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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미디어 전망대] 소를 데려갔으면 잘 키워야 / 강형철

등록 2014-10-27 20:29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취임 후 첫 담화문을 직접 발표하며 케이블티브이, 즉 종합유선방송(영문 약자로 SO) 관할권을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정부조직법 여야 협상이 이 문제로 마지막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국가 미래를 위해 이 문제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며 “핵심이 빠진 미래창조과학부는 껍데기”라고까지 말했다. 필자 주변 방송학자들은 농담 삼아 “소(SO)를 누가 키우느냐가 그렇게 엄청난 국가대사인지 몰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미래부 소관이 된 종합유선방송은 1년 반이 지난 지금 융합 환경을 선도하기는커녕 오히려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통신사 케이티(KT), 에스케이티(SKT), 엘지유플러스(LGU+)가 시작한 아이피티브이(IPTV)는 가입자 1000만명을 넘겼다. 반면에 ‘나이스 신용평가’의 전망으로, 현재 1500만인 종합유선방송 가입자 수는 1000만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더구나 아이피티브이는 모두 디지털 방식이지만 종합유선방송은 가입자 중 반이 넘는 800만이 아날로그 방식이다. 디지털 상품은 양방향성으로 인해 기술발전에 따른 서비스 확장성이 큰 ‘미래’인 반면 아날로그는 그렇지 못한 ‘과거’이다.

방송통신융합 환경에서 통신이 방송영역에 약진한 만큼 방송도 통신 영역에 진출해야 할 텐데 종합유선방송을 통한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는 2006년부터 16% 정도에 고착돼 있다. 게다가 방송영역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종합유선방송 인터넷은 저가에 전송 품질이 통신사보다 낮다. 컴캐스트(Comcast) 등 미국의 종합유선방송사들이 통신사들에 앞서 초고속 인터넷 사업시장을 주도하며, 이 수익이 방송사업을 넘어서고 있는 상황과 극명히 대비된다.

종합유선방송이 미래융합형 네트워크로 성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책당국이 시장환경을 잘 조절해 주어야 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표적인 것이 ‘클리어 쾀’(Clear QAM)이니 ‘8레벨 잔류 측파대’(8-VSB)니 하는 ‘역주행’형 대책들이다. 클리어 쾀은 텔레비전 수상기에 케이블방송 디지털 셋톱박스를 달아 판매하는 것을 말하고, 8레벨 잔류 측파대는 셋톱박스 없이도 고선명(HD) 화질을 볼 수 있게 하는 전송 기술이다. 그런데 두 방식 모두 고선명 화질은 맞지만 양방향성이 없다. 미래의 방송시청 방식인 브이오디(VOD)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그 밖의 다양한 양방향 서비스 상품의 발전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동안 잘해왔던 아날로그 종합유선방송을 디지털 종합유선방송 단계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디지털 ‘중계’ 유선방송으로 수준을 낮추는 것들이다.

종합유선방송사들은 당장의 가입자 수 늘리기에만 급급한 듯하다. 이 수치가 커야 홈쇼핑 채널에서 받는 수수료가 커지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새 투자자에게 이 수치를 자랑하며 사업체를 팔고 나갈 요량인 듯도 하다. 실적을 좋게 보이기 위해서 망이나 서비스 기술 혁신 투입보다는 주주에 대한 배당을 늘린다. 그러나 미래비전을 보여주지 않는 사업에 관심을 둘 투자자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정확한 유효 가입자 수조차 모르는 불투명한 시장은 매력적이지 않다! 사업자들의 개별적·단기적 이득추구가 전체적·장기적 손실이 되는 상황이라면 정부가 나서서 과감히 가지치기를 해주어야 한다. 소를 데려갔으면 튼실하게 잘 키워줘야 할 것 아닌가.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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