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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허니버터칩과 ‘땅콩 부사장’

등록 2014-12-10 19:38수정 2015-10-23 14:46

김영주의 미디어 항해
‘인터스텔라 아이맥스로 보면서 허니버터칩 먹기.’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그 구하기 어렵다는 허니버터칩을 나는 편의점에서 ‘2+1’으로 끼워팔 때 사먹었다. 페이스북 친구가 두 달 전에 사진과 함께 올린 글 덕분이다. “원래 과자를 안 좋아하는데 이 허니버터칩 완전 중독성 있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허니버터칩 구하기가 하늘에서 별따기라는 기사, 이 과자를 만든 회사 주식이 올랐다는 기사, 이 과자가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실험과 노력이 있었는지 알려주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나는 이 모든 기사들을 페이스북에서 읽었다. 페이스북의 또 다른 친구는 미국에 있는 딸을 보러가는데 딸의 특별 주문으로 허니버터칩을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 흔한 텔레지전 광고, 신문 광고 하나 없이 허니버터칩은 감자칩 세계를 제패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누리집 갈무리
한겨레 자료사진, 누리집 갈무리
허니버터칩 못지않게 요며칠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한 주인공은 마카다미아란 땅콩이다. 언론에서도 페이스북에서도 대한항공 부사장,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시끄럽다. 대한항공은 땅콩 한 봉지 때문에 곤경에 처했다. 엄청난 비용을 들이는 그 어떤 광고보다 이번 사건은 대한항공의 이미지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론 안 좋은 방향으로.

대한항공의 사과문이 올라왔을 때, 페이스북에서 볼 수 있었던 흔한 반응은 ‘대한항공에는 홍보팀도 없는가’였다. 국민 정서와는 전혀 다른 처방이 내려졌고, 그에 대한 잠재적 고객들의 반응은 소셜미디어에서 온통 싸늘하게 나타났다. 대한항공의 태극로고를 땅콩으로 바꿔 만든 ‘땅콩항공’이라는 합성사진(아래)까지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다.

최근에 아주 흥미로운 동영상을 봤다.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현철 편’이란 제목이 달려있다. 이 동영상은 트로트 가수의 뮤직비디오가 아니라, ‘씽큐 베리 머치(Think you very much)’라는 슬로건을 가진 한 증권회사의 홍보 동영상이다. 이 동영상은 유투브를 통해서 알려졌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됐다. 이들에게 그 증권회사는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을 하는 회사로 기억할 것이다. 이는 미국 기업의 90%가 하고 있다는 이른바 ‘콘텐츠 마케팅’이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티브이나 신문과 같은 전통적인 미디어에 광고를 하는 게 아니라, 특정 고객에게 가치있고 일관되면서 연관성이 높은 콘텐츠를 만들어 확산시키는 마케팅 기법이다. 유튜브,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등 모든 소셜미디어가 기업이 만든 콘텐츠를 공유하고 확산시키는 매개체로 활용된다.

한겨레 자료사진, 누리집 갈무리
한겨레 자료사진, 누리집 갈무리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엄청난 돈을 들여 누가 볼지도 모르는 미디어에 광고를 하는 것보다 자유로운 형식과 내용으로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 마케팅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콘텐츠 마케팅을 위한 소셜미디어는 저렴하거나 공짜인데다 확산의 범위는 국경도 뛰어넘는다. 입소문이 무서운 것은 그 기저에 ‘공감’의 정서가 흐르기 때문이고 이제 소셜미디어라는 날개까지 달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사람들이 공감하지 않는 사과문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기업 최고경영자의 일거수 일투족도 콘텐츠가 되어 유통되는 세상이다. 최고경영자의 사소한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도 마케팅의 대상이 되는 시대에 부사장의 행동과 대한항공의 대처는 참으로 시대착오적이다.

허니버터칩이 왜 성공했는지, 많은 기업들이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어 고객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지 대한항공뿐 아니라 모든 기업들이 고민해볼 일이다. 그리고 모든 기업에는 당연히 미디어기업도 포함된다.

김영주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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