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새노조)와 한국방송 노동조합(1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방송 본관 주차장 입구에서 출근하고 있는 길환영 사장이 탄 차량을 막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정치권 압력 주장은 허무맹랑한 소설”
파업 참여 전 사원들 고소·고발 예고
파업 참여 전 사원들 고소·고발 예고
청와대의 <한국방송>(KBS) 외압 문제로 촉발된 양대 노조의 파업이 5일째를 맞은 가운데, 길환영 사장이 파업 참여 전 사원들을 고소·고발하겠다고 예고했다. 전방위 고발 사태가 벌어지면 케이비에스 사태는 더욱 꼬일 것으로 보인다.
길환영 한국방송 사장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본관 티에스원(TS-1) 스튜디오에서 사내 특별조회를 열었다. 보직을 사퇴하지 않은 팀장급 이상 간부들 수십명이 참여해 자리를 채웠으며, 조회 내용은 사내 방송으로 전 직원들에게 공개됐다.
길 사장은 이 자리에서 “사장이 된 이후 어떤 정파적 압력에 굴복한 바 없다. 청와대 전화를 받고 정치권 압력을 받았다는 주장은 허무맹랑한 소설에 불과하다”면서 다시 한번 청와대 외압설을 부인했다. 이어 “이번에 국회에서 합의한 세월호 관련 국정조사를 통해 (청와대 외압설에 대해) 명확히 밝히겠다”고도 했다.
앞서 길 사장은 지난달 19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5월9일 오전 11~12시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의 전화는 받은 적이 있으나, 언론에서 보도한 것처럼 (청와대 근처 세월호 유가족들의 농성 장소에) ‘빨리 와서 사과하고 누구를 사임시키라’는 식의 구체적인 요구는 결코 아니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길 사장은 이날 또 “한국방송 내 존재하는 모든 사규와 관련 법을 적용해 다시는 이런 불법 행동이 발 붙일 수 없도록 하겠다”면서 파업을 벌이고 있는 양대 노조에 대한 ‘탄압’을 예고했다. 같은 자리에서 김윤로 노사협력주간, 김대회 인력관리실장, 안희국 법무실장, 정구봉 예산주간은 회사의 파업 대응 방침 등을 각각 발표했다. 이들은 “노조로부터 어떤 교섭 요구도 없었고 사쪽이 단체협약을 위반한 사항도 없기 때문에 파업은 불법”이라며 무노동 무임금 조처, 회사 업무명령 거부 관련 내부 징계,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간부들에게는 부서 내 파업 참가자와 손실 비용을 따져 주간 단위로 보고해달라고 지시했다.
김윤로 노사협력주간은 “전체 직원 4784명 중 파업 참가자는 지난 목요일 913명, 금요일 765명이다. 양대 노조가 동시 파업에 들어가긴 했지만 명분 없는 불법 파업이라 임단협 관련 파업에 비해 동력이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길 사장은 연설 끝무렵에 “제 평생 한 번의 입사가 한국방송이었고, 이곳을 평생 직장으로 다녔다. 무슨 욕심이 더 있겠나. 오직 한국방송이라는 조직에, 국민에게 헌신하고 싶다는 게 욕심이라면 욕심이다. 세월호 참사로 시작된 한국방송의 갈등을 이제는 접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방송 안팎에선 비판이 쏟아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새노조)는 길 사장을 방송법 및 단체협약으로 보장된 방송의 공정성·독립성을 유지 의무를 어긴 당사자로 보고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방송 노동조합(1노조)은 이날 낸 특보에서 “길환영 퇴진을 요구하는 다수 구성원들의 염원을 저버리는 간부들에 대해서도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처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외압 폭로가 사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한국방송의 보도는 펙트다. 세월호 보도만 봐도 정부 쪽 입장만 보도하며 사장이 책임져야 할 수준으로 공정성을 위반했다. 세월호 관련 국정조사를 투명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라도 당사자로 지목된 사람이 사장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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