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극우성향 누리꾼들이 주로 모이는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를 풍자해 만들어진 일간워스트(ilwar.com)가 30일 문을 열자마자 유해 누리집으로 지정된 것으로 알려지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날 오후 4시께부터 일간워스트 누리집에 접속하면 ‘귀하가 접속하려고 하는 정보(사이트)에서 불법·유해 내용이 제공되고 있어 해당 정보(사이트)에 대한 접속이 차단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는 문구가 뜨고 화면이 열리지 않았다. 이 문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나 한국인터넷진흥원 등이 안보위해행위나 음란물 유포, 마약·불법의약품 판매 등을 하는 누리집을 막았을 때 나오게 된다.
이에 따라 방송통신심의위가 유해 누리집으로 지정한 게 아니냐는 풍문이 돌았으나, <한겨레> 취재 결과 일간워스트 운영자인 이준행(28)씨가 직접 해당 차단 화면으로 연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하루 종일 주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순위 상위권에 기록돼 많은 이용자들이 몰리고 이 누리집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도배 글들을 막는 과정에서 잠깐 누리집을 닫아놓으면서 그렇게 했다. 보통 개발자들이 누리집 닫을 때 방통심의위 유해사이트 페이지로 연결해놓곤 한다”고 설명했다.
유해누리집 지정 논란이 인 뒤, 일간워스트는 첫 화면을 바꿨다. ‘많은 분들의 염원을 모아, 새 사이트로 이사 갑니다. 현재 게시판 데이터 이전 중이며, 재개장은 며칠 걸리니 당분간 여기서 놀기로 해요!’라는 적혀있고 실명 게시판만 운영되고 있다. 이씨는 “방문자가 너무 많아 감당할 수 없어서 서버를 옮기려고 누리집을 잠시 닫았다. 언제 누리집을 다시 열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7일 문을 연 일간워스트는 이날 서버 이전을 위해 누리집을 닫기까지 일베 사용자들이 마비시켜 3차례 열고 닫기를 반복했다고, 이씨는 전했다.
이씨는 27일 저녁 철도파업에 대한 정부 대응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지인들과 이야기하다 일간워스트를 만들었다. 일간워스트는 일베를 풍자하는 뜻 외에 철도민영화에 반대하는 뜻도 담겨있다. 이씨는 “수서발 케이티엑스(KTX) 면허 발급에 화가 나서 일베를 패러디 한 일간워스트를 만들어 민영화 버튼을 만들자고 트위터로 지인들과 장난스레 얘기하다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일베에서 게시글 등을 반대할 때 쓰는 ‘민주화’를 대신해 일간워스트에선 ‘민영화’를 비추천의 의미로 쓴다. 또한 일베에서 글을 올리는 것을 ‘산업화’한다고 부르는 데 견줘 일간워스트는 ‘농업화’로 부르기로 했다. 이재욱 기자 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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