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야당 추천 상임위원 한 자리를 비워둔 채 운영되는 파행 상태가 장기화할 조짐이다. 세월호 사건의 여파로 정치권의 국정 우선 순위에서 밀린 데다, 최성준 방통위원장 등도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24일, 15차 전체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어 정윤식 강원대 교수(신문방송학)를 위원장으로 하는 2기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위원회’ 위원 9명의 위촉을 의결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는 야당 쪽 상임위원 1명만 참석한 채 진행됐다. 상임위는 본래 여당 쪽 3명(위원장 포함)과 야당 쪽 2명으로 구성되지만, 고삼석 상임위원 내정자의 임명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3기 방통위 첫 상임위 회의에 고 내정자 문제를 이유로 참석을 거부했던 야당 추천의 김재홍 상임위원은 이날 회의에 참석했다. 김 위원은 보도자료를 내어 “고 내정자가 임명되지 못한 비정상적 상태지만 세월호 참사에 따른 국가의 집단우울 현상을 치유하는 과제가 급하다”며 상임위 참석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기자들을 만나 “최성준 위원장에게 야당 추천 상임위원이 조속히 임명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고 최 위원장도 노력하겠다는 답을 했다. 오는 28일 열리는 국회 상임위 회의에서 이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위원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서 고 내정자 문제와 관련해 “임명권자와 국회 간의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는 등 고 내정자 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민희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이미 여야가 합의해 국회에서 압도적으로 승인된 상황에 행정부가 고 내정자 임명에 딴죽을 거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도 어긋난다. 국회의장 및 여야 대표들이 입법부의 자존심을 걸고 정치력으로 이 사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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