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전 <중앙> 주필이 국무총리 후보자에서 자진 사퇴한 가운데, 중앙이 “국민 분열을 치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 “보수후보 못 지킨 보수정권”이라면서 현 정부의 정체성을 강조하던 모습과 사뭇 대조된다.
중앙은 26일치 신문의 ‘새 총리 후보, 야당 추천 받아볼 필요 있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를 겪으면서 국가 개조 수준의 나라 혁신을 하겠다고 했으나 오히려 국민 분열만 깊어지고 있다”며 “박 대통령은 세 번째 총리 후보자를 고를 때 청와대 참모와 비선의 얘기만 듣지 말고 새누리당, 나아가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추천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정부 들어 총리 인사가 세 번이나 실패한 것은 박 대통령의 나홀로 인사 때문이라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야당의 추천을 받아보는 게 “통합형 정치문화를 일궈 나가는 첫걸음”이라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중앙의 촉구에도 불구하고, 26일 오전 정홍원 현 총리를 유임하고 새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른 언론과 마찬가지로 중앙도 청와대 내부 흐름을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중앙이 사설에서 국론분열을 걱정하고, 여야 통합의 정치 문화를 촉구한 것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는 것이지만, 전날까지 스스로 보여준 모습과는 큰 차이가 난다. 중앙은 전날 문 전 주필이 총리 후보자에서 사퇴한 소식을 전하면서 “민주주의 숙제 던지다”(1면 제목)라고 하는 등 강하게 정치권을 비판했다. 특히, 3면에서 ‘보수 후보 못 지킨 보수 정권’이라는 제목의 머릿기사에서 “박 대통령이 여론에 밀려 ‘보수 논객’인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막지 못한 것은 장기적으로 보수 지지층으로부터 신뢰를 잃을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 통합의 과제보다 보수 정권이라는 정체성을 앞세운 셈이다.
이밖에 중앙은 이날치 신문에서 “사돈의 팔촌까지 파헤치는 청문회 반드시 바꾸겠다”는 정의화 국회의장의 말을 1, 3면에 배치하면서 청문회 제도 공격으로 방향을 틀었다.
안창현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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