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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국장, ‘보복 인사’에 “피의 월요일” 항의 보직 사퇴

등록 2014-06-02 20:53수정 2014-06-02 20:55

길환영 사장, ‘사장 퇴진’ 요구 부장 6명 평기자로 지방 발령
사내 게시판에 “입사 27년째 이렇게 노골적 인사는 처음” 글
청와대의 <한국방송>(KBS) 보도 통제 의혹으로 한국방송 양대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지 5일째인 2일, 보도본부의 한 국장급 간부가 길환영 사장의 ‘보복성’ 인사에 반발해 “입사 27년 째 이렇게 노골적인 인사는 처음 본다”며 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날 길 사장은 자신의 퇴진을 주장하며 보직 사퇴한 보도본부 부장들 6명을 부산·춘천·창원·대전·광주·전주 등 각 지역 평기자로 보내는 인사를 냈다.

이 간부는 이날 인사가 발표된 뒤 사내 게시판에 ‘사장님! 먼저 물러나겠습니다’란 글을 통해 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피의 월요일’, 저는 오늘을 이렇게 기억하며 보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며 글을 시작했다.

이 간부는 “(오늘 오전 특별 담화에서) 사퇴 의사를 표명한 보직 간부들에게 ‘제자리로 돌아와 혼신의 노력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고, ‘보도 독립성을 더욱 확대해나가고 보도 독립성 강화를 위한 쇄신 인사를 단행하겠다’고도 했다. 그 음성이 채 귓가를 떠나기도 전에 인사 발령을 내셨습니다”며 “올해로 입사 27년 째 입니다만 이렇게 노골적인 인사는 처음 봅니다”라고 했다.

사장의 자진 사퇴도 촉구했다. 그는 “뉴스의 정상화와 시청자의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는데 어느 누구 보다도 공감하고 있습니다”며 “이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고 있건만 사장님이 계시는 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라고 했다.

이 간부는 “사장님께 머리 숙여 임명장을 받은 저로써는 이런 글을 쓰기가 매우 곤혹스런 일입니다만 사장님의 ‘침묵하는 다수’라는 표현을 인정할 수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며 “공영방송인으로서의 마지막 명예를 지켜주십시오”라고 부탁하며 글을 맺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다음은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 전문이다

<사장님! 먼저 물러나겠습니다>

‘피의 월요일’, 저는 오늘을 이렇게 기억하며 보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아무리 전가의 보도라지만, 오늘 인사권을 휘두르신 사장님은 최소한 제가 한 때 믿고 따랐던 그 분은 아니신 것 같습니다.

2년 4개월 전, 방송문화연구소장으로 발령 받은 뒤 당시 부사장이셨을 때 주재하는 회의에서 처음 뵙고 온화한 인품에 좋은 인상을 받았었지요.

이후 다른 피디 선후배 동료들이 전해주는 평판에 개의치 않고

제가 받은 느낌으로 모셔 왔지만 그 때 그 평가가 새삼 떠오릅니다.

너무도 협량하십니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평소 신중하고 진지한 성격으로 알아온 사장님의 말씀이 때 마다 바뀌고 앞뒤가 맞지 않는 것에도 많이 놀랐습니다.

오늘 특별담화를 예로 들어볼까요.

사장님은 “존재하지도 않고 사실도 아닌 소위 청와대 보도개입”이라는 표현을 쓰셨습니다.

하지만 사장님 스스로 ‘몰라서 물어봤을 뿐 외압이나 개입은 아니’라고 인정하셨던 대목은 아예 잊으셨나요?

또 사퇴의사를 표명한 보직간부들에게 제자리로 돌아와 혼신의 노력을 다해 달라고 한 당부 말씀과 보도독립성을 더욱 확대해나가고 보도독립성 강화를 위한 쇄신인사를 단행하겠다고 한 음성이 채 귓가를 떠나기도 전에 인사 발령을 내셨습니다.

저도 올해로 입사 27년 째 입니다만 이렇게 노골적인 인사는 처음 봅니다.

오늘 특별 담화에 이은 인사 발령을 보면서 사장님이 처음부터 내세웠던 ‘직종이기주의’ 프레임을 강화해 보도본부와의 전면전에 나섰다고 받아들인 사람은 비단 저 뿐이 아닐 것입니다.

사장님은 저희들 없이도 추종하는 몇몇 후배들과 선거방송도, 뉴스도 잘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시겠죠. 부디 그렇게 되길 기원해마지 않겠습니다.

저도 일찍이 우리 뉴스가 상대사에 뒤지던 시절 앵커로 투입돼

우리 뉴스의 전성기를 여는데 아주 작게나마 기여했던 사람으로서 뉴스의 정상화와 시청자의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는데 어느 누구 보다도 공감하고 있습니다.

엄혹하던 시절을 지나 KBS가 신뢰도, 영향력 1위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선후배 동료들이, 얼마나 많은 피와 땀과 눈물을 흘렸던가요.

그런데 순서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고 있건만

사장님이 계시는 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사장님께 당부 드립니다.

사장님께 머리 숙여 임명장을 받은 저로써는 이런 글을 쓰기가 매우 곤혹스런 일입니다만

사장님의 ‘침묵하는 다수’라는 표현을 인정할 수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평소에 강조하신 공영방송 KBS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과 사명감, 그리고 애정을 바탕으로 현명한 선택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작금의 상황에서 공영방송인으로서의 마지막 명예를 지켜주십시오.

쓰러져가는 KBS호를 복원시킬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보도본부 디지털뉴스국장 ○○○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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