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진 아나운서.
[세월호 100일 다큐 화제]
제2세월호 막고자 단번에 참여 수락
제2세월호 막고자 단번에 참여 수락
박혜진 아나운서가 세월호 침몰 72시간을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진행과 내레이션을 맡아 시청자들를 찾았다. 차분하고 곧은 목소리는 그대로였다. 그는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는 등 <문화방송>(MBC)의 ‘간판’ 아나운서로 활약해왔으나, 지난 5월 회사를 떠났다. 퇴사 뒤 처음 맡은 일이 이번 다큐 <세월호 골든타임, 국가는 없었다>이다. 뉴스타파 제안을 받고 단번에 수락했다.
박 아나운서는 6일 <한겨레>와 나눈 서면 인터뷰에서 “내가 아니라 세월호 참사를 아파하고 슬퍼하는 누구라도 그런 제의를 수락하는 데 머뭇거림이 없을 것”이며 “실종자 가족, 유가족의 깊은 아픔에 무엇도 위로가 될 수 없겠지만,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일에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했다.
2011년 이후 처음 카메라 앞에 선 곳이 진도 팽목항이 됐다. 박 아나운서는 “팽목항은 너무 적막했다. 구름도 없던 날이었는데, 유독 팽목항 위로만 안개가 자욱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노란 리본이 걸린 방파제에 서 있는데, 처음엔 차분했던 마음이 멀리서 배 한 척이 내는 소리로 갑자기 요동치고 울렁거렸다. 그 배 안에서 아이들이 엄마를 찾으러 나올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실종자 아버지 어머니들께서 아이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모습도 함께 그려져 많이 힘들었다.”
감정 조절이 가장 큰 과제였다. 그는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을 할 때는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보다 내 감정과 생각이 먼저 시청자들에게 비칠까 조심한다”며 “이번 다큐멘터리는 감정을 조절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눈물로 엮인 다큐였다. “국회와 광화문에서 단식 중인 유가족들을 만났을 때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무관심에 익숙해져 있나 느낄 수 있었다. 가족을 잃은 슬픔을 위로하기보다 근거없는 소문으로 그 분들을 때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화도 났다. ‘매일 여러 곳에서 찍어가도 제대로 방송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시던 유가족들을 뒤로 하고 클로징을 촬영할 때, 이런 저런 마음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오면서 눈물이 났다.”
‘이번 다큐를 직접 소개해달라’고 부탁하니, 박 아나운서는 이렇게 답했다.
“각자 세상살이가 너무 바쁘고 고되기 때문에, 또 ‘어차피 바뀌지도 않을 텐데’라는 생각으로 나의 무관심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무거운 진실일수록 마주하기 힘들겠지만, 외면한다면 바뀌지 않는다는 진부한 이야기를 다시 하고 싶습니다. 100일 특집이지만 오랫동안 계속 시청되고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김효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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