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위원들이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한겨레>의 세금 관련 보도를 둘러싸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정부 ‘세제 개편’ 관련 보도
지난해 나라살림이 10조원 이상의 적자를 봤고, 정치권에서 ‘증세 없는 복지’를 둘러싸고 여야 간 논쟁이 한창이다. 이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은 “증세는 국민 배신”이라고 말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해 담뱃값 인상 결정에 이어 올해 초 연말정산 파동까지, 세제 개편은 이제 발등의 불로 떨어진 상황이다.
<한겨레>는 그동안 담뱃값 인상에 대해선 ‘꼼수 증세’라고 지적하면서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직장인 소득세는 올리면서 법인세 부담을 낮추는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특히, 지난달 연말정산 파동 당시 <한겨레>는 다른 언론들과 달리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한 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보도를 했다.
열린편집위원회 위원들은 <한겨레>가 세금 보도에서 일관된 태도를 견지함으로써 증세 논의의 필요성을 제시하는 데 이바지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세입 외에 세출과 관련된 분석이 빠져 있는 등 종합적으로 고찰하는 노력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9일 조은 위원장의 사회로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린 제4기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 4차 회의 내용을 정리해 지상 중계한다.
‘연말정산 파동’에 중심 잘잡아
야당 ‘세금폭탄’ 주장 좀더 비판해야 ■ 중심 잘 잡았지만, 야당 강하게 비판했어야 조은 위원장 세금 문제는 중요하면서도 어렵고, 그럼에도 독자들에게 쉽게 설명해야 하는 사안이다. 담뱃값 인상과 연말정산 파동, 건강보험료 문제 등이 이어지고 있다. 증세도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양극화 문제 해결까지 연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다. 정연우 교수 <한겨레>가 전체적으로 잘 보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연말정산 파동이 벌어질 때 직장인은 매우 불만이 높았다. 그러나 <한겨레>는 이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았다고 본다. 고소득자의 세 부담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왔던 연장선에서 일관성 있게 보도한 것이다. 그동안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반민주적 행태 등을 꾸준히 비판했는데, 이번 연말정산 파동에 있어서는 진영논리에 빠지지 않고 세액공제로 바꾼 정부가 잘했다고 보도했다. 2013년 당시 세법개정의 이유와 취지를 살펴보면서 시비를 가려 공정하게 보도했다. <한겨레>는 증세 논의를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했고, 결과적으로 증세 논의의 물꼬가 트였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증세 불가피론’에도 힘을 실어줬다. 다만, 그 과정에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세금폭탄 운운하는 것에 대해선 좀더 강하게 비판했어야 했다. 평소의 보편복지 주장과 모순된 새정치민주연합의 기회주의적인 행태는 ‘증세 없는 복지’를 주장한 박근혜 정부와 다를 게 없었다. 이상재 사무국장 이번 사안에 대해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여당의 유승민 원내대표가 더 신선해 보였겠는가. 야당은 자신들이 집권할 때의 종부세 논란 당시 야당이 주장했던 세금폭탄 논리를 반복했다. 이런 대중 영합적인 태도를 좀더 강하게 비판했어야 했다. 박가분 대학원생 <한겨레>가 사설에서도 썼지만, ‘세금폭탄’이라는 말은 보수진영이 쓰는 말이다. 그 과장된 측면을 잘 짚었다. 그럼에도 정부의 책임은 더 부각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연말정산에서 기존의 원천징수액이 줄어든 만큼 환급액도 줄어든다는 건 팩트다. 문제는 납세자 입장에선 환급액이 줄 것이라는 생각을 별로 못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를 제대로 말하지 않았다. 납세자를 기만한 측면이 있었다. 국민들의 속았다는 기분을 대변했어야 했다. 조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증세 노력에 대해 크게 보도하는 것은 평가하고 싶다. 우리 복지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꼴찌라는 지적은 식자층에 특히 설득력이 높았을 것 같다. 무상보육, 무상급식을 하면 재벌 며느리와 손자가 득을 본다고 과장하는 신문들도 있는데, 복지선진국의 사례를 지속적으로 소개해 설득력을 높였으면 한다. 복지와 증세에 구체적 청사진 필요
