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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세월호 언론 참사’에도 정치 심의

등록 2014-08-14 19:55수정 2014-08-15 13:52

<제이티비시>(JTBC)의 <뉴스9>가 지난 4월18일 “세월호 구조작업에 다이빙벨을 투입해야 한다”는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의 주장을 인터뷰 형식으로 보도하고 있다. 제이티비시 화면 갈무리
<제이티비시>(JTBC)의 <뉴스9>가 지난 4월18일 “세월호 구조작업에 다이빙벨을 투입해야 한다”는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의 주장을 인터뷰 형식으로 보도하고 있다. 제이티비시 화면 갈무리
비인간적 보도에는 관대…대안 제시에는 엄벌
세월호 보도 23건 제재 조치
JTBC 다이빙벨 보도 중징계
유족 폄하 MBC 등은 ‘권고’
“재난 발생때 권력 눈치보게 돼”
세월호 참사는 국가뿐 아니라 한국 언론의 민낯도 드러냈다. 제대로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보도, 피해자 심정을 헤아리지 않는 비윤리적·선정적 보도, 비판·검증 없이 정부 발표를 그대로 받아쓴 보도들이 쏟아졌다.

이런 보도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제 구실을 했을까. 세월호 참사 뒤 121일이 지난 14일까지, 방심위는 세월호 보도 23건에 대해 제재 조치를 의결했다. 방심위는 방송법에 따라 지상파·종합편성채널 등의 방송 내용이 공공성을 유지하며 공적 책임을 준수하는지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따라서 방송 저널리즘이 제길을 가도록 힘써야 하는데, 실제는 정권에 대한 유·불리함을 먼저 따진 ‘정치 심의’를 일삼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단, 논란을 빚은 세월호 보도는 거의 대부분 방심위 제재를 받았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서 재난방송 때 불명확한 정보로 시청자를 혼동케 하면 안된다는 항목, 지나치게 선정적인 보도로 시청자·피해자, 가족들에게 불필요한 공포심·불안감을 주면 안 된다는 항목, 피해자와 가족의 안정·인권 보호에 신경쓰도록 한 항목 등이 제재 근거로 적용됐다.

방심위는 사고 당일 보험 관련 보도를 한 <문화방송> <티브이조선> <뉴스와이> 등에 대해 “실종자 다수의 생사가 불명확하고 구조작업이 진행 중임에도 실종자의 사망을 전제로 보험금 액수를 소개하면 실종자 가족에게 정신적 고통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시청자의 윤리적·정서적 감정 존중을 위한 방송의 품위 유지 측면에서도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앵커가 구조된 학생과 인터뷰하면서 다른 학생의 사망 소식을 알린 <제이티비시> 보도, 가족을 잃은 7살 어린이를 인터뷰한 <엠비엔> 보도도 피해자의 안정·인권 보호에 위반한다는 이유로 제재를 받았다. <한국방송>의 4월18일 ‘구조 당국, 선체 내 엉켜 있는 시신 다수 발견’ 오보는 부정확한 정보 제공과 선정적인 표현으로 제재됐다.

하지만 방심위의 논의 과정이나 보도별 제재 수위를 살펴볼 때 ‘정치 심의’가 이뤄졌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방심위가 정부에 불리한 보도는 강하게 징계하고, 유리한 보도는 솜방망이 처벌했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세월호 참사’ 보도 심의 주요 결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세월호 참사’ 보도 심의 주요 결과
제이티비시의 다이빙벨 보도는 세월호 보도 심의 중 가장 높은 수위인 ‘관계자 징계’ 처분을 받았다. 이는 방송사가 프로그램 관련자를 징계하고, 방송평가 때 벌점 4점도 부과받는 법정 제재(중징계)다. 세월호 구조작업에 다이빙벨을 투입해야 한다고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의 주장을 전한 것인데,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재 조처를 내린 것이다. 심의 당시 소수지만 정부·여당 쪽 추천 위원조차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할 정도였다.

반면 방심위는 한국방송이 4월17일 박근혜 대통령의 현장 방문을 보도하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항의 사실을 담지 않은 보도에 대해 “재난의 직접 당사자인 피해자와 가족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아 언론의 기본적 책무를 방기했다”면서도, “방송사 자율성을 고려한다”는 이유로 벌점 없는 행정 지도인 ‘권고’ 처분을 내렸다. 민간 잠수사의 죽음을 유가족의 조급증 탓인 것처럼 얘기해 폄훼 논란을 일으킨 문화방송 보도도 ‘명예훼손 금지’, ‘공정성’ 항목을 위반했다고 인정하면서도 권고 처분에 그쳤다. ‘학생 전원구조’ 오보 심의도 방송사별 사실확인과 정정 노력에 대한 경중을 따지지 않고 일괄 처리해 논란을 빚었다.

다이빙벨 보도와 관련해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미디어학부)는 “대안을 제시했는데 성공하면 놔두고 실패하면 제재하는 것이라면 어느 언론이 대안 제시에 나서겠나”고 말했다. 한국방송기자협회 조승호 정책위원장도 “언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정”이라고 했다.

방송 공공성 향상에 기여해야 할 방심위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우리 사회에 돌아올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이번 방심위 심의의 가장 큰 문제는, 재난 발생 때 언론들이 권력의 눈치를 보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라며 “한국 언론의 재난보도가 발전하도록 돕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나빠지는 계기가 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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