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6층 회의실에서 조은 위원장(오른쪽 셋째) 주재로 열린편집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테마섹션 ‘esc’와 ‘책과 생각’
<한겨레>는 매주 목요일에 스타일과 요리, 여행 등을 묶어 ‘esc’라는 이름의 섹션을 싣고 있다. 커버스토리와 마지막의 에세이 지면까지 모두 6개 면에 걸쳐 있다. 또 매주 금요일에는 ‘책과 생각’이라는 이름으로 서평 기사와 세계의 지성 흐름 등을 싣는다. 7개 면에 걸쳐 커버스토리와 교양, 출판, 문학, 학술, 어린이·청소년, 에세이 등이 실린다.
보통 esc 섹션은 젊고 발랄하다는 평가를 받고, 책과 생각 섹션은 무겁고 진중하다는 평을 듣는다. 대중문화와 함께 편집국 문화부의 다른 두 축을 이루지만, 상반된 영역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취향에 따라 평가가 엇갈리기 쉬운 영역이기도 하다.
독자들이 한겨레라고 하면 떠올리는 여러 이미지 가운데 두 섹션도 분명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제4기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 사외위원들은 두 섹션에 대해 대체적으로 큰 방향은 잘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평 섹션은 많은 정보를 풍부하게 소개해주고 있어 좋다는 반응이고, esc 섹션은 “돈을 덜 들이면서 품위있게 사는 법”에 대한 소개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
하지만 한 걸음씩 더 앞으로 나아가 줬으면 하는 주문도 빼놓지 않았다. 서평 섹션에선 청소년을 위한 책 소개와 청소년 필자 발굴 등을 요청했다. esc에선 좀더 현실에서 유용한 정보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지난 15일 조은 위원장의 사회로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6층 회의실에서 열린 제4기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 2차 회의 내용을 정리해 지상중계한다.
번역서보다 국내저작 많이 다뤄주길
내용 소개 넘어 사회 통찰 결합을 ■ 많은 책 소개 좋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갔으면 조은 위원장 ‘책과 생각’부터 시작할까 한다. 책 섹션에 대해 “가장 한겨레답다”는 얘기도 있고, 출판사보다는 오피니언 리더 입장을 취하는 거의 유일한 일간지 서평이란 평가도 있다. 한지혜 작가 한겨레의 책 섹션은 다른 매체보다 많이 책을 소개한다. 고미숙 선생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 소개 글(11월21일치 24면) 등 굉장히 좋은 내용들이 많다. 고전을 소개할 때 어렵게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글은) 읽기도 쉬웠다. 얼마 전 또래 엄마들이 모였는데, <피터팬>이나 <톰 소여의 모험> 등 우리 세대가 어릴 때 읽었던 것을 요즘 아이들은 왜 읽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왔다. 어린이와 어른을 대상으로 한 책 소개는 많은데, 중간 단계 아이들한테는 가이드가 없다. 그런 면에서 중고생 아이들이 읽을 책을 소개하는 지면이 현재 어느 매체에도 없는데 한겨레에 그런 게 있으면 좋겠다. 조은 책 섹션에도 한겨레의 의제 설정이 있는 것 같다. 다른 매체의 서평보다 불평등 문제나 동아시아와 통일, 북한 문제 등에 좀더 주목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내용이 부드럽거나 교양 위주의 책을 골라 서평을 싣는 다른 신문과 달리 한겨레는 딱딱하다는 평가도 있다. 단순한 스타일의 문제인지, 의제 설정과 관련됐기 때문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돈키호테> 등 ‘고전 새로 읽기’의 시도는 좋은 것 같다. 고전은 읽을 때마다 다르기에 새로 읽는 방식이 나와야 한다. 