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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덕 사퇴 안 하면 조희연에 표 간다”…종편, 도 넘은 ‘편파’

등록 2014-11-30 21:26수정 2014-12-01 09:14

[월요리포트] 출범 3년 종편의 현주소
TV조선·채널A 시사 프로 분석
방송법 6조(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1항은 “방송 보도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이 법은 종합편성채널(종편)의 허가와 승인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의 규정과 현실은 많이 다르다. <티브이조선> 등 종편은 공정성과 객관성의 가치가 아니라, 보수 쪽의 정치적 이해득실에 좀더 치중하고 있음을 방송 내용이 보여주고 있다. 티브이조선의 ‘돌아온 저격수다’와 <채널에이>의 ‘쾌도난마’ 등 두 종편의 대표적인 낮 시사 프로그램이 올해 들어 정치·사회 주요 이슈(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 세월호 참사 등)를 어떻게 다뤘는지 살폈다.

■ 노골적인 여권·보수 편향

“수도권에서 여권이 패배한다면 레임덕 현상이 빨리 일어날 것이다. 세월호 국면으로 정치권이 빨려 들어간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장악능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고 해운 마피아 등 여러 문제들이 심해질 수 있다.” 지난 6·4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돌아온 저격수다’(5월18일)에 출연한 김성욱 한국자유연합 대표가 한 발언이다. 여권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이런 발언들은 선거를 앞두고 더욱 두드러졌다. “(딸 문제가 불거진) 고승덕 후보는 지금 상태에선 사퇴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희연 후보에게 표가 갈 수 있다.” 한규섭 서울대 교수가 채널에이 ‘직언직설’(6월3일)에 패널로 나와 한 발언이다. 이를 두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분석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편파성은 온 국민이 애도했던 세월호 사건을 소재로 한 방송에서도 관철됐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협상이 결렬된 9월1일 “옆집서 해상 교통사고 났는데 내가 돈 내서 메꾼다. 교통사고가 난 것을 세금으로 메꾼다”(‘돌아온 저격수다’, 신혜식 <독립신문> 대표)라는 주장이 전파를 탔다. 세월호 참사를 단순 교통사고로 몰고 가려는 여권의 의도와 부합하는 논리다. 신 대표는 세월호 유족들의 ‘대리기사 폭행’ 사건이 터지자 “피해자에게 수사권·기소권을 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조롱하기도 했다.(‘돌아온 저격수다’ 9월17일)

야권의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한 공세도 집요했다. 심지어 박 시장 부인의 외모가 공격 소재가 됐다. “박원순 우리 서울시장의 사모님도 박원순 시장처럼 자연주의자, 환경주의, 그런 휴머니즘을 가지고 살아가시는 평범한 소시민의 주부인지 이렇게 좀 보여주시면 좋겠어요. (중략) 나경원 시장 후보가 1억짜리 피부샵에 다닌 얼굴인지, 박원순 시장 사모님이 평범한 소시민의 얼굴이신지 서울시민들이 판정하게끔 하자 이거예요.”(‘쾌도난마’ 3월21일,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 방송은 나 의원과 박 시장 부인의 사진을 크게 내보냈다. 이 방송은 “형평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방심위로부터 권고 제재를 받았다.

“여권 지면 레임덕 빨리 생겨”
지방선거·세월호 보도 ‘편향’

시사·뉴스 비율 50%에 육박
“국민, 불공정 뉴스에 과다노출”

■ 허위 보도에 정정도 인색

패널이 보수 위주로 구성되었다면 사회자라도 균형을 잡는 구실을 해야 한다. 하지만 사회자들이 패널의 일방 주장에 동조하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돌아온 저격수다’의 사회자 장원재 전 숭실대 교수는 신 대표의 ‘교통사고’ 발언에 “국가가 보험회사가 아니잖냐”고 맞장구를 쳤다. “야권도 이용했죠. 여야 똑같다. 정쟁화했다. 지겹다.”(‘쾌도난마’, 박종진 사회자) 세월호 특별법 협상 과정을 놓고 사회자가 ‘지겹다’고 야권을 몰아세운 것이다.

진보진영과 야당 전체를 ‘종북’으로 몰아가는 발언들도 여과없이 전파를 탔다. “친북 좌파에게 얽매인 친노의 집권은 물론이고 친노에게 볼모 잡힌 야당의 존재마저도 해악적이다. 이들이 정권을 잡으면 정치는 살육적이고 나라는 전쟁터가 되기 십상이다.”(‘돌아온 저격수다’ 3월11일, 김성욱 한국자유연합 대표)

허위사실이 동원되기도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이 다수당이기 때문에 대연정을 제안했다. 입법도 예산도 통과시킬 힘이 없는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대연정을 제안했다.”(‘돌아온 저격수다’ 2월5일, 진성호 전 한나라당 의원) 노 전 대통령이 대연정을 제안했던 2005년 다수당은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었다. 이 프로는 방송 뒤 공식 정정보도를 하지 않았다.

■ 종편 맞나, 시사·뉴스가 50%

종합편성채널임에도 티브이조선 등은 시사·뉴스 비율이 50%에 육박한다. 방송의 내용도 문제인데, 이런 막말 편향 방송이 과잉공급되고 있는 것이다. 윤성옥 경기대 교수가 11월 둘째 주 각 방송사 편성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한국방송1>(KBS1)은 1주일 동안 방송된 보도·시사 프로그램이 2975분이었으나, 티브이조선은 5100분, 채널에이는 4440분에 이르렀다. 티브이조선은 전체 방송 시간의 절반이 넘는 시간을 시사·보도 프로그램에 투입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자료를 봐도, 지난해 종편의 보도 편성 비율은 티브이조선 48.2%, 채널에이 43.2%, 제이티비시 14.2%였다. 윤 교수는 “종편의 보도·시사 프로그램들은 사실전달과 의견표명의 구분이 불가능하다. 이런 불공정 프로그램들이 국민들에게 필요 이상으로 과다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본질이 세상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합리적인 판단의 근거를 제시해줌으로써 건전한 여론 형성을 돕는 것이다. 종편에선 이런 저널리즘의 기본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남재일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종편의 시사·보도 프로들은 뉴스를 하나의 쇼로 만들어 상업화하고 있다. 보수 성향의 정파성을 뚜렷하게 내세우면서 보수층들을 결집시키는 상품”이라고 지적했다.

이정국 김효실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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