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조대현 사장 후보 ‘기대와 우려’
보도본부장 불신임땐 보직해임 등
기자들 뉴스 독립성 보장안 제시
피디들은 국장직선제 요구
내부 구성원 요구 부응이 관건
새노조 “MB때 승승장구” 우려
보도본부장 불신임땐 보직해임 등
기자들 뉴스 독립성 보장안 제시
피디들은 국장직선제 요구
내부 구성원 요구 부응이 관건
새노조 “MB때 승승장구” 우려
‘조대현 사장 체제’에서 <한국방송>(KBS)은 공영방송으로서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한국방송의 새 사장 후보로 선출된 조대현 전 케이비에스미디어 사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청와대 보도 외압’ 폭로 이후 한국방송 내부에서 분출하고 있는 공정성과 독립성 확보 요구에 그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한국방송 노사 대립의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 진단이다.
조 사장 후보에 대해 ‘제2의 길환영’에 불과할 것이라는 혹평도 있고, 일정한 기대감을 표시하는 쪽도 있다. 야당 이사 4명이 모두 그에게 표를 던졌다. 투표 결과가 6 대 5였으니, 여당 이사(7명) 다수가 지지한 후보가 탈락한 셈이다. 그동안 7명의 여당 추천 이사들이 뭉쳐 청와대 입맛에 맞는 후보한테 표를 몰아줬던 ‘관행’과 사뭇 다른 상황이다. 청와대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사퇴 등으로 궁지에 몰리면서 적극 개입하지 못했고, 양대 노조 등 내부 구성원의 강력한 견제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이런 결과가 만들어졌다는 분석이 많다.
새로 들어설 ‘조대현 체제’의 미래는 그가 내부 구성원의 개혁 요구에 얼마나 부응하느냐에서 우선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양대 노조와 한국방송기자협회는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청와대 외압 폭로와 길환영 사장의 해임 등을 겪으면서 구체적 개혁안을 만들어 왔다.
이를테면 보도본부 소속 기자들은 이미 ‘한국방송 보도의 독립성 강화 및 뉴스 개선 방안’을 마련해 보도본부장과 세부 사항을 협의하고 있다. ‘보도 독립성 및 뉴스 개선 티에프팀’이 개선안을 마련했는데, 국장급에서부터 막내급 평기자에 이르기까지 12~13명씩 두 팀으로 짜여 활동해왔다. 개선안은 기자협회 총회 등을 거쳐 지난 7일 최종안이 확정됐다.
보도 독립성 강화 등을 위한 제도 개선안에는 △매년 기자 신임투표를 실시해 3분의 2 이상의 불신임이 나올 경우 보도본부장을 보직 해임하고 △보도국장과 시사제작국장에 대해 임명동의제와 중간평가제를 함께 실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보도본부 소속 한 중견기자는 “길환영 사장이 나간 뒤 ‘사람만 바꾸는 건 의미가 없다.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폭넓은 공감대가 있었다”며 “보도본부장 불신임 해임 의무화, 국장 임명동의제 평가제 등은 새 사장의 의향이 중요하지만 인사 절차의 투명화 등은 당장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방송 피디협회도 교양문화국, 기획제작국, 편성국, 협력제작국, 라디오1국 등 총 5곳에 대해 ‘국장직선제’ 시행을 새 사장한테 요청할 계획이다. 지난달 24일 발족한 평피디협의회도 다음 프로그램 개편에 시사 기능 회복을 중점적으로 요구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들은 <추적60분>과 <심야토론> 소재 선정 등에 제작진의 자율성 보장을 요구할 예정이다. 교양국 소속 평피디 74명은 최근 제작진의 자율성 등을 요구하는 공동 선언을 내놓기도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새노조) 관계자는 “조 사장 후보한테 방송 공정성, 보도 독립, 제작 자율성 확보 및 ‘부역 인사’ 청산를 위한 개혁 청사진을 제시하라고 요구하겠다”며 “그가 이를 거부한다면 다시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 사장 후보의 과거 전력에 비춰 이런 개혁 과제가 성사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한국방송 노동조합(1노조)은 9일 성명을 내어 “조 전 사장은 정부에 비판적인 시사 프로그램을 무력화시키고 케이비에스를 관제방송으로 전락시키는 데 앞장선 사람”이라며 “앞으로도 그를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1노조 관계자는 “조만간 투쟁 방향을 결정하겠다. 파업 재개부터 출근 저지 투쟁까지 모든 수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도 10일 성명을 내어 “조 사장 후보는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이 노골화했던 시기에 한국방송 제작본부장과 부사장을 거치며 승승장구한 인물”이라며 “‘도로 길환영’ ‘길환영 시즌2’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파다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조 사장 후보가 한국방송 부사장으로 재직할 때 <시사 투나잇>과 <미디어 포커스> 같은 시사 프로그램들이 종방돼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김성해 대구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신임 사장은 공영방송 케이비에스가 외부의 정치적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확고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외부 견제장치의 마련, 내부 소통 구조의 개혁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정국 김효실 기자 jglee@hani.co.kr
보도외압 폭로에서 새사장 선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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