최영묵 부사장 한겨레 책 섹션은 일단 정보량이 많고 묵직한 주제들이 장점이다. 그러나 한겨레도 외연을 넓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점을 살리면서 교양 쪽을 좀더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 한겨레 하나만 보고도 우리 사회가 돌아가는 걸 어느 정도 일별할 수 있도록 안배와 균형이 있는 지면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테면 경영 관련 서적도 필요하다. 경영지침서라고 해서 돈벌이만 얘기하는 게 아니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면 머리에 이런 책을 소개해줬으면 한다. 그렇게 하면서 우리 시스템의 문제와 연결시켰으면 한다. 소프트하면서도 의미있는 것을 곁들였으면 한다. 거의 모든 머리기사가 무거운데, 조금 달라졌으면 좋겠다. 정연우 교수 출판면의 내용이 좋다. 한겨레 장점이 잘 드러난 지면이다. 한겨레가 고급지를 지향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그럼에도 몇 가지 지적하자면 첫째, 다른 신문도 비슷하지만 서평을 깊이있게 쓴 상당수는 외국 번역서다. 국내의 지식 생산을 촉진하고 장려하기 위해서라도 국내 저자의 책을 많이 다뤘으면 좋겠다. 물론 국내 서적 가운데 깊이 있는 책이 적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앞으로는 의도적으로라도 국내 맥락을 다룬 책을 비중있게 소개해줬으면 한다. 둘째, 서평이 분량도 많고 내용도 자세히 서술하지만, 책 내용에만 머문 경우가 많다. 이 책을 통해 현재 한국 사회를 어떻게 볼 것인가, 그게 무슨 의미냐, 어떤 함의를 갖고 있느냐, 한국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되느냐를 다뤄야 한다. 이런 식의 접근은 다른 매체의 서평이랑 차별화하는 포인트가 될 것이다. 경영 부문을 다뤄도 좋은데, 성공이나 창업, 성장 스토리로 이어지는 것은 조심했으면 한다. 자기개발서도 그렇다. 샤오미를 커버스토리로 다뤘는데(11월7일치 18면), 그런 책이 지성계가 고민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인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성장담론과 관계된 책은 다른 매체에서 많이 다룬다. 한겨레는 균형과 조화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가치가 모든 면에서 투영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신간이 아니라 지나간 책 가운데 현시점에 의미있는 책을 발굴해 소개해줬으면 좋겠다. 대학가에 권장도서가 있듯이 한겨레도 그런 것을 만드는 것은 어떨지 싶다. 대중영합 않으면서 호감 높여야
‘esc’에 사람 이야기 더 들어가길 ■ 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책을 볼 수 있도록 조은 지나간 책을 다시 찾아 읽을 수 있도록 돕는 코너는 매주 토요일에 실리는 ‘정희진의 어떤 메모’가 아닌가 한다. 이 난은 참 즐겨 본다. 이러한 좋은 필진을 더 발굴해 좀더 다양한 서평 기사를 실었으면 좋겠다. 출판사를 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는 “한겨레만큼 책면이 많은 신문이 없다. 요즈음 사람들이 너무 책을 안 사 봐서 한겨레가 책면을 계속 풍부하게 지킬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하더라. 지식인이나 오피니언 리더들을 위한 한겨레의 역할을 생각하면, 기사는 재미있게 쓰더라도 소프트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상재 사무국장 소개하는 책을 선택할 때 한겨레가 지향하는 가치를 염두에 두고 요즘 세대와 세상에 던지는 화두를 잘 선정하고 있는 것 같다. 청소년 책이나 유아·아동 도서를 소개할 때 전문가의 소개와는 다른 차원에서 당사자인 청소년과 부모가 선호하거나 소개하고 싶은 책이 따로 있을 수 있다. 