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승인 심사 앞두고 편성 비율을 맞추려는 면피용’ 비판
종합편성채널(종편) 가운데 <티브이조선>과 <채널에이>가 어린이 프로그램을 어린이들이 보기 어려운 새벽 3~5시대에 내보내는 것으로 드러났다. 내년 초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편성 비율을 맞추려는 면피용 편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의 노웅래 민주당 의원이 15일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티브이조선>은 새벽 3시30분에 <어린이특선다큐>를, 새벽 4시에 <꼬마버스 타요 시즌2>, 새벽 4시50분에 <무무와 푸푸>를 방송하고 있다. <채널에이>도 새벽 시간대에 <어린이과학교실>(3시30분), <동화 속 과학탐험>(5시), <햄콩이 음악대>(5시30분)가 편성돼 있다. 노웅래 의원실은 “티브이조선은 그마저 신규 제작 프로그램이 아닌 2년 전 지상파에서 내보냈던 프로그램을 구매해 방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티브이조선은 사업계획서에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연간 전체 방송시간 대비 8.9% 편성하고, <청소년 퀴즈 역사원정대>과 <꼬마 아인슈타인> 등을 제작하겠다고 밝혔으나 이행되지 않았다. 채널에이도 사업계획서에서는 <비비시 영어유치원>, <쓱싹쓱싹 그림터>, <꼬마의사 미로>, <세계명작 애니메이션>, <창작 애니메이션> 등을 편성해 오후 4시40분에서 6시 사이에 방송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이 역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이 두 종편에서는 아예 어린이 프로그램이 없었다. 어린이 프로그램 시간대인 오후 3~4시대는 <장성민의 시사탱크>(티브이조선), <박종진의 쾌도난마>(채널에이) 등 시사 프로그램이나 뉴스를 내보내고 있다. 막말 방송 논란을 빚고 있는 어른들의 토크쇼에 어린이 프로그램은 아예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지난 8월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사업계획서를 이행하라는 공문을 받은 뒤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급히 새벽 시간대에 어린이 프로그램을 집어넣은 것으로 보인다.
티브이조선과 채널에이의 보도 비율은 사업계획서에는 24.8%, 23.6%이지만, 지난해 평균 35.7%, 34.7%로 편성 비율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교양 프로그램 편성 비율은 떨어지고 있다.
노 의원은 “새벽 3시에 일어나 어린이들이 어린이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사실상 어린이들은 보지 말라는 어린이 프로그램 편성”이라고 말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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