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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라

등록 2014-11-19 19:49수정 2015-10-23 14:47

김영주의 미디어 항해
영화 <비긴 어게인>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 본인이 설립한 회사에서 쫓겨난 남자 주인공 댄이 라이브 공연을 하는 바에서 여자 주인공 그레타가 기타를 치며 부르는 노래를 눈을 감고 듣고 있다. 댄의 상상 속에서 첼로, 바이올린, 피아노, 드럼이 연주되고, 그레타의 노래는 평범하고 밋밋한 노래에서 웅장함마저 느껴지는 아름다운 음악으로 재탄생한다. 댄의 상상이 아니었다면 뉴욕이라는 도시 전체를 스튜디오로 해서 음악을 만드는 작업도, 도시의 소음까지 배경음악으로 소화하는 일도, 기존의 음반회사를 버리고 온라인에 음원을 올리는 획기적인 일도 불가능했다.

상상력은 이런 것이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고 가능한 것들의 범위를 더욱 확장시킨다.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김영사 펴냄)라는 책의 첫 장에는 저자들이 한국의 독자들에게 전하는 자필 메시지가 적혀 있다.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라.’ 그리고 흥미롭게도 이 책의 358쪽을 보면,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라’는 문구와 함께 거리의 악사가 바이올린을 켜는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는 교향곡을 상상하는 여인의 삽화(그림)가 그려져 있다. 그레타의 음악을 듣는 댄과 묘하게 겹치는 그림이다. 구글의 상상력과 영화의 상상력이 통하는 순간이다.

그림 김영사 제공
그림 김영사 제공
필 사이먼은 그의 책 <플랫폼의 시대>에서 시대를 이끌고 있는 4대 플랫폼으로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을 꼽았다. 이들 기업의 출발선은 검색, 하드웨어 단말기, 전자상거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각각 달랐지만, 현재는 서로의 사업 영역으로 침투해서 경쟁할 뿐 아니라 전통 미디어 산업의 지각을 흔들고 있다.

이들 기업 가운데 구글의 행보는 매우 이채롭다. 검색엔진으로 시작한 구글은 광고, 메일, 블로깅, 사진 공유, 지도, 운영체계 및 웹브라우저, 플랫폼, 모바일 디바이스까지 확장하여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플레이 스토어를 통해 앱, 음악, 영화와 같은 디지털 콘텐츠를 판매하고, 유튜브는 전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로 성장했다.

구글의 실험은 구글 안경, 무인 자동차에서 태양광발전소와 같은 대체에너지, 인터넷 통신장비를 실은 열기구 풍선으로까지 뻗어나간다.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로 다시 돌아오면, 구글의 자원할당 원칙이 나온다. 바로 70/20/10이다. 자원의 70%는 핵심사업에, 20%는 최근에 개발된 것에, 나머지 10%는 신제품에 할당한다는 것이다.

10%의 투자가 너무 적은 것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새로운 구상에 지나치게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은 지나치게 적은 투자를 하는 것 못지않게 문제라는 게 구글의 생각이다. 나중에 실패했을 때 실패를 인정하기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미친 것 같은 아이디어’라도 일정한 지원을 해준다는 말이 그냥 하는 말 같지 않다. 실패할 수 있게,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게 해주는 것도 구글의 전략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구글의 혁신이 돈이 아니라 상상력으로부터 나왔다고 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발상인가? 구글의 모든 혁신이 상상력에서 나온 것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 분위기와 조직문화가 구글 혁신의 원동력임은 분명하다. 개인과 조직, 기업, 국가 모든 차원에서 혁신이 요구되는 시대다. 특히 무한경쟁의 시대에 들어선 미디어기업들, 구글과 경쟁하고 아마존과 애플과 페이스북과 경쟁해야 하는 전통 미디어기업들에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 조직문화는 혁신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김영주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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