법인세 인상 반대에 반박근거 내야 ■ 세출 문제도 함께 따져야 조은 지금은 세금을 걷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국민 세금을 걷어 어디에 쓰고 있는지 봐야 한다. 우리나라가 국방비 부담이 높다는 측면도 부각했으면 좋겠다. 자원외교에도 가져다 부었다. 우리가 너무 많이 내고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설득해야 한다. 이상재 예전에 <한겨레>가 ‘복지를 늘리기 위해 세금을 부담할 용의가 있느냐’고 묻는 조사 결과를 보도한 적이 있다. 복지와 증세에 대해 구체적인 청사진이 나와야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어느 정도 세금을 더 거둬서 어느 수준의 복지정책을 펼쳐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비전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조은 일반적으로 저소득층이 세금을 더 걷는 데 반대한다. 사회조사 결과가 모두 그렇게 나온다. 보수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증세를 해도 내게 혜택이 돌아온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자료를 언론과 전문가들이 어떻게 읽어주느냐가 중요하다. 고발 보도도 중요하지만, 자료 해석자로서의 능력도 중요하다. 최영묵 세금 문제는 종합적이면서도 포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일정 액수 이상 소득자가 얼마를 더 내게 됐다는 식의 미시적 접근도 중요하지만, 좀더 큰 틀에서 볼 필요가 있다. 법인세 등 세금을 인상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증세만으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복지재원을 어떻게 다 충당하겠는가. 세출 측면도 함께 생각해봐야 한다. 이번에 이와 관련한 <한겨레>의 보도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국방비만 해도 그렇다. 현재와 같은 남북 대치상황이 지속된다면 아무리 세금을 많이 걷어도 수십조원을 국방비로 우선 배정할 수밖에 없다. 중장기적으로 남북간 관계개선과 긴장완화를 통해 국방비 지출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국방예산을 1%만 아껴도 복지예산 확보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최근 야당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사회적 합의기구를 제안했지만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하다. 각계각층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런 사안은 대타협만이 방법이다. 사회적 합의의 중요성에 대해 더 강조해야 한다. 법인세와 관련해서는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점차 세율을 인하하는 국제 조세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삼성전자 등 극히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돈 버는 기업이 없다. 앞으로 10년, 20년 뒤에 뭘 먹고사느냐가 고민이라는 기업들의 얘기도 일리가 있다. <한겨레>가 증세나 법인세 문제와 관련해 너무 일방의 주장만을 싣고 있는데 균형을 잡아줘야 한다. 사회적 대타협 이끌어 내도록
정치세력들을 끊임없이 압박해야 ■ 세금 문제는 ‘경제 살리기’와 직결 조은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전자와 자동차로 먹고산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착각이고 신화다. 동네 빵집과 중소기업이 줄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삼성과 현대차에 의지하게 만든 그동안의 경제정책에 대한 지적이 필요하다. 경제와 정치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세금과 관련해서라도 5년, 10년 뒤 뭘 먹고살지 다뤄야 한다. 대기업 중심으로 가는 게 맞는지 짚어줘야 한다. 정치적 틀과 방향을 새로 잡을 기회이다. 박가분 법인세 문제와 관련해, 최 선생님 말씀에 동의한다. 경제구조가 특정 재벌에 집중된 상황에서 당장 법인세율을 올려도 한계 세수와 실효성은 높지 않다. 법인세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제의 집중 구조를 해소한다든가 불합리한 고용관행을 개선하는 등의 방법도 같이 가야 한다. 그리고 증세는 복지 비용이지만 동시에 경제 위기 탈출을 위한 비용이기도 하다. 복지국가 전환이라는 것은 지금의 경제 위기에서 탈출하는 수단이다. 이런 포괄적인 전망 안에서 복지와 증세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복지의 본질도 생각해야 한다. 복지의 본질은 노동력의 재생산을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라, 부자라든가 자산가에게 세금 부담을 늘리는 게 상식적이다. 지난해 ‘피케티 열풍’이 불었는데, 이와 연결해 짚어도 좋았을 것이다. 부미경 전 발행인 <한겨레>는 지난해 담뱃값 인상 논란 당시부터 법인세, 소득세를 올려야 한다고 보도해왔다. 담뱃값은 결국 간접세 인상이기 때문이다. 현재 증세는 모든 국민에게 세금을 더 걷는 것이라는 오해가 많다. 또 그런 논리를 활용해 고소득층의 조세 저항이 용인되는 분위기가 있다. 누구에게 얼마나 걷는가를 분명히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1만~2만원을 더 내고, 고소득층은 100만~200만원 더 내서 복지를 확충하자고 해야 한다. 소득공제는 소득이 높을수록 세금을 더 깎아주는 것이라고 분석한 ‘월요리포트’ 기사는 의미가 있었다.(지난해 12월29일치 1, 8, 9면) 소득공제로 고소득자가 혜택을 누리고 있으니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해서 이를 시정하자는 주장이었다. 한국 언론은 특정 계층을 과대 대표하고 있는 상황에서, 막연하게 증세를 말할 게 아니라 누가 더 부담해야 하느냐에 대해 <한겨레>가 분명히 짚어줬으면 좋겠다. 박가분 핵심은 자산소득과 노동소득을 구분하는 것이다. 자산소득에 높은 과세를 해야 한다는 게 피케티 주장의 핵심이다. 