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투위(위원장 김종철·가운데) 위원들이 17일 오후 월례회의를 열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뒤집은 최근 법원의 판결에 대해 성토하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동아투위 ‘판결대책 논의’ 월례회
과거사위 결정 취소 연쇄 소송 우려
“동아일보 소송 낸 진의 모르겠다”
소송 참가·안행부 항소 요청 계획
과거사위 결정 취소 연쇄 소송 우려
“동아일보 소송 낸 진의 모르겠다”
소송 참가·안행부 항소 요청 계획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는 매월 17일 월례모임을 연다. 박정희 유신독재정권의 언론탄압으로 해고당한 1975년 3월17일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40년 가까이 한번도 거른 적이 없다.
17일 서울 무교동 한 식당에 어김없이 동아투위 위원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평소 때였으면 화기애애한 인사를 나누며 점심을 나누겠지만, 이날 자리에 모인 30여명의 위원들은 앞에 놓인 김치찌개에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다. 지난 15일 서울행정법원이 “(<동아일보> 기자들의 대량 해직에) 정부의 요구가 있었는지 단정할 수 없다”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의 2008년 결정을 뒤집는 판결을 내린 데 대한 대책 논의가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문영희 동아투위 법무팀장(전 위원장)은 “식사 전에 중요한 얘기를 해야 한다”면서 심각한 얼굴로 일어났다. “이번 행정법원의 판결은 동아투위만의 문제가 아니다. 행정기구인 과거사위의 결정을 법원이 뒤집어 버린 것이다. 모두들 ‘사법살인’이라고 알고 있는 인혁당 사건을 법원이 ‘사법살인은 아니다’라고 판결한 꼴이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 있었던 각종 과거사 정리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은 침묵을 깨고 “박근혜 정부가 모든 것을 뒤엎고 있다. 모든 것을 유신시대로 돌리고 민주정부 10년을 부정하려 한다. 이번에 나온 판결이 그 시작점이다”고 말했다.
위원들 대부분은 동아일보사가 국가를 상대로 과거사위의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낸 것에 대해 “진의를 모르겠다”면서 고개를 저었다. 이번 소송을 통해 신문사가 얻을 실익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동아투위는 이미 78년 대법원 확정판결로 해고 무효 소송에서 졌다. 현재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손배소송 1, 2심 재판부는 ‘박정희 정권의 압력으로 인한 해고’라는 점을 인정했지만 시효가 지났다는 점을 들어 패소 판결했고, 최종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법률적인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동익 위원이 “현재 벌어지는 소송을 지켜만 볼 것이 아니라 이해 당사자의 자격으로 소송 참가 신청 등을 통해 실제 재판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하자, 여기저기서 “옳소”란 소리와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부영 위원은 “변호사에 맡기지 말고 우리가 직접 서면을 작성해 소송 참가 신청을 하자”고 거들었다.
이날 동아투위는 조만간 법률 자문을 받아 소송 참가 신청을 하고, 전국언론노조 등 관련 단체들과 연대해 공동 대처를 해나가기로 의결했다. 여기에 피고인 안전행정부가 즉각적인 항소를 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다. 만장일치의 박수로 안건을 의결한 뒤에야 위원들은 하나 둘 숟가락을 들기 시작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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