문제를 지녔을 뿐 아니라 언론 전체를 망가뜨린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언론의 하향 평준화’와 ‘황색 저널리즘의 일상화’를 불러왔다. 지상파 방송들이 비교 잣대를 종편으로 삼아 ‘종편보다 낫다’며 공정한 방송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언론인들에게 종편이 면죄부가 되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소속의 최민희(53) 민주당 의원은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총장 등으로 언론운동을 20여년 한 뒤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을 거쳐 지난해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언론 환경 개선을 의정 활동 목표로 삼고 있는 그는 문제적 종편이 재승인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총대를 메고 길목을 지키고 있다. 종편의 주주 구성 등 의혹을 집요하게 파헤쳐 그 실체를 몇 차례 밝혔다. 이번 국감에서도 ‘종편 의혹’을 집중적으로 따질 예정이다. 그런 만큼 언론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그를 만났다.

인터뷰/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방송 정상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권이 해놓은 방송 장악 상황 속에서 편안히 가고 있다. 대선 후보 시절엔 모호하긴 하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할 것처럼 약속했다, 대통령 되고 나서는 나 몰라라 한다. ‘공약 파기’가 이 정권의 기조 같다. 박 대통령은 공개적으론 ‘대명천지에 무슨 방송 장악이냐’고 하면서 방송 장악 상태를 100% 만끽하는 느낌이다.”

-여야 합의로 지난 4월 출범한 방송공정성특위가 9월 시한까지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해 결국 활동을 2개월 연장했다.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위한 특별다수제 도입, 여야 이사 숫자의 불균형 구조 시정 등 민주당이 내놓을 수 있는 안은 다 나왔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기존 제도는 그대로 두고 운영을 잘하면 된다는 식이어서 이견이 크다. 이젠 특위에서 합리적인 토론으로 결정될 일이라기보다는 여야 원내대표 협상에서 일괄타결되어야 할 문제로 넘어갔다. 그래도 합의안을 찾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 해직 언론인 문제는 국회 들어오면서부터 계속 추적해온 과제다. 민주당에서도 해직 언론인 관련 법을 3개 발의한 상태다. 복직 촉구 결의안도 준비했으나, 해직 언론인들에게 미안하고 답답하다.”

-언론운동계 출신으로 국회의원이 된 지 1년 반 됐다. 언론개혁의 결실이 크지 못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맞는 지적이다. 진짜 열심히 한 것 같은데 성과는 별로 없다. 시민단체의 주요 역할은 의제 설정이었다. 해결은 제도로써 하는 것이고 본회의 표결로 끝난다. 지난한 과정이어서 큰 힘이 필요하다. 그런데 정치인들이 언론에 굉장히 민감하다. 정치가 ‘을’이고 언론이 ‘슈퍼갑’이다. 언론과 계속 갈등하는 입장이다 보니 당과도 자주 부닥쳤다. 너무 원칙적이라며 오해도 많이 받았다. 대선 패배 뒤 ‘종편 출연 금지 당론을 풀자’고 논란을 벌일 때 ‘달라질 것 없다’고 반박했으나 야당 목소리를 대변할 매체가 적다는 현실론에 결국 타협했다. 또 정치권 들어오는 과정에서 비례대표 받을 때 이런저런 견제를 받으면서 굉장히 위축됐다. 무한경쟁 속에 계보도 없어 첫 회기엔 협업이 안된 측면이 있었다. 이번 국감에선 몇몇 의원들과 집중적으로 팀플레이를 하기로 했다. 협업의 미학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상임위원을 여야 동수로 하는 방통위설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독임제로 변질된 방통위의 합의제 기능을 살려내기 위해 대통령 추천 몫을 없애는 내용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추천한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이 방송을 엉망으로 만들었는데, 공정 방송을 위해 청와대와의 고리를 끊자는 의미다. 국회에서 다 추천하자는 것이다. 여야 2명씩, 또 1명은 여당이 추천하되 야당이 반대하지 않은 인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안인데, 가장 합리적이라고 본다.”

방송 정책을 총괄하는 방통위는 현재 여당 1명, 야당에서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2명을 지명하는 여야 3 대 2 구조로 중요 사안마다 여당 쪽 의사대로 의결이 이뤄진다.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 등 공영방송의 낙하산 사장 논란도 이와 관련돼 있다.

지상파 ‘우린 종편보다 낫다’며
자기들은 공정방송이라 주장
언론의 ‘하향 평준화’ 불러

종편 재승인 과락 50점으로 합의
야당 추천 위원이 심사위원장 돼
공정한 심사 하는 것이 중요

조중동 포털규제 여론몰이는
미디어 장악 시도이기에 막을 것

-현 정부에서 방송 정책을 미래부와 방통위가 나눠 갖고 있는 것은 어떻게 평가하나?

“방통위가 많이 혼란스러울 것이다. ‘창조경제’가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경재 방통위원장이 친박 실세라고는 하지만 정치적으로 할 일이 거의 없다. 통신 사안은 정보통신부 출신 중심으로 의사결정 구조가 돼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 위원장을 임명한 것은 이명박 정권이 해놓은 방송 장악의 틀을 깨는 것 같으면서 깨지 않고 가는 수를 발휘해 달라는 것으로 보인다. 에스오(SO·종합유선방송사업자)나 피피(PP·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관리감독권은 미래부로 넘겨졌지만 콘텐츠 생산의 최대 피피는 여전히 지상파 방송이다. 여기서 규제 체계의 혼선이 온다. 각 플랫폼의 강자들이 서로 유리한 규제 체계로 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결국 방송 정책의 수장인 방통위원장이 유·무료 시장을 모두 통합해 수평적 규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플랫폼별로 나눌 게 아니라 지상파, 케이블, 아이피티브이, 위성을 모두 놓고 규제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그는 통합방송법이 제정될 경우를 대비해 국회에서도 수평적 규제 체계 정비팀을 제안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국방송 수신료 인상안은 어떻게 처리될 것으로 보나?