아이에게 전집을 사줘도 그 가운데는 아이가 유독 좋아해 몇 번을 보는 책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혁신학교를 비롯해 전국의 학교에 잘 운영되고 있는 책읽기 동아리가 많이 있고, 이 아이들 글 가운데 좋은 게 많다. 필진을 넓히고 독자들에게 가깝게 다가간다는 차원에서도 이런 글을 골라 실었으면 좋겠다. 전국에 수많은 성인 독서모임이 있는데,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돌아가면서 그들 모임에서 추천하는 책을 따로 소개해주는 것은 어떨까. 조은 요즘 아이들에게 어떻게 책을 읽힐 수 있을까 고민인데, 좋은 의견이다. 여러 책읽기 모임에서 나오는 좋은 얘기들도 발굴해줬으면 한다. 김영희 문화부장 일반인들이 세월호와 관련해 쓴 에세이를 묶은 책이 지난가을 나왔다. 한겨레 창간독자가 돈을 댔다. 살펴보니 독서모임이나 글쓰기모임이 굉장히 많더라. 조은 책 섹션 기획인 ‘진태원의 다시, 변혁을 꿈꾸다’ 꼭지는 그냥 넘겼다가도 다시 모아서 본다. 주제가 무겁다고 하겠지만, 이런 기획도 좋다. 그런 면에서 책 섹션은 가장 실험적인 부문일 수도 있다. 새로운 것을 많이 시도해보면 좋겠다. 정연우 책 섹션은 직접 책을 잃지 않아도 세계의 지적 흐름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책을 직접 사 보면 좋겠지만, 소개글을 보는 것만으로도 균형과 흐름을 알 수 있다. 서울색 너무 강해 지역독자 소외감
‘돈 덜 들이며 품위있는 삶’ 정보를 ■ esc, 품위있는 삶에 도움 조은 ‘esc’ 섹션의 타깃 독자층은 어디일까. ‘시민의식을 가진 중산층’에 파고들겠다는 것인가. <중앙일보>의 ‘강남통신’ 섹션을 보면 서울 강남 주민이 주요 타깃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esc는 집 이야기나 전시회 소개 등을 하더라도 강남통신의 그것과 많이 다르다. 어떻게 평가하는지 열린편집위원들의 의견을 들어보자. 최영묵 한겨레가 장점을 살리면서도 자칫 외골수에 빠지지 않도록 다른 신문의 서평과 문화면 기사를 참고해 취할 건 취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닮아가라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모든 언론사가 스스로 이념적, 정파적 우물을 파고 들어앉아 뚜껑까지 닫고 세상을 바라보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겨레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살리면서도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함께 갈 것인가, 이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기 좋은 지면 중 하나가 esc 섹션일 것이다. 조은 사실 esc는 진영 논리에 발 담그기 싫은 사람들도 찾는 지면이다. 품위있는 여행, 삶의 스타일 등에 대한 정보가 있다. 중산층의 라이프스타일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그런 방향으로 계속 살려갔으면 좋겠다. 대중 영합적이지 않으면서도 대중의 호감도를 끌어오는 지점이다. 요리면을 보면서 한겨레에 안 어울린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소개되는 요리의 내용은 근사한 연회나 호텔 요리가 아니라 우리 삶과 가까운 요리이다. 돈이 있어야 취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회이지만, 한겨레가 꼭 그런 건 아니라고 말하는 지면이 됐으면 한다. 신문은 독자들의 취향을 만들어낼 수 있고, 실제 그렇게 하고 있다. 정연우 일상으로부터 탈피하자는 취지를 갖고 있는 지면으로 보인다. 한겨레 기사는 너무 무겁고 진지한데, 어떤 때는 이를 덜어놓고 가볍게 하자는 것이다. 다른 신문에 견줘 더 젊고 발랄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한겨레가 지향하는 가치와 다르지 않다. 그런 면에서 괜찮다. 강남 중산층 취향과는 다르다. 모피와 호텔, 고급 양주, 큰 아파트 얘기가 아니고, 작은 우리 생활의 일상을 다룬다. 생태 공동체의 얘기도 많이 녹아 있다. 