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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브레이크 없는 방통심의위 편향된 위원회 구조가 문제

등록 2014-01-23 20:34수정 2014-01-23 22:55

여야 추천 위원 6:3 ‘수의 횡포’ 가능
모호한 심의규정도 때마다 논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갈수록 정치적 편향과 표적 심의 논란에 빠져들어가는 데에는 구조적 이유가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우선 자의적 해석의 여지가 큰 방송심의규정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최근 ‘정치 심의’라는 비판을 받는 것들을 보면, 심의규정 가운데 공정성(9조)과 객관성(14조) 위반에 걸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정성 위반이 중심이고 여기에 객관성 위반이 덧붙여져 제재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여야 추천 심의위원들의 의견도 주로 공정성 위반에 대한 판단에서 엇갈린다.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나 언론 자유,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이런 조항들의 적용에는 엄밀한 잣대와 신중함이 요구되지만 방통심의위의 행적에서는 그런 고민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 법정제재(과징금,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 관계자 징계, 경고, 주의)는 3~5년마다 있는 재허가 심사에서 벌점으로 쓰이기 때문에 방송사들로서는 민감할 수밖에 없어 제재의 남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해 11월 한국방송학회가 연 세미나에서 언론학자들은 공정성 조항의 내용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에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윤성옥 경기대 교수는 “공정성 조항에서는 진실성·객관성·균형성 등을 따지는데, 균형성은 질적 균형을 의미하는지 양적 균형을 의미하는지도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모호한 규정이 ‘고무줄 잣대’를 가능하게 한다는 말이다. 일각에서는 “공정성 심의 자체가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훼손한다”며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을 다룰 때에는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방송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 11조도 악용 가능성 때문에 ‘독소 조항’으로 지목된다. ‘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과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의 의미가 모호해, 주로 정치권력의 입맛에 맞지 않는 방송을 제재하는 데 쓰인다는 것이다. 2008년 이후 11조를 근거로 하여 방송이 보류되거나 방통심의위에서 제재를 받은 프로그램들을 보면, <문화방송>(MBC)의 <피디수첩> ‘미국산 쇠고기 1심 무죄 판결’과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 <한국방송>(KBS)의 <추적60분> ‘4대강 사업권 회수 논란’ 편과 같은 권력 감시 프로그램들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여야 추천 심의위원 수가 6 대 3으로 이뤄진 위원회 구조다. 정치적 사안에 대해 심의위원들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만 앞세운다면, 여당 추천 심의위원들이 소수의견을 묵살하고 일방적으로 심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수의 횡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유승관 동명대 교수는 지난해 11월 세미나에서 당시까지 심의 결과와 심의위원들이 제시한 의견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분석한 내용을 발표했다. 여당 추천 심의위원들의 의견은 85%가 심의 결과와 일치했으나, 야당 추천 심의위원들은 26%만 일치했다. 이를 근거로 삼아 유 교수는 “방통심의위가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합의제’를 표방하는 방통심의위에서 다수결로 의결한 게 전체 심의 건수의 44.2%로, 2007년 당시 방송 심의를 담당한 방송위원회 때(0.7%)보다 폭증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심의위원을 여야가 각각 4명씩 추천하고 1명은 여야 합의로 추천하는 내용을 담은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한편 심의 내용이 법원에서 뒤집히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서울고법은 8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미화의 여러분>에 내려진 제재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이 프로그램은 정부 경제 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지닌 패널들만 출연시켰다는 이유로 주의 처분을 받았는데, 재판부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낸 시비에스의 손을 들어줬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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