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와 슬픔을 넘어서’ 꼭지를 진행한 MBC 박상후 전국부장. MBC 보도국 30기 이하 기자 121명은 성명을 내어 이 리포트를 ‘보도참사’ 라고 평가했다. 화면 캡쳐.
KBS 이어 ‘세월호 보도 사과문
세월호 보도와 관련해 <한국방송>(KBS) 기자들이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문화방송>(MBC) 기자들도 자사 보도를 반성하는 ‘대국민 사죄문’을 내놨다. 오보와 선정성, 권언유착으로 요약되는 세월호 보도에 대한 싸늘한 국민 시선에 공영방송 기자들이 반성과 비판의 목소리로 응답한 것이다.
문화방송 기자회 소속 121명의 기자들은 12일 오전 ‘참담하고 부끄럽습니다’란 제목의 성명을 통해 “국가의 무책임으로 자식을 잃은 부모를 위로하지는 못할망정, 그들을 훈계하면서 조급한 비애국적 세력인 것처럼 몰아갔다”며 “이런 ‘보도 참사’를 막지 못한 책임, 우리 엠비시 기자들에게 있다. 가슴을 치며 머리 숙인다”고 밝혔다.
이들이 보도 참사로 꼽은 보도는 지난 7일 <뉴스데스크>에서 보도된 ‘데스크리포트-분노와 슬픔을 넘어서’로, 엠비시는 민간 잠수부의 사망 원인이 실종자 가족들의 ‘조급증’ 탓인 것처럼 언급한 바 있다. 이날 성명에는 1997년에 입사한 공채 30기 차장급 기자들부터 막내급까지 골고루 참여했다. 이들은 또, 세월호 사고 이후 최근까지 문화방송 뉴스에서 △해경의 부실한 초동 대처와 수색 등 정부 책임과 관련한 보도를 축소하고 △고위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처신 등을 다루지 않았으며 △‘정부 발표 받아쓰기’와 오보로 인한 혼선 등이 있었다며 함께 사죄했다.
회사 내부게시판에는 기수별 성명도 잇따랐다. 이날 35기 기자들은 ‘직업 윤리를 요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우리는 납세자 국민의 재산인 지상파로 뉴스를 만들고 제작하며 월급을 받는 공영방송의 기자”라며 “‘최소한 불량품은 만들지 않겠다’는 직업 윤리를 지키지 못했다”고 썼다. 31기 기자들도 ‘참사는 끝나지 않았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우리보다 ‘덜한’ 한국방송조차 정부의 압력과 중립성 훼손을 고백하는 상황에서, (문화방송) 기자들이 ‘정부의 개’라는 비아냥은 듣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라며 자탄했다.
그러나 문화방송 보도국의 한 간부는 이날 기자회 성명이 발표된 뒤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성명에) 가담한 게 확인되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노조는 전했다. 해당 간부는 <한겨레>에 “본인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이지 협박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전문] MBC 기자 121명 ‘참담하고 부끄럽습니다’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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