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의 싸움 문화방송 노조 지도부가 2012년 1월30일 서울 여의도 본사 1층에서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총파업 출정식을 열어 ‘그동안 진실에 눈감아 죄송하다’는 내용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MBC 파업 정당’ 판결 의미
법원 “방송 제작·편성 과정서
민주적 의사결정 보장돼야”
학자들 “언론인 힘 실어준 획기적 판결”
법원 “방송 제작·편성 과정서
민주적 의사결정 보장돼야”
학자들 “언론인 힘 실어준 획기적 판결”
‘공정방송’을 위해 파업을 벌인 <문화방송>(MBC) 노조원들에 대한 회사의 징계가 무효라고 한 17일 서울남부지법의 판결은 ‘방송의 공정성’을 방송사의 근로조건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결정으로 받아들여진다. 방송의 공정성을 따지는 척도가 언론사 내부의 민주적인 의사결정이라고 밝힌 점도 주목할 만하다.
■ “공정방송을 위한 언론사의 파업은 정당”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정방송의 의무는 근로관계의 기초를 형성하는 원칙이며, 방송의 공정성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의 마련과 그 준수는 단체교섭에서의 의무적 교섭사항”이라고 밝혔다. 방송의 공정성이 방송사의 근로조건이라고 못박아, 일반 기업과 달리 방송사 등 언론매체의 경우엔 보도의 객관성·공정성을 보장받기 위한 쟁의 행위가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자칫 추상적으로 흐를 수 있는 ‘방송의 공정성’에서도 명확한 원칙을 내놨다. “방송의 공정성은 방송의 결과가 아니라 방송의 제작과 편성 과정에서 구성원의 자유로운 의견 제시와 참여 아래 민주적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졌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될 수밖에 없다”고 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에 근거해 “경영진은 방송의 공정성 보장을 위한 단체협약의 여러 절차상의 규정들을 위배하고 인사권을 남용하는 방법으로 내부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억압하고 경영자의 가치와 이익에 부합하는 방송만을 제작·편성하려 했다”며 이에 대한 노조의 쟁의행위가 정당하다고 보았다.
■ 언론학자들, “법과 원칙에 따른 판결” 환영 이번 판결에 대해 언론학자들은 환영하는 의견을 내놨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언론인의 근로조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이익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할 대상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특히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가 언론매체 안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야 구체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지 명확히 판시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언론인들의 징계와 관련해 징계의 과정과 절차, 정도 등을 따지는 판결은 많았는데, 이번처럼 근로조건까지 따진 판결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창룡 인제대 교수는 “단지 보도 행위 자체뿐 아니라 공정한 보도를 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까지도 저널리즘의 영역으로 본 획기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회사의 징계 위협 때문에 언론인 스스로 공정보도를 위해 노력하는 경우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언론인들이 스스로 노력할 수 있도록 힘을 북돋아주는 판결이 나왔다”고 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법과 원칙에 따른 당연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송법은 공정성·공공성을 근거로 하여 방송사 설립을 허가하는데, 이 점을 명확하게 밝힌 판결이다. 문화방송 현 경영진은 항소를 할 것이 아니라, 전 경영진이 방송법을 어기는 불법을 저지른 것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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