공동주거나 소외된 노인의 공동체 문제도 다룬다. 다만, 여행이나 스타일, 취향 얘기를 풀어가더라도 사람 이야기가 들어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금은 대체로 건조한 느낌이다. 사람 냄새와 감성이 더 들어 있으면 재미있고 부드럽겠다고 생각한다. 외국여행을 소개할 때도 뜻밖의 에피소드 등이 함께 버무려졌으면 좋겠다. 다른 신문 문화면은 대개 40~50대의 중산층 이상을 독자 타깃으로 삼아, 주부잡지에 들어갈 내용이 중심이다. esc 섹션과 <한겨레21> 등에는 30대의 취향이 잘 녹아 있다. 진보적 취향이 한겨레 지면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느낌이다. 조은 꼭 진보라는 낱말을 쓰지 않아도, 돈 안 들이고 멋있게 살고 싶은 사람을 지향하는 것이다. 돈을 덜 쓰면서도 품위있게 여행하는 게 좋지 않나. ■ 현실성은 고민해야 한지혜 잡지류 기사를 좋아해 esc 지면을 즐겨 본다. esc 기사를 실질적으로, 세속적으로 대입해 보기도 한다. 내 생활에 어떻게 적용할까 생각해보면, 디테일에서 걸리기도 한다. 이를테면 ‘마당있는 전셋집 내 집처럼 고쳐 살기’(11월27일치 18, 19면)를 보면서 ‘다음에 재계약할 수 있는지 두고 보자’는 생각이 바로 들더라. 전셋집은 수리를 할 수 없는 게 보통이다. 웬만한 시내 아파트 실제 가격보다 높은 전셋값을 주고 산다는 게 현실적인지도 잘 모르겠다. 집에 게스트하우스를 내는 것도 근사해 보이지만, 모두 외국인 대상이다. 그런 점에서 세속적으로 따지면 한겨레가 소개하는 내용이 더 비쌀 수 있다. 김영희 esc는 기본적으로 정보를 주는 지면이다. 처음 만들 때 젊은층과 기존의 한겨레 독자가 아닌 사람까지 타깃으로 삼자고 했다. esc 내용이 독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주는 측면도 있다. 나만 해도 당장 내가 하지는 않아도 이런 게 있구나, 언젠가 나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기사를 보면서 한다. 한지혜 카타르 도하의 환승여행 기사 같은 것은 많은 도움이 됐다. 저가 항공을 이용하는 사람은 환승을 많이 한다. 그 기사를 보면서 환승 기회를 잘 이용해 새로운 여행을 체험할 수 있겠다, 다른 데는 이런 것이 없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최영묵 esc가 처음에 별지로 나왔을 때가 더 파격적이고 읽을거리가 많았던 것 같다. 많은 비용이 드는 소비 스타일이 아니라 돈을 비교적 적게 들이면서도 어떻게 일상에서 탈출할까, 그런 정보를 제공하는 게 한겨레의 콘셉트일 것이다. 그런 정보들도 찾아보면 다양하게 소개할 수 있다. 여행 기사의 경우, 흔히들 배낭여행이 돈이 덜 드는 것처럼 알고 있지만 잘못하면 훨씬 많이 든다. 오히려 깃발부대(여행상품)를 따라다니면 더 많은 것을 구경할 수도 있다. 한겨레는 이런 여행상품을 소개하는 난이 적은 것 같다. 또 외국여행이 반드시 비싼 것도 아니다. 1년에 한 번 적금 붓듯이 돈을 모아서 여행 가는 사람, 그걸 낙으로 삼는 중산층도 많다.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사가 적은 것 같다. 조은 한겨레가 작은 게스트하우스 등을 찾아 소개해주는데, 호텔 파티보다 훨씬 좋은 데도 많다. 그런 곳을 더 많이 발굴해줬으면 한다. 이상재 esc가 처음 별지로 나왔을 때, 손꼽아 기다렸다가 챙겨 볼 정도로 재미있었다. 주변의 나이 든 분들 가운데는 한겨레가 왜 이런 기사를 싣느냐며 부정적으로 말하는 분들도 많았다. 지금은 파격적인 면이 좀 줄었다. 어떨 때는 간접광고를 보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또 서울색이 너무 강하게 드러나 지역 독자들은 소외감을 많이 느낀다. 예를 들어 맛집도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중심이다. 최근의 스키장 소개 기사에도 모두 경기, 강원권 스키장이고 무주 쪽은 없었다. 무엇보다 지역도 사람들이 사는 곳이란 것을 유념해주었으면 좋겠다. esc 섹션에 연재하는 ‘성석제의 사이 이야기’ 에세이는 재미있기는 한데 어떤 의도로 싣는 건지 불투명해 보인다. 한지혜 저는 성석제의 에세이를 재미있게 읽고 있다. 