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에이’ 상대 민언련 소송 기각
민언련 “비이성적 보도에 날개”
민언련 “비이성적 보도에 날개”
법원이 “국가보안법 폐지, 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장하는 사람은 ‘종북’이라고 의심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판결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25민사부(재판장 장준현)는 지난 14일 시민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종편 <채널에이>와 조용환 종북좌익척결단 대표를 상대로 낸 명예훼손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채널에이는 시사프로 <김광현의 탕탕평평>에 지난해 조 대표를 출연시켜 ‘종북세력 5인방’이란 주제로 대화를 나누면서 민언련을 종북세력으로 몰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조 대표가 ‘민언련 내부에 종북 세력이 있다’고 한 부분과 이를 내보낸 방송은 명예훼손에 해당하나, 조 대표가 ‘민언련 전체가 종북’이라고 단언하지 않았고, (종북 의심의) 근거로 든 민언련 활동은 모두 사실이다. 이에 부분적 오류나 다소의 과장, 비약이 있다고 해도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명예훼손은 인정되지만, 시민단체인 민언련에 대한 이념 검증에는 공익성이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면 종북으로 의심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 안보를 중시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보안법 폐지, 주한미군 철수로 우리나라 안보가 불안해진다는 우려를 할 수 있다. 또 이런 주장 하는 사람들은 북한을 이롭게 하는 종북 성향 사람이라고 의심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또 재판부는 보수언론의 국가보안법, 한-미 관계 등에 대한 보도 태도를 비판한 것도 종북 의심의 근거가 된다는 식으로 밝혀 논란을 더했다. 조 대표가 문제의 방송에서 “2007년 미국산 쇠고기 논란과 2010년 천안함 사건 당시, 민언련이 보수언론의 미국 편향성 등을 비판한 것도 종북의 근거”라는 취지로 말한 대목 등을 두고, 재판부는 “(민언련의 비판이) 결과적으로는 북한의 이익이 되거나 그 주장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여지는 부분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서울고법은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 심재환 변호사 부부가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와 <조선일보> 등 언론사를 상대로 낸 ‘종북·주사파’ 보도 관련 명예훼손 소송에서 이정희 부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 재판부는 ‘종북’이란 낙인이 우리 사회에서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구체적 정황을 근거로 신중하게 써야 한다고 했으며, 특히 이를 전하는 언론의 책임을 강조했다.
민언련은 논평을 통해 “재판부 판단대로라면 보안법 철폐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사람은 모두 ‘종북’이 되는 것”이라며 “비이성적 종북몰이 보도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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