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미디어

방송 공정성 심의의 불공정성

등록 2013-12-05 19:58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미디어 전망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제이티비시(JTBC) <뉴스9>을 제재할 것이라고 한다. 정부가 통합진보당(진보당) 해산을 청구한 날 이 뉴스 프로그램이 정부 뜻과 반대되는 김재연 진보당 대변인과 김종철 연세대 교수의 인터뷰를 너무 길게 해 불공정했다는 것이다.

일단, 현 방통심의위 구성 분포만으로도 이런 불공정성 심의는 근본적으로 불공정하다. 방통심의위가 정부·여당 추천 6명과 야당 추천 3명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다른 시각을 방송한 것이 불공정하다며, 이해 당사자인 정부·여당의 추천으로 위원이 된 분들이 나서서 다수결이랍시고 판정한다니 그야말로 ‘소가 웃을 일’이다. 동명대 유승관 교수가 그동안 방통심의위가 공정성 관련으로 표결한 결과를 분석해 보니 심의 결과와 자신의 의견이 일치한 비율이 정부·여당 추천 위원은 평균 85%인 반면, 야당 추천 위원은 26%에 그쳤다. 여당 추천 위원들이 다수결을 통해 소수 의견을 묵살하며 정치적 심의를 해왔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심의 방식의 불공정성과 별도로, 정부·여당 위원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방송 공정성은 단일 프로그램 안에서 실현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양적 균등을 뜻하지도 않는다. 교과서 수준의 상식이다. 더구나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현 언론 지형을 고려해보자! 정의론이 빠진 공정성론은 기만이다.

굳이 양적 균형성을 본다 해도 문제가 없다. 진보당 해산 청구는 정부가 행한 일이다. 그 내용과 배경 등에 대해서는 당일 해당 뉴스는 물론 다른 방송사들도 톱뉴스로 내보냈다. 앞서 정부가 이를 검토하는 단계에서도 이미 많이들 다뤘다. 같은 날 제이티비시는 낮 방송에서 조순형 전 의원과 대담을 나누며 “통진당 해산 청구, 상당한 이유 갖췄다”는 요지의 방송을 30여분간 진행하기도 했다. 당일 한국방송(KBS) <뉴스9>은 이 사안을 5개 리포트로 다뤘다. 정부발 뉴스가 2개, 정치권 반응 1개, 향후 절차 관련 리포트 2개였다. 이 가운데 정치권 반응 리포트는 진보당의 해명과 정부 조처에 찬성하는 새누리당 반응 및 진보당과 선을 긋는 민주당의 태도를 담았다. 다른 지상파 방송들도 대동소이했다. 이 과정에서 진보당 쪽의 육성은 단 한두 문장의 인터뷰에 불과했다. 시청자는 진보당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무엇이라고 답하는지 더 알아야 한다.

영국 <비비시>(BBC)는 1985년 반란군인 아일랜드공화국군(IRA) 지도자들의 다큐멘터리를 방송한 바 있다. 근년에는 자국과 전쟁 중인 탈레반 진지 안에 들어가 전황을 보도하기도 했다. 피터 호럭스 전 보도국장은 “시청자들이 위험한 견해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은 정치인들의 생각일 뿐 그들은 엄청나게 똑똑하다”고 말한다. 규제 기관인 ‘비비시 트러스트’도 관련 보고서에서 “민주주의 과정의 ‘불유쾌한’ 부분에 대한 방송 시간 할애를 거부하는 것은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의 억울함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그에 대한 지지를 지하화하고 오히려 더 강화할 수도 있다. 이것은 불공정한 일이다”라고 말한다.

절대다수라고 여기는 견해와 반대되는 것을 막으며 ‘국론 일치’를 꾀하는 것은 매우 전근대적이다. “비록 사람들 모두가 옳다고 하더라도 이에 반하는 소수자의 의견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그 의견을 억압하는 것은 오히려 다수의 진실성에 손실을 가져올 것이다.” 150년 전 존 스튜어트 밀이 한 말이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