조은 esc와 관련해 세대 문제를 언급하기도 하지만, 세대의 장벽을 넘어서야 할 것이다. 20~30대 독자 수가 적을 수도 있지만, 대중 영합적이라기보다 대중과 함께 호흡한다는 측면에선 과감하게 부딪쳐 젊은 감각을 유지하는 게 맞다고 본다. 김종철 신문부문장 책이나 esc 섹션은 편집국 간부들의 간섭이나 개입 없이 자기 철학과 전문성을 갖고 있는 기자들이 중심이 돼서 꾸려가고 있다. 물론 그들도 큰 틀에서는 한겨레가 지향하는 방향이나 정체성에 발맞춰 만들고 있다. esc 섹션의 경우 팀원들이 두 달에 한 번꼴로 한 주제로 지면을 만드는 등 새로운 실험을 하는 등 공을 많이 들이고 있으며, 독자들의 평도 좋다. 정보를 많이 담아주고, 수도권 중심을 탈피하라는 등 오늘 지적하신 내용은 책이나 esc 섹션을 만드는 문화부 구성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조은 한겨레가 우리 사회에서 예외적 존재인 것은 어쩔 수 없다. 돈이 덜 들면서도 격조있는 라이프스타일을 만드는 데 더 많은 도움을 주셨으면 한다. 정리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내용 소개 넘어 사회 통찰 결합을 ■ 많은 책 소개 좋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갔으면 조은 위원장 ‘책과 생각’부터 시작할까 한다. 책 섹션에 대해 “가장 한겨레답다”는 얘기도 있고, 출판사보다는 오피니언 리더 입장을 취하는 거의 유일한 일간지 서평이란 평가도 있다. 한지혜 작가 한겨레의 책 섹션은 다른 매체보다 많이 책을 소개한다. 고미숙 선생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 소개 글(11월21일치 24면) 등 굉장히 좋은 내용들이 많다. 고전을 소개할 때 어렵게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글은) 읽기도 쉬웠다. 얼마 전 또래 엄마들이 모였는데, <피터팬>이나 <톰 소여의 모험> 등 우리 세대가 어릴 때 읽었던 것을 요즘 아이들은 왜 읽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왔다. 어린이와 어른을 대상으로 한 책 소개는 많은데, 중간 단계 아이들한테는 가이드가 없다. 그런 면에서 중고생 아이들이 읽을 책을 소개하는 지면이 현재 어느 매체에도 없는데 한겨레에 그런 게 있으면 좋겠다. 조은 책 섹션에도 한겨레의 의제 설정이 있는 것 같다. 다른 매체의 서평보다 불평등 문제나 동아시아와 통일, 북한 문제 등에 좀더 주목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내용이 부드럽거나 교양 위주의 책을 골라 서평을 싣는 다른 신문과 달리 한겨레는 딱딱하다는 평가도 있다. 단순한 스타일의 문제인지, 의제 설정과 관련됐기 때문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돈키호테> 등 ‘고전 새로 읽기’의 시도는 좋은 것 같다. 고전은 읽을 때마다 다르기에 새로 읽는 방식이 나와야 한다. 최영묵 부사장 한겨레 책 섹션은 일단 정보량이 많고 묵직한 주제들이 장점이다. 그러나 한겨레도 외연을 넓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점을 살리면서 교양 쪽을 좀더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 한겨레 하나만 보고도 우리 사회가 돌아가는 걸 어느 정도 일별할 수 있도록 안배와 균형이 있는 지면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테면 경영 관련 서적도 필요하다. 경영지침서라고 해서 돈벌이만 얘기하는 게 아니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면 머리에 이런 책을 소개해줬으면 한다. 그렇게 하면서 우리 시스템의 문제와 연결시켰으면 한다. 소프트하면서도 의미있는 것을 곁들였으면 한다. 거의 모든 머리기사가 무거운데, 조금 달라졌으면 좋겠다. 정연우 교수 출판면의 내용이 좋다. 한겨레 장점이 잘 드러난 지면이다. 한겨레가 고급지를 지향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그럼에도 몇 가지 지적하자면 첫째, 다른 신문도 비슷하지만 서평을 깊이있게 쓴 상당수는 외국 번역서다. 