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사장 체제’ 공정성 논란
윤창중 보도, KBS만 머리에서 내려
“공영방송, 정권 아닌 국익 대변해야”
보도통제 폭로 뒤 수신료 거부 확산
윤창중 보도, KBS만 머리에서 내려
“공영방송, 정권 아닌 국익 대변해야”
보도통제 폭로 뒤 수신료 거부 확산
<한국방송>(KBS)의 ‘길환영 사장 체제’가 과연 어떠했기에 보도국장이 자진 사퇴하면서 “사사건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공개 폭로했을까.
먼저 주목되는 대목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에 대한 한국방송의 보도 태도이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9일 ‘길 사장의 보도통제’를 폭로하면서 구체적 사례로 바로 윤창중 사건을 꼽았다.
청와대는 지난해 5월10일 윤창중 당시 대변인의 전격 경질을 발표했다. 지상파 방송 3사는 즉각 당일 저녁 메인뉴스에 이를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한국방송도 예외는 아니다. 전대미문의 성추문인 탓에 방송 3사는 연일 톱뉴스로 이 사안을 다뤘다.
하지만 같은 달 14일 한국방송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메인뉴스의 첫 뉴스는 ‘정부, 판문점 회담 북에 제의’였다. 같은 날 <문화방송>(MBC)과 <에스비에스>(SBS)가 ‘윤창중, 사흘째 행방 묘연’과 ‘정부, 미국 경찰에 신속 수사 요청’을 각각 머리기사로 전한 것과 대비됐다. 15일에도 한국방송은 ‘정부, 연명 치료 중단 추진’(안락사 관련)을 첫 기사로 내보냈는데, 이날 에스비에스의 첫 꼭지는 ‘윤창중 미국 다시 가야 할 수도’였다.
길 사장이 윤창중 사건의 ‘축소 보도’를 지시했다는 김 전 국장의 폭로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황이다.
또 한국방송은 윤창중 사건 리포트에 청와대 브리핑룸과 태극기가 들어간 화면을 쓰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져 논란을 낳았다. 당시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새노조)는 이를 ‘폭로’했고, 한국방송은 이를 보도한 <한겨레> 등을 상대로 6천만원짜리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으나 올해 1월 1심 재판에서 패소했다.
이명박 대선캠프 참모 출신인 김인규 전 사장을 이은 길 사장 체제에서도 불공정·편향 방송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길 사장이 취임(2012년 11월) 직후 대선후보진실검증단의 <특집 시사기획 창-대선후보를 말한다>는 프로그램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제때 방송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김진석 대선후보진실검증단장이 돌연 사퇴하기도 했다. 올해 2월엔 보도본부 탐사보도팀이 정홍원 총리 후보자의 재산 신고 누락 의혹을 단독 취재했으나 불방됐다.
김성해 대구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영국 <비비시>(BBC)의 그레그 다이크 사장은 ‘영국 정부가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관련 정보를 조작했다’고 보도해 정권과 갈등을 빚다 사퇴했다”며 “공영방송은 정권의 이익이 아닌 국가 공동체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전 국장의 폭로 이후 수신료 거부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만들어진 ‘세월호와 대한민국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세대행동)(http://cafe.daum.net/dontforgetsewol)이 9일 시작한 수신료 거부 서명운동에 이날 저녁까지 시민 8000여명이 참여했다. 새누리당이 지난 7일 국회 상임위원회에 단독으로 수신료 인상안을 상정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