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광고 합법화 5년 명암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한국방송)의 프랜차이즈 카페. 방송 화면 갈무리
2010년 29억→2013년 336억 ‘껑충’‘
구매 노골적 유인’ 제재 늘어
“시청권 침해” 불만도 커져 ■ 간접광고 매출, 5년 새 10배로 간접광고는 2009년 9월 방송법 개정으로 합법이 됐다. 오락·교양 프로그램이 적용 대상이다. 지상파 3사의 간접광고 매출액은 2010년 29억8000만원에서 2013년 336억3000만원으로, 케이블방송(종편 제외)은 같은 기간 22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늘었다. 각각 10배 이상 급증했다. 간접광고 관련 제재 건수도, 지상파 3사의 경우 2010년 14건에서 2013년 62건으로 뛰었다. 법규상 간접광고는 출연자가 해당 상품의 특·장점을 대사로 직접 언급하며 구매를 노골적으로 권유하면 안 된다. 상품 노출 시간(프로그램 시간의 5% 이내), 화면 크기(25% 이내) 등도 정해져 있다. 이를테면 지난 3월 <잘 키운 딸 하나>(에스비에스)는 극중 인물이 카푸치노 거품이 묻은 자신의 입술을 간접광고주의 타월 상품으로 닦으면서 “살짝 대기만 해도 거품 바로 흡수”라고 하는 등 상품의 장점을 길게 얘기하는 바람에 제재를 받았다. 간접광고 상품에 대해선 “맛있다”, “예쁘다”, “사진 잘 나왔네” 등 일반적인 짧은 언급만 가능하다. 시청자들의 불만도 함께 커졌다. 시장조사업체인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올해 전국 성인 9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를 보면, ‘피피엘이 시청권을 침해한다’는 데 동의한 응답자(36.3%)가 동의하지 않은 응답자(18.7%)의 2배였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은 “과도한 피피엘은 시청권 훼손뿐 아니라, 재벌이 등장하는 드라마가 늘어나는 등 시청자의 드라마 장르 선택권 자체를 축소시킨다. 교양 프로에 나오는 상품도 간접광고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드라마 <유령>(에스비에스)의 최신형 카메라. 방송 화면 갈무리
간접광고와 함께 묶어 계약하기도
“광고주들이 콘티까지 짜 와”
결국 ‘촌스러운 장면 양산’ 이어져 간접광고 시장이 급성장했다고 하지만, 이는 합법화 당시 예상 규모(1600억~1900억)의 절반도 안 된다. ‘협찬’이라는 수익 창구가 편법적 광고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협찬은 프로그램 제작에 상품·장소 등을 후원하는데, 협찬주는 간접광고에 준하는 광고 효과를 기대한다. 또 제작사 쪽에선 직거래가 가능한 협찬을 선호한다. 간접광고는 방송광고의 한 유형으로서 지상파·종편의 경우 미디어렙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최고다 이순신>(한국방송)은 협찬주의 차량을 지나치게 노출하고, 다른 협찬주(제과업체)의 실제 로고와 유사한 모양새의 로고를 만들어 여러 번 노출하는 바람에 법정 제재를 받은 적이 있다. 협찬은 극중 상표 노출이 금지돼 있다. 협찬 쪽을 늘리고자 간접광고와 협찬을 묶어 계약하거나 뒤늦게 기존 협찬 계약에 간접광고 계약을 추가해 ‘면피’를 하는 관행도 생겼다. 지난 9월 국감에서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개한 한국방송 드라마 <빅>의 광고 계약서를 보면, 계약금 총 1억3000만원(간접광고 7000만원, 협찬 6000만원)에 ‘간접광고로 상품 노출 5회 + 협찬에 따른 노출 5회’가 명시돼 있다.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편법’ 피피엘 계약서가 공개된 드라마 <빅>(한국방송)에서는 광고회사 화장품이 ‘대놓고’ 노출됐다. 방송 화면 갈무리
드라마 <상속자들>(에스비에스)의 아웃도어 상품이 등장하는 장면. 방송 화면 갈무리
사실감 살리려는 제작자 노력 필요
제작환경 개선·제도 정비 시급
‘콘텐츠 질 담보’ 논의 뒤따라야 비정규직 사원의 고달픈 직장생활을 그린 <미생>(티브이엔)에도 숙취해소음료와 복사용지 등 피피엘은 많다. 오 과장이 장그래 등 부하직원들에게 커피를 타주며 “황금비율”이라고 특정 커피회사의 광고 문구를 되뇌는 ‘아슬아슬’한 장면도 있었지만, 제작자의 노력으로 피피엘이 작품에 잘 녹아들어가 사실감을 살렸다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다. 잘 만들면 시청자들도 ‘애교’로 봐줄 수 있다는 얘기다. 피피엘이 시청권을 침해한다는 응답자가 많았던 마크로밀엠브레인 설문조사에서도 ‘피피엘은 수익창출을 위한 자연스러운 마케팅 방법’이라는 데 동의하는 사람이 과반(58.8%)이었다.
드라마 <아이언맨>(한국방송)의 손목시계형 휴대전화. 방송 화면 갈무리
PPL(Product PLacement)
보통 간접광고와 동의어로 쓰인다. 간접광고는 일정한 시간, 크기 등의 제한 아래 상품을 프로그램에 노출시키는 것이며, 합법적인 광고의 한 종류이므로 상표 노출도 가능하다. 반면, ‘편법’ 피피엘의 수단이 되는 협찬은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물품·장소·경비·인력 등을 제공받는 것으로, 상표 노출이 금지되며 프로그램이 끝난 뒤 자막으로만 협찬주를 알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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