국내의 지식 생산을 촉진하고 장려하기 위해서라도 국내 저자의 책을 많이 다뤘으면 좋겠다. 물론 국내 서적 가운데 깊이 있는 책이 적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앞으로는 의도적으로라도 국내 맥락을 다룬 책을 비중있게 소개해줬으면 한다. 둘째, 서평이 분량도 많고 내용도 자세히 서술하지만, 책 내용에만 머문 경우가 많다. 이 책을 통해 현재 한국 사회를 어떻게 볼 것인가, 그게 무슨 의미냐, 어떤 함의를 갖고 있느냐, 한국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되느냐를 다뤄야 한다. 이런 식의 접근은 다른 매체의 서평이랑 차별화하는 포인트가 될 것이다. 경영 부문을 다뤄도 좋은데, 성공이나 창업, 성장 스토리로 이어지는 것은 조심했으면 한다. 자기개발서도 그렇다. 샤오미를 커버스토리로 다뤘는데(11월7일치 18면), 그런 책이 지성계가 고민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인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성장담론과 관계된 책은 다른 매체에서 많이 다룬다. 한겨레는 균형과 조화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가치가 모든 면에서 투영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신간이 아니라 지나간 책 가운데 현시점에 의미있는 책을 발굴해 소개해줬으면 좋겠다. 대학가에 권장도서가 있듯이 한겨레도 그런 것을 만드는 것은 어떨지 싶다. 대중영합 않으면서 호감 높여야
‘esc’에 사람 이야기 더 들어가길 ■ 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책을 볼 수 있도록 조은 지나간 책을 다시 찾아 읽을 수 있도록 돕는 코너는 매주 토요일에 실리는 ‘정희진의 어떤 메모’가 아닌가 한다. 이 난은 참 즐겨 본다. 이러한 좋은 필진을 더 발굴해 좀더 다양한 서평 기사를 실었으면 좋겠다. 출판사를 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는 “한겨레만큼 책면이 많은 신문이 없다. 요즈음 사람들이 너무 책을 안 사 봐서 한겨레가 책면을 계속 풍부하게 지킬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하더라. 지식인이나 오피니언 리더들을 위한 한겨레의 역할을 생각하면, 기사는 재미있게 쓰더라도 소프트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상재 사무국장 소개하는 책을 선택할 때 한겨레가 지향하는 가치를 염두에 두고 요즘 세대와 세상에 던지는 화두를 잘 선정하고 있는 것 같다. 청소년 책이나 유아·아동 도서를 소개할 때 전문가의 소개와는 다른 차원에서 당사자인 청소년과 부모가 선호하거나 소개하고 싶은 책이 따로 있을 수 있다. 아이에게 전집을 사줘도 그 가운데는 아이가 유독 좋아해 몇 번을 보는 책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혁신학교를 비롯해 전국의 학교에 잘 운영되고 있는 책읽기 동아리가 많이 있고, 이 아이들 글 가운데 좋은 게 많다. 필진을 넓히고 독자들에게 가깝게 다가간다는 차원에서도 이런 글을 골라 실었으면 좋겠다. 전국에 수많은 성인 독서모임이 있는데,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돌아가면서 그들 모임에서 추천하는 책을 따로 소개해주는 것은 어떨까. 조은 요즘 아이들에게 어떻게 책을 읽힐 수 있을까 고민인데, 좋은 의견이다. 여러 책읽기 모임에서 나오는 좋은 얘기들도 발굴해줬으면 한다. 김영희 문화부장 일반인들이 세월호와 관련해 쓴 에세이를 묶은 책이 지난가을 나왔다. 한겨레 창간독자가 돈을 댔다. 살펴보니 독서모임이나 글쓰기모임이 굉장히 많더라. 조은 책 섹션 기획인 ‘진태원의 다시, 변혁을 꿈꾸다’ 꼭지는 그냥 넘겼다가도 다시 모아서 본다. 주제가 무겁다고 하겠지만, 이런 기획도 좋다. 그런 면에서 책 섹션은 가장 실험적인 부문일 수도 있다. 새로운 것을 많이 시도해보면 좋겠다. 정연우 책 섹션은 직접 책을 잃지 않아도 세계의 지적 흐름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책을 직접 사 보면 좋겠지만, 소개글을 보는 것만으로도 균형과 흐름을 알 수 있다. 서울색 너무 강해 지역독자 소외감
