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검찰의 사이버 명예훼손 대응책으로 촉발된 ‘인터넷검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야심차게 출범한 다음카카오는 큰 신뢰의 위기에 봉착했다. 국내 인터넷서비스를 이탈하는 이른바 ‘사이버 망명’ 현상도 심각하다.
사건의 촉발점이 된 검찰의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팀 구성과 그 대책은 법적 논리나 효과면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검찰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행위가 심각해 인터넷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명예훼손 게시글을 확인하고 증거를 채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고소·고발이 없더라도 공적 인물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판단해 수사에 착수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삭제 요청도 하겠다고 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대목은 ‘공익을 훼손할 목적성을 가진 허위사실’과 ‘명예훼손적 게시물’에 대한 국가기구의 광범위한 모니터링과 법적 제재가 적절한가이다. 허위사실과 관련해서는 2008년 외환외기 당시의 ‘미네르바 사건’이 데자뷰처럼 스쳐간다. 당시 박아무개씨는 다음 아고라에 외환보유고 문제 등을 지적한 글을 올렸고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에 ‘허위사실 유포전담반’을 신설해 그를 긴급체포했다.
당시 검찰은 공적 이슈를 다룬 게시글에 명예훼손죄를 적용하기 어려워 전기통신사업법 제47조 1항(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처벌한다)을 적용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공익을 해할 목적”이라고 한 부분의 의미가 불분명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결정했다. 특히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하면서 이 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번에 검찰이 내세운 ‘사이버상의 국론분열’ 역시 명확성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
당시 4명의 헌법재판관은 결정문의 보충의견에서 “‘허위사실’이라는 것은 언제나 명백한 관념이 아니다. 어떤 표현에서 ‘의견’과 ‘사실’을 구별해 내기 어렵다. 지금은 거짓으로 인식되지만 나중에 판단이 뒤바뀌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즉, 허위성의 최종적 판단은 법원의 몫이며, 모니터링을 통해 단기간에 허위 여부를 검증하는 건 곤란하다는 얘기다.
명예훼손성 게시물에 대해 수사기관이 광범위하게 인지수사를 하는 것도 부정적 효과가 우려된다. 우리나라의 명예훼손죄는 개인의 주관적 명예를 포함하고 있으며 피해자의 처벌 의사가 있어야 하는 반의사불론죄이다. 제3자가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 이유로 개인간 법익침해는 ‘신고 후 삭제’ 방식을 취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2 임시조치 제도이다. 이는 명예훼손 등의 경우 이용자가 인터넷서비스사업자에게 신고하면 즉각 삭제에 준하는 임시조처를 취하도록 한 것이다.
현재는 행정적 심의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상시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시정요구’를 통해 유해 게시물을 삭제하도록 인터넷사업자에게 요구하고 있다. 오히려 지나친 게시물 삭제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인터넷은 특정 국가의 규율 범위를 넘어서는 세계적 정보망이다. 국가 규제의 한계는 많은 이용자들의 ‘사이버 망명’에서 이미 확인되고 있다. 이는 인터넷규제가 범 세계적인 보편적 가치와 충돌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2011년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 등의 한정위헌 결정에서 인터넷에 대한 국가 규제에 대해 “자유를 원칙으로 금지를 예외로 하여야 하고, 금지를 원칙으로 허용을 예외로 해서는 안 된다”는 중요한 문구를 남겼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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