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유착해 KBS 망친 장본인”
보도국 부장 14명은 전원 사퇴
노조 “여권 후보 돕기 위해
지하철 추돌사고 확대 보도”
보도국 부장 14명은 전원 사퇴
노조 “여권 후보 돕기 위해
지하철 추돌사고 확대 보도”
<한국방송>(KBS) 보도본부 소속 보직부장 18명이 스스로 보직을 내려놓으면서 “길환영 사장 퇴진”을 요구했다. 특히 보도국 부장 전원(14명)이 사퇴했는데, ‘대통령만 바라보며 보도 통제를 해왔다’는 논란에 휩싸인 길 사장은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됐다.
한국방송 보도본부 이준희·유석조·곽우신 뉴스제작1·2·3부장, 김혜례 라디오뉴스부장, 이춘호 정치외교부장 등은 16일 성명을 내어 “최근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고 부장직에서 사퇴한다”며 “길환영 사장에 요구한다. 즉각 사퇴하라”고 밝혔다. 성명에는 세월호 보도를 맡아온 조재익·장한식 사회1·2부장도 동참했다. 해설위원실과 함께 보도국, 시사제작국 등 5개 국이 속한 보도본부엔 모두 27명의 보직 부장이 있다.
부장들은 “길 사장은 정권을 비호하기 위해 케이비에스 보도에 사사건건 간섭해왔다고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폭로했다. 정권과 적극적으로 유착해 케이비에스의 저널리즘을 망친 사람이 어떻게 케이비에스 사장으로 있겠단 말인가”라고 덧붙였다. 앞서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지난 9일 “길 사장이 끊임없이 보도 통제를 해왔다”고 폭로한 바 있다. 부장들은 18일까지 일하기로 해, 후임 인사가 없을 경우 19일부터 뉴스 제작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새노조)도 곧바로 “한국 언론사 초유의 ‘보도국 부장 총사퇴’ 발표가 나왔다. 길환영 사장, 당신은 더 이상 사장이 아니다”라는 성명을 냈다. 한국방송 이사회의 야당 추천 이사들도 ‘길 사장 즉각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에 대해 길 사장 쪽은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한편, 한국방송 노동조합(1노조)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케이비에스가 지방선거에서 여권 후보를 돕기 위해 서울 상왕십리역 지하철 추돌 사건을 윗선의 지시를 받고 확대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2일 서울지하철 사고가 일어나자, <케이비에스 뉴스9>는 이 소식을 머리기사에 이어 연달아 여섯 꼭지로 보도했고, 다음날에도 머리기사 등 연달아 여섯 꼭지로 다뤘다. 9일에도 ‘데스크 분석’까지 세 꼭지로 다뤘는데, 같은 날 저녁 <에스비에스>(SBS)와 <문화방송>(MBC) 메인뉴스에선 한 꼭지로 다루거나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 1노조 관계자는 “보도 확대를 지시한 윗선의 실체는 거의 파악됐다. 복수의 보도본부 관계자로부터 이를 확인했고 나중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국방송 사쪽은 “대량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지하철 사고를 깊이 다루는 것은 당연하다. 지방선거 개입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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