‘돈 덜 들이며 품위있는 삶’ 정보를 ■ esc, 품위있는 삶에 도움 조은 ‘esc’ 섹션의 타깃 독자층은 어디일까. ‘시민의식을 가진 중산층’에 파고들겠다는 것인가. <중앙일보>의 ‘강남통신’ 섹션을 보면 서울 강남 주민이 주요 타깃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esc는 집 이야기나 전시회 소개 등을 하더라도 강남통신의 그것과 많이 다르다. 어떻게 평가하는지 열린편집위원들의 의견을 들어보자. 최영묵 한겨레가 장점을 살리면서도 자칫 외골수에 빠지지 않도록 다른 신문의 서평과 문화면 기사를 참고해 취할 건 취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닮아가라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모든 언론사가 스스로 이념적, 정파적 우물을 파고 들어앉아 뚜껑까지 닫고 세상을 바라보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겨레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살리면서도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함께 갈 것인가, 이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기 좋은 지면 중 하나가 esc 섹션일 것이다. 조은 사실 esc는 진영 논리에 발 담그기 싫은 사람들도 찾는 지면이다. 품위있는 여행, 삶의 스타일 등에 대한 정보가 있다. 중산층의 라이프스타일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그런 방향으로 계속 살려갔으면 좋겠다. 대중 영합적이지 않으면서도 대중의 호감도를 끌어오는 지점이다. 요리면을 보면서 한겨레에 안 어울린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소개되는 요리의 내용은 근사한 연회나 호텔 요리가 아니라 우리 삶과 가까운 요리이다. 돈이 있어야 취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회이지만, 한겨레가 꼭 그런 건 아니라고 말하는 지면이 됐으면 한다. 신문은 독자들의 취향을 만들어낼 수 있고, 실제 그렇게 하고 있다. 정연우 일상으로부터 탈피하자는 취지를 갖고 있는 지면으로 보인다. 한겨레 기사는 너무 무겁고 진지한데, 어떤 때는 이를 덜어놓고 가볍게 하자는 것이다. 다른 신문에 견줘 더 젊고 발랄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한겨레가 지향하는 가치와 다르지 않다. 그런 면에서 괜찮다. 강남 중산층 취향과는 다르다. 모피와 호텔, 고급 양주, 큰 아파트 얘기가 아니고, 작은 우리 생활의 일상을 다룬다. 생태 공동체의 얘기도 많이 녹아 있다. 공동주거나 소외된 노인의 공동체 문제도 다룬다. 다만, 여행이나 스타일, 취향 얘기를 풀어가더라도 사람 이야기가 들어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금은 대체로 건조한 느낌이다. 사람 냄새와 감성이 더 들어 있으면 재미있고 부드럽겠다고 생각한다. 외국여행을 소개할 때도 뜻밖의 에피소드 등이 함께 버무려졌으면 좋겠다. 다른 신문 문화면은 대개 40~50대의 중산층 이상을 독자 타깃으로 삼아, 주부잡지에 들어갈 내용이 중심이다. esc 섹션과 <한겨레21> 등에는 30대의 취향이 잘 녹아 있다. 진보적 취향이 한겨레 지면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느낌이다. 조은 꼭 진보라는 낱말을 쓰지 않아도, 돈 안 들이고 멋있게 살고 싶은 사람을 지향하는 것이다. 돈을 덜 쓰면서도 품위있게 여행하는 게 좋지 않나. ■ 현실성은 고민해야 한지혜 잡지류 기사를 좋아해 esc 지면을 즐겨 본다. esc 기사를 실질적으로, 세속적으로 대입해 보기도 한다. 내 생활에 어떻게 적용할까 생각해보면, 디테일에서 걸리기도 한다. 