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미디어

디지털 시대의 코드를 해독하라

등록 2014-10-29 19:34수정 2015-10-23 14:47

김영주의 미디어 항해
<뉴욕타임스>의 혁신보고서가 한바탕 유행처럼 지나갔다. 지나갔다는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뉴욕타임스의 자기고백과 성찰, 전략 방향이 담긴 이 보고서는 언론계의 관심을 ‘디지털 우선(Digital First)’ 혹은 ‘디지털 중심(Digital Centric)’으로 옮겨 놓는데는 나름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꼭 보고서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한겨레>를 비롯한 몇몇 신문사들이 편집국 혁신을 위한 실험들을 시작했다. 늦었지만 반가운 시작이다.

뉴욕타임스는 혁신 보고서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우리가 만든 저널리즘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될지, 또 얼마나 영향력을 미칠지에 대해 늘 고민해 왔다. 그러나 정작 디지털 시대의 코드를 파헤치는 일은 충분치 못했다.”

뉴욕타임스 온라인 사이트. 누리집 갈무리
뉴욕타임스 온라인 사이트. 누리집 갈무리
그 결과, <허핑턴포스트>와 <플립보드>는 뉴욕타임스 기사를 활용해 뉴욕타임스보다 더 많은 트래픽을 가져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9월5일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던 9명의 문화 아이콘’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뉴욕타임스가 아닌 정보통신(IT) 전문 온라인매체인 <매셔블>(Mashable)에 실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매셔블의 온라인 지면을 사서 뉴욕타임스 기사를 ‘맞춤형 광고물’ 형태로 실은 것이다. 왜? 목표는 단순했다. 뉴욕타임스가 다가서길 원하는 독자(잠재적 독자)가 매셔블에 있기 때문이었다. 독자가 뉴스를 찾아가는 시대가 아닌 뉴스가 독자를 찾아가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뉴욕타임스도 독자를 찾아나서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미 독자들은 매셔블이나 허핑턴포스트, 플립보드 같은 ‘디지털 기반 뉴스 매체’ 쪽에 모여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9월 온라인매체인 <매셔블>의 지면을 사서 자사 기자가 작성한 기사를 내보냈다. 누리집 갈무리
<뉴욕타임스>는 지난 9월 온라인매체인 <매셔블>의 지면을 사서 자사 기자가 작성한 기사를 내보냈다. 누리집 갈무리
디지털 시대의 코드를 정확히 해석해 성공한 미디어 기업으로 좋은 사례가 있다. 1997년 인터넷에서 주문을 받아 우편으로 디브이디(DVD)를 대여해주는 서비스로 출발한 ‘넷플릭스’는 지금은 전세계에 5천만명의 가입자를 가진 플랫폼 사업자로 성장했다. 플랫폼으로서뿐 아니라 콘텐츠 제작에서도 파격적이고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챙겨본다는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성공은 예견된 것이었다. 넷플릭스는 그동안 축적된 넷플릭스 이용자들의 데이터, 이른바 빅데이터를 분석해 이용자들에게 제공할 콘텐츠의 장르, 감독, 배우를 결정했다. 그들은 ‘상상가능하고 접근가능한’ 모든 정보를 이용했다고 말한다. 하루 3000만건의 동영상 재생기록, 400만건의 이용자 평가, 300만건이 넘는 검색정보, 위치정보, 단말정보, 일시정지와 되감기 정보, 영상물의 컬러톤과 음량까지 조사했다. 여기에 시청률 데이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의 소셜 데이터와 같은 외부 정보까지 결합해 이용자의 선호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나온 작품이 <하우스 오브 카드>다.

미디어 효과 연구가 태동되던 1920~30년대, 연구자들은 ‘미디어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만 연구했다. ‘사람들이 미디어를 가지고 무엇을 하는가’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에 들어와서다. 기술도 산업도 소비자도 변하는 세상에 뉴욕타임스를 포함한 ‘올드 미디어’들은 여전히 옛날 사고에 머물러 있다. 이용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디로 옮겨가는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누가 우리의 고객인지 기본적인 정보조차 없다. 그러다보니 올드 미디어에게 고객은 여전히 블랙박스로 남아있다. 그런데, 블랙박스 안에 들어있는 디지털 코드를 해독해야만 실험은 성공할 수 있다. 넷플릭스가 그랬던 것처럼.

김영주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센터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