“인상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민주당이 합의해야 가능하다. 국민 80%가 반대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하고 반대했다. 당내 이견이 없다. 미방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해야 하는데 소위는 여야 동수다. 적어도 한국방송이 공정한 방송을 위해 노력한다고 국민들이 동의할 때 고려할 수 있는 문제다. 최근 한국방송의 보도는 균형감에서 최악이다. 조직적으로 ‘박비어천가’가 시작되었는지, 박 대통령에 대해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런 방송에 수신료 인상은 안 된다.”

-종합편성채널이 편파·왜곡 보도로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다.

“2006년 방송위 부위원장 시절에 직전에 부위원장을 지낸 이효성 교수(성균관대)가 이제 우리도 종편을 할 때가 되었다고 말해 시장조사에 나섰다. 종편을 하려면 광고 시장이 탄탄하게 받쳐줘야 한다. 그때 종편 1개가 유지되려면 연간 30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1개를 허용하면 안정적이고 2개는 불안하나 유지는 되겠다는 판단을 했다. 노무현 정권 말기에 무리하게 진행하는 것은 좋지 않기 때문에 자료만 남기고 나왔다. 결국 조·중·동에게 수혜를 받은 이명박 정권이 밀어붙여 종편을 탄생시켰다. 2012 대선 때는 종편의 영향력이 제한적이었지만, 2017년에는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종편 재승인 때 최대한 걸러내도록 역할을 하겠다.”

-방통위가 지난달 종편 재승인 심사계획을 의결했다.

“그날 방통위로 가서 직접 참관했다. 이경재 위원장과 합의해낸 것이 ‘과락’이다. 지상파는 재승인 과락 점수가 40점이다. 방통위의 종편 재승인 심사 연구반이 제시한 안이 과락 60점인데 50점으로 타협했다. 재허가 심사안 의결 길목에서 그나마 조건부 재승인만 있었는데 ‘과락’으로 승인을 취소할 수 있게 만들었다. 제도의 문제는 ‘도 아니면 모’ 게임이 아니라 길을 열어둔다는 마음이 필요하다. 앞으로 심사위원을 잘 구성해 공정한 심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야당 추천 위원이 심사위원장이 되어야 한다.”

-종편 중에서도 <채널에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는데….

“편파·왜곡 보도하는 종편은 퇴출돼야 하는데 채널에이가 주주 구성, 투자 과정, 방통위 관리감독 등의 면에서 가장 취약하다. 채널에이에 투자한 이엔티, 고월, 리앤장, 우린테크 등 수상한 기업의 실체를 찾아내기 위해 자료를 요청하고 추적했다. 하지만 지상파는 하나도 보도하지 않았다.”

최 의원은 종편의 실체를 끈질기게 추적하는 한편 문제적 보도를 발견하면 즉시 방송통신심의위에 심의를 요청하고 있다. 아시아나기 사고 때 중국인들만 숨지고 한국인 사망자는 없어 ‘다행’이라고 한 대목이나, ‘북한군 개입설’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왜곡한 것에 대해 심의를 요청한 것도 최 의원실이다. 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뒤 이행 조처를 하지 않은 종편을 상대로 방통위의 과징금 시정명령도 이끌어냈다. 종편들의 이런 위법사항들은 재승인 심사 때 감점 대상이 된다. 최 의원은 심사위원들에게 충분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언론사의 견제는 없나?

“한 언론이 내 뒤를 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첫번째는 후원회를 캤다고 한다. 그런데 후원회가 하나도 없어서 황당해했다고 한다.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가게 되었을 때 아버지가 불러서 ‘후원금 받지 마라, 아껴 쓰고 발로 뛰어라’라는 말을 하셨다. 후원회 다음으로는 외유나 과거 발언 등을 조사했다고 한다.”

최 의원은 자신을 ‘종북세력’으로 지목한 한 종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기도 했다.

-여당과 조·중·동의 포털 규제 움직임에 대한 입장은?

“여당은 지상파 방송 장악에 이어 종편을 만들고, 이제 포털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 오늘 최고회의에서 언론대응팀이 여당이 추진하는 네이버 관련 포털 규제법을 저지하는 것을 당론으로 확실하게 정했다. 네이버와 포털에 대한 조·중·동과 새누리당의 집중 공격은 조·중·동의 포털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의도다. 조선일보가 주도하는 포털 공격은 조·중·동의 신문 시장과 종편에 이은 미디어 장악 시도이기 때문에 이번 정기국회에서 의제화하고 막을 계획이다. 신문, 방송에 이어 포털까지 이들이 장악하면 의제의 보수화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다.”

-가장 시급한 언론개혁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공영방송 정상화다. 국회에서 제도 개선을 위해 누군가는 끝까지 싸워야 한다. 이번에 민주당에서 방송공정성대책위를 만들었다. 방송을 꼼꼼하게 모니터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즉각 시정 요구에 나설 예정이다. 막말 방송을 하는 종편은 재승인에서 걸러져야 한다. 편파·왜곡·선정 보도가 아니라, 언론들이 ‘참진보’와 ‘참보수’ 정론으로 경쟁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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