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현 새 KBS 사장
‘뒷조사설’ 등 소문 무성…노조는 “길들이기 의혹”
박근혜 대통령이 조대현 <한국방송>(KBS) 사장 후보의 정식 임명을 계속 늦추고 있어 온갖 뒷말이 나오고 있다. 노조에선 ‘조 후보 길들이기’ 의혹을 제기하고 있고, 일각에선 ‘청와대가 조 후보의 뒤를 캐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국방송 이사회는 지난 9일 회의를 열어 조대현 전 케이비에스미디어 사장을 새 사장 후보로 선출했지만, 25일 오전 현재 박 대통령은 이를 재가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박 대통령이 28일부터 여름 휴가에 들어가기 때문에 자칫 사장 임명이 8월로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KBS 사장은 이사회에서 후보를 선출하지만 임명권자는 대통령이다.
보통 이사회에서 사장 후보가 선출되면 임명제청안은 2~3일 안에 행정안전부를 거쳐 청와대로 전달된다. 그 뒤 청와대의 자체 검증 작업을 거치게 되는데, 전례로 보면 보통 1주일 정도 걸린다는 것이 KBS 쪽의 설명이다. 현재는 청와대의 자체 검증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 셈이다. 조 사장 후보의 경우 16일이 경과한 셈인데, 길환영 전 사장은 이사회 선출부터 취임까지 14일 걸렸다.
더구나 새로 임기를 시작하는 길 전 사장과 달리, 조 후보는 잔여 임기 1년4개월만 채우게 된다. 청와대 재가가 늦어지는 게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보는 이유다. KBS 관계자는 “사내 안팎의 문제를 해결하고 인사절차에 들어가야하는 등 할일이 많은 상황인데 취임이 늦어져 업무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청와대 재가가 늦어지자 KBS 내부에선 여러 소문이 돌고 있다. 한 기자는 “사내에선 ‘청와대에서 이미 재가를 했는데 특정한 이유로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후보 개인 비리가 적발됐다’는 등의 근거없는 소문들이 퍼지기도 했다. 사내 분위기가 안 좋다”고 말했다.
노조도 답답해 하고 있다. 최근 파업에 따른 징계 인사마저 나온 상황에서 사태 해결을 위해 사장 취임이 절실한데도 협상의 대상자가 없는 셈이기 때문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새노조) 관계자는 “사장이 빨리 취임해야 파업으로 생긴 상처들을 해결할 수 있다. 청와대가 고의적으로 임명을 늦춰 조 후보를 길들이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방송정책을 관할하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조차 초조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방통위 한 고위관계자는 “공영방송의 사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청와대 임명이 늦어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조 후보 개인에게 문제가 있거나, 청와대가 다른 생각이 있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KBS) 신임 사장 임명을 위한 이사회가 열린 9일 낮 한국방송 양대 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여의도 사내 민주광장에서 조합원 총회를 열어 방송의 독립성을 지켜낼 수 있는 새 사장의 임명을 촉구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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