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최종 후보로 선출
여야 추천 이사들 타협적 선택
10일 ‘임명 제청안’ 내기로
여야 추천 이사들 타협적 선택
10일 ‘임명 제청안’ 내기로
<한국방송>(KBS) 이사회가 9일 길환영 전 사장 후임으로 조대현(61) 전 케이비에스미디어 사장을 새 사장 후보로 뽑았다. 노조가 파업 재돌입을 경고하면서 ‘절대불가’를 외친 고대영 전 보도본부장, 홍성규 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은 이사회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당장 파국은 피했다는 평가도 나오는 가운데, 조 사장 후보가 한국방송 독립성 확보를 위한 요구에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한국방송 사태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방송 이사회는 이날 “고 전 보도본부장, 홍 전 방통위 부위원장, 류현순 현 부사장 등 6명을 상대로 면접심사를 벌인 뒤 곧바로 투표에 들어가 조 전 사장을 최종 후보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투표에선 이사 1명당 1표씩 행사했으며, 조 전 사장은 6표를, 홍 전 부위원장은 5표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대영 전 본부장은 한 표도 얻지 못했다. 지난 2일 사장 후보군 6명을 압축하는 이사회 투표에서도 조 전 사장은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이사회는 10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조 후보의 사장 임명제청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신임 사장은 지난달 5일 해임된 길 전 사장의 남은 임기인 내년 11월까지 사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조 사장 후보는 선출 직후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조만간 경영 방향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조 신임 사장 후보는 경기 출신으로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한국방송 공채 5기 피디직으로 입사해 도쿄특파원, 교양국장, 부사장을 거쳐 케이비에스미디어 사장을 지냈다.
한국방송 안팎에선 조 사장 후보 선출에 대해 여야 추천 이사들이 한걸음씩 물러서 극단적 선택을 피한 것으로 해석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조 사장 후보도 한국방송의 공정성 등을 훼손한 ‘엠비 선거참모 출신’ 김인규 전 사장 당시 부사장으로 있으면서 사장의 요구를 충실히 이행했다는 이유로 부적격 인물로 지목된 바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새노조) 권오훈 위원장은 “절대불가로 지목했던 인사가 되지 않아 다행”이라면서도 “조 사장 후보도 부적격 후보인 것은 마찬가지다. 조 사장 후보가 한국방송의 독립성·공정성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노조의 요구에 제대로 답하기 전까지는 반대 투쟁을 계속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 후보는 당장 한국방송 내부 갈등 봉합에 나서야 한다. 새노조 권오훈 위원장은 “길 전 사장에게 부역했던 인사들에 대한 쇄신과 보복인사의 철회는 향후 조 사장 체제의 안착을 위한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영방송의 독립성 확보가 관건이다. 이미 보도본부 소속 기자들은 관련 티에프팀을 구성해 ‘한국방송 보도의 독립성 강화 및 뉴스 개선 방안’을 마련해 보도본부장과 세부 사항을 협의하고 있다. 기자들은 △보도본부장 신임투표 결과에 따른 해임 여부 의무화 △국장 임명동의제·중간평가제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방송 피디협회도 교양문화국, 기획제작국, 편성국, 협력제작국, 라디오1국 등에 대해 국장직선제를 요구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 요구도 거세질 수 있다.
한국방송의 한 이사는 “길환영 사장 때의 비정상적 상황을 정상화해주었으면 좋겠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제작 자율성 확보, 그리고 사내 소통구조의 확립이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조 사장 후보에게 주문했다.
이정국 김효실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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