이를테면 ‘마당있는 전셋집 내 집처럼 고쳐 살기’(11월27일치 18, 19면)를 보면서 ‘다음에 재계약할 수 있는지 두고 보자’는 생각이 바로 들더라. 전셋집은 수리를 할 수 없는 게 보통이다. 웬만한 시내 아파트 실제 가격보다 높은 전셋값을 주고 산다는 게 현실적인지도 잘 모르겠다. 집에 게스트하우스를 내는 것도 근사해 보이지만, 모두 외국인 대상이다. 그런 점에서 세속적으로 따지면 한겨레가 소개하는 내용이 더 비쌀 수 있다. 김영희 esc는 기본적으로 정보를 주는 지면이다. 처음 만들 때 젊은층과 기존의 한겨레 독자가 아닌 사람까지 타깃으로 삼자고 했다. esc 내용이 독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주는 측면도 있다. 나만 해도 당장 내가 하지는 않아도 이런 게 있구나, 언젠가 나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기사를 보면서 한다. 한지혜 카타르 도하의 환승여행 기사 같은 것은 많은 도움이 됐다. 저가 항공을 이용하는 사람은 환승을 많이 한다. 그 기사를 보면서 환승 기회를 잘 이용해 새로운 여행을 체험할 수 있겠다, 다른 데는 이런 것이 없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최영묵 esc가 처음에 별지로 나왔을 때가 더 파격적이고 읽을거리가 많았던 것 같다. 많은 비용이 드는 소비 스타일이 아니라 돈을 비교적 적게 들이면서도 어떻게 일상에서 탈출할까, 그런 정보를 제공하는 게 한겨레의 콘셉트일 것이다. 그런 정보들도 찾아보면 다양하게 소개할 수 있다. 여행 기사의 경우, 흔히들 배낭여행이 돈이 덜 드는 것처럼 알고 있지만 잘못하면 훨씬 많이 든다. 오히려 깃발부대(여행상품)를 따라다니면 더 많은 것을 구경할 수도 있다. 한겨레는 이런 여행상품을 소개하는 난이 적은 것 같다. 또 외국여행이 반드시 비싼 것도 아니다. 1년에 한 번 적금 붓듯이 돈을 모아서 여행 가는 사람, 그걸 낙으로 삼는 중산층도 많다.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사가 적은 것 같다. 조은 한겨레가 작은 게스트하우스 등을 찾아 소개해주는데, 호텔 파티보다 훨씬 좋은 데도 많다. 그런 곳을 더 많이 발굴해줬으면 한다. 이상재 esc가 처음 별지로 나왔을 때, 손꼽아 기다렸다가 챙겨 볼 정도로 재미있었다. 주변의 나이 든 분들 가운데는 한겨레가 왜 이런 기사를 싣느냐며 부정적으로 말하는 분들도 많았다. 지금은 파격적인 면이 좀 줄었다. 어떨 때는 간접광고를 보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또 서울색이 너무 강하게 드러나 지역 독자들은 소외감을 많이 느낀다. 예를 들어 맛집도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중심이다. 최근의 스키장 소개 기사에도 모두 경기, 강원권 스키장이고 무주 쪽은 없었다. 무엇보다 지역도 사람들이 사는 곳이란 것을 유념해주었으면 좋겠다. esc 섹션에 연재하는 ‘성석제의 사이 이야기’ 에세이는 재미있기는 한데 어떤 의도로 싣는 건지 불투명해 보인다. 한지혜 저는 성석제의 에세이를 재미있게 읽고 있다. 조은 esc와 관련해 세대 문제를 언급하기도 하지만, 세대의 장벽을 넘어서야 할 것이다. 20~30대 독자 수가 적을 수도 있지만, 대중 영합적이라기보다 대중과 함께 호흡한다는 측면에선 과감하게 부딪쳐 젊은 감각을 유지하는 게 맞다고 본다. 김종철 신문부문장 책이나 esc 섹션은 편집국 간부들의 간섭이나 개입 없이 자기 철학과 전문성을 갖고 있는 기자들이 중심이 돼서 꾸려가고 있다. 물론 그들도 큰 틀에서는 한겨레가 지향하는 방향이나 정체성에 발맞춰 만들고 있다. esc 섹션의 경우 팀원들이 두 달에 한 번꼴로 한 주제로 지면을 만드는 등 새로운 실험을 하는 등 공을 많이 들이고 있으며, 독자들의 평도 좋다. 정보를 많이 담아주고, 수도권 중심을 탈피하라는 등 오늘 지적하신 내용은 책이나 esc 섹션을 만드는 문화부 구성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조은 한겨레가 우리 사회에서 예외적 존재인 것은 어쩔 수 없다. 돈이 덜 들면서도 격조있는 라이프스타일을 만드는 데 더 많은 도움을 주셨으면 한다. 정리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