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간부, 유족 향해 ‘그런 X들 관심 갖지 말아야’ 발언”

‘분노와 슬픔을 넘어서’ 꼭지를 진행한 MBC 박상후 전국부장. MBC 보도국 30기 이하 기자 121명은 성명을 내어 이 리포트를 ‘보도참사’ 라고 평가했다. 화면 캡쳐.

MBC 노조 “KBS 간부들 분향소에서 유족한테 항의받은 뒤”
“대국민 사과문 발표한 기자들에겐 ‘나중에 대가를 치를 것’”
해당 간부 “그런 발언 안 해…자신이 한 말에 책임지라는 뜻”

<문화방송>(MBC) 기자들이 세월호 참사 관련 자사 보도에 대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가운데, 해당 보도의 장본인인 MBC 간부가 유족들을 상대로 또 다른 폄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기자들을 상대로는 “나중에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12일 오후 성명을 내어 박상후 전국부장이 지난 8일에 한 발언을 공개했다. 박 부장은 7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민간 잠수부의 죽음이 실종자 가족들의 조급증 때문인 것처럼 보도해 물의를 빚은 당사자다.

노조 성명서를 보면, 박 부장은 보도 다음날인 8일 KBS 간부들이 경기도 안산의 합동분향소에 방문했다가 가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진도 팽목항에선 KBS의 중계 천막이 철거됐다는 사실을 전해듣자 “뭐하러 거길 조문을 가. 차라리 잘됐어. 그런 X들 (조문)해 줄 필요 없어”라는 식으로 말했다. 이어 “(KBS) 중계차 차라리 철수하게 되서 잘 된 거야. 우리도 다 빼고…. 관심을 가져주지 말아야 해. 그런 X들은…”이라며 재차 실종자 가족 등을 폄훼했다.

노조에서 이날 7일 보도에 대한 비판 보고서를 내자, 그는 회사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내 리포트가 나간 뒤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격한 비난이 있는가 하면 MBC 보도가 팩트 위주로 시원했다는 찬사도 많았다”고 밝혔다. “교감이 목숨을 끊기 전날 단원고 교사들이 학부모 앞에서 무슨 낯으로 살아있느냐는 질타를 받은 것도 생각해 보자”라고도 했다. 박 부장은 이날 아침 기자회의 사과 성명에 대해서도 후배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적극 가담이든 단순 가담이든 나중에 확인되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노조는 전했다.

MBC 노조는 “눈만 뜨면 징계와 보복의 칼이 춤을 추는 상황에서, 사법부의 판단조차 공공연히 무시돼 버리는 상황에서 우리는 참고 인내해 왔다”며 “(이번 일은) 보도국 수뇌부 전체의 양식과 판단기준에 심각한 오류와 결함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했다.

박상후 전국부장은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해당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며 전면 부인했다. 다만 이날 기자들의 사과 성명 발표에 대해 “‘자신이 한 말에 대해서는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란 의미로 한 말이지, 협박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e-mail]

[전문] MBC 노조 ‘유가족 폄훼 보도 장본인, 반성은커녕 망언 일관’ 성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