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해양사산부에 마련된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직원들이 “학생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보고 있다. 서울지방해양경찰청 제공
방통심의위 ‘낮은 수위’ 제재…‘고무줄 심의’ 비판 나와
세월호 침몰 당일 ‘학생 전원 구조’ 속보를 내보낸 방송사 9곳이 모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낮은 수위의 제재인 ‘권고’ 조처를 받았다. 세월호 국면이 한창일 때 <한국방송>(KBS)의 ‘엉켜있는 시신’ 오보 등이 중징계를 받은 것에 비춰, ‘고무줄 심의’라는 지적이 나왔다.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위원장 김성묵)는 2일 오후 회의를 열어 지난 4월16일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를 알리는 자막을 내보낸 <한국방송><문화방송><에스비에스> 등 지상파 3사와 <티브이조선><채널에이><엠비엔><제이티비시> 등 종편 4사, <와이티엔><뉴스와이> 등 보도전문채널 2사 등 총 9곳에 대해 ‘권고’ 조치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방통심의위 제재는 크게 재승인·허가 때 벌점을 부과하는 중징계인 법정제재와 벌점이 없는 행정지도로 나뉘며, ‘권고’는 후자에 포함된다. 심의위 명의로 방송사에 ‘향후 제작에 유의하라’는 내용의 권고문을 보내는 것이다.
이번 결정에는 모두 방송심의규정(제24조의 2)의 ‘재난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제공’ 조항이 적용됐다. 앞서 방통심의위는 같은 조항 위반을 이유로 KBS의 ‘엉켜있는 시신’ 오보 및 MBN의 홍아무개씨 인터뷰 보도에 모두 중징계인 ‘경고’(벌점 2점) 조처를 내린 바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제재 수위를 두고 위원들 사이에 의견이 크게 엇갈려 다수결로 결정됐다. 야당 추천 위원 2명은 “지상파 방송사들은 ‘정확성을 우선해야 한다’는 재난보도준칙이 있는데도 지키지 않았다. 향후 재난보도 개선을 위해서라도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중징계 전 절차인 ‘제작진 의견 진술 청취’를 주장했다. 이들은 또 “자막뿐만 아니라 앵커 멘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방송사별로 제재 수위를 달리해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정부·여당 추천 위원 3명은 “지난 2010년 <경인방송>(OBS)의 천안함 사건 관련 ‘실종자 4명 숨진채 발견’ 오보에 대해 ‘권고’ 조치를 한 점을 준용해야 한다”고 했다. 또 “큰 틀에서 오보라는 점이 중요하고 전원구조 자막을 내보냈기에 방송사들이 모두 같은 수위의 제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통심의위 사무처에서 JTBC는 앵커·기자 멘트 등을 고려해 ‘오보가 아니다’고 판단해 안건으로 올리지 않았으나 위원들이 형평성 등을 이유로 직권 상정해 함께 권고 조치를 받기도 했다.
한편 이날 함께 심의 안건으로 올라온 MBC <뉴스데스크> ‘함께 생각해봅시다-분노와 슬픔을 넘어서’(5월7일 방송) 리포트에 대해서는 ‘제작진 의견 진술 청취’ 결정이 내려져 추후에 제재 수위를 논의하기로 했다. 이 보도는 박상후 문화방송 전국부장의 논평성 리포트로, 민간 잠수부의 죽음이 마치 유가족과 우리사회의 조급증 탓에 일어난 것처럼 다뤄 유가족 폄훼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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