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조선 보도 화면 갈무리
현장에서
세모그룹 유병언 일가와 여성 신도들에 초점을 맞춘 종합편성채널 보도가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서 무더기로 제재를 받았다. <티브이 조선> 5월27~28일, 30일 간판뉴스 보도는 16일 방심위 전체회의에서 ‘주의’(법정 제재)를 받았다. 사생활·인권 보호 등의 위반이 사유였다. 티브이 조선은 보도에서 유 전 회장과 주변 여성의 관계에 집중했다.
그런데 회의에서 유독 다른 의견을 펼친 위원이 둘 있었다. 지난 5월 청와대 추천으로 선임됐을 때부터 논란이 컸던 대선캠프 출신 뉴라이트 성향 박효종 위원장과 공안검사 출신 함귀용 위원이다. 9명 위원(여 6, 야 3) 가운데 둘만 ‘문제 없음’ 의견을 냈다.
함 위원은 ‘부천서 성고문 사건’까지 언급하며 티브이 조선 보도를 공권력의 무리한 수사를 비판하는 ‘인권 보도’로 추어올렸다. 함 위원은 “검찰이 성관계 실시 여부 검사까지 하는 건 과잉 수사다. 국민에게 알려야 할 내용”이라며, “(부천서 사건 피해자) 권인숙씨 사건 같은 걸 보도하지 않으면 어떻게 세상에 알려질 수 있겠나. 방심위가 이걸 선정적이라고 보도할 수 없게 하면 앞으로 이런 보도를 어떻게 하겠나”라고 했다.
5공화국 말인 1986년 부천서 성고문 사건 때, 기자들은 이를 알고도 쓸 수 없었다. 권력이 철저히 보도를 통제했기 때문이다. 인권변호사들에게서 사건의 실체를 전해들은 김수환 추기경이 권씨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서 세상에 처음 드러났다. 통제를 뚫고 신문에 1단 기사가 실리면서, 소문이 사실의 영역으로 들어간 것이다.
티브이 조선 보도를 다시 살폈다. 남성이 여성의 어깨를 두드리는 장면을 일부러 재연하거나 “30대 여인…‘교주와 신도 이상의 관계’”와 같은 자막 등 둘 관계의 호기심을 부추기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여권 추천인 윤석민, 하남신 위원조차 ‘인권 침해 요소가 있다’며 ‘주의’ 의견을 냈다. 박효종 위원장만 “솔직하게 보도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겠나 싶다”며 함 위원에 동조했다.
함 위원의 특정종편 감싸기는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1일엔 의견진술을 하러 출석한 티브이 조선 제작진에게 “서면으로는 설명을 잘해놓고 구술 답변은 왜 제대로 못하냐”고 호통을 치며 마치 방송사와 한 식구인 듯한 광경을 연출했다. 인권침해 보도를 인권보호 보도라고 우기는 방심위원에게 ‘공정심의’ ‘방송의 공공성’이란 가치는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김효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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