자산소득과 노동소득의 격차와 집중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법인세 인상은 대기업을 겨냥한 것인데, 부의 재분배 효과 측면에서 보면 법인세 인상도 필요하지만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개선을 위한 하도급이나 고용 관행을 고치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정연우 <한겨레>가 주장과 관점은 뚜렷하지만, 일부 동어반복 한다는 느낌이 있다. 법인세를 올리고 부자 감세를 철회해야 한다고 하지만 좀더 구체적이고 상세한 논리와 근거를 새롭게 제시해주면 좋겠다. 또 법인세 인상을 반대하는 주장에 대해 반박할 수 있는 더 풍부한 근거가 필요하다. 총 조세수입 가운데 법인세 비중이 노르웨이 다음으로 우리가 두 번째로 높다는 다른 신문 보도도 있었는데, <한겨레>가 이를 넘어설 수 있는 논리를 제시해주면 좋겠다. 자본소득과 관련해서는 지나치게 세율이 낮다는 점을 불로소득 논의와 함께 풀어내야 한다. 다만, 노동소득과는 달리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발생한 소득이라는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 ■ 세금 제도에 딸린 여러 문제들 조은 국세와 지방세 문제도 있다. 지자체는 있는데, 지방세는 중앙정부에 의존한다. 이 때문에 정부의 세 수입 변화가 친환경 무상급식에 바로 타격을 준다. 종교인 과세 문제는 왜 갑자기 사그라들었나. 국방예산 줄이는 문제는 왜 논의를 시작도 못했나. 국가와 나를 따로 생각하는 풍토에서 지속적인 보도가 필요하다. 이상재 지방세와 관련해, 담배 세금을 올리면서도 꼼수를 부렸다. 오른 세액 중에 국세 비중이 지방세보다 더 높다.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국세의 비중을 줄이고 지방세가 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는 지방자치 발전의 걸림돌이다. 물론 이는 양날의 칼인 측면도 있다. 지자체들이 토건 위주 개발사업만 한다. 단체장들은 이런 것이라도 해야 중앙정부 예산을 따올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곧바로 지자체의 방만 경영 문제로 귀결된다. 최영묵 말씀하신 대로 그런 시스템의 정비도 필수적이다. 세출의 낭비적인 요소를 줄이고 보완하는 것에 대해선 국민 모두 찬성할 것이다. 또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자영업자의 탈세를 막아 세수를 늘려야 한다. 이는 증세 못지않게 중요하다. 복지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사회복지 현장의 얘기를 들어보면, 복지 예산이 과다중복 집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일부 어르신들은 ‘병원쇼핑’으로 인한 약물 과다 복용이 문제라고 한다. 시스템의 효율성도 높여가야 한다. ■ 세금 문제는 결국 정치적 접근 필요 부미경 <한겨레>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만들자고 사설에서 주장하고 있다. 진짜 현실성 있는 대안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지금 증세와 복지를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할 것인지, 누구한테 얼마나 걷을지, 어느 부분의 세출을 조정할지, 모두 정치적 문제이다. 야당도 비겁하게 물러날 문제가 아니다. 자기 정책과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유권자들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한겨레>가 사회적 대타협 기구 얘기를 하면 이런 측면이 희석될 수 있다. 각 정치세력들에게 ‘자기 입장을 명확히 하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최영묵 정당이나 정권이 정책을 집행하고 선거를 통해 평가를 받는 책임정치는 당연한 것이지만, 이런 사안은 사전에 대타협이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너무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된다. 노사정위원회의 경우도 우여곡절 끝에 합의를 이뤘고,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그게 정치의 역할이다. 느슨하더라도 일단 당사자간 타협을 이끌어 내야 한다. 여론이 끊임없이 압박해야 한다. 김영배 경제부장 세금 제도는 결국 정치 문제라는 지적에 동의한다. 국제 비교 등을 통해 경제적, 논리적으로 아무리 얘기해도 논란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결국은 사회세력 간의 대결을 통해 결정된다. 사실 비과세 감면을 감안하면 각 나라 사정이 달라 국제 비교도 만만치 않다. 아무튼, 입구와 출구를 나눠보면 입구와 출구 모두 좁은 게 우리 현실이다. 결국 책임 있는 정치세력, 사회세력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번 연말정산 파동을 겪으면서 세제라는 좁은 틀에 갇혀선 안 된다고 반성했다. 복지 문제까지 고려하는 종합적 시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연말정산과 관련해 <한겨레>는 소득공제 개편을 찬성하는 입장에서 보도를 해왔으나, 복지와 정치의 문제를 고려한 넓은 시야로 봤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든다. 1970년대 이전까지는 정경유착에 의한 성장이었지만, 외환위기는 큰 변곡점이 됐다. 망하지 않은 데는 엄청나게 덩치가 커졌고, 법과 제도가 그들에게 유리하게 짜였다. 삼성, 엘지 등 초대기업 쪽을 따로 떼어내 과세하지 않는다. 더구나 이들은 연구개발비 지출 등에 상당한 세제혜택도 받는다. 삼성전자는 버는 건 1위이지만 적용받는 세율은 1위가 아니다. 국가적으로 법과 제도를 통해 지원해 주고 있는 셈이다. 정연우 세계은행이 ‘기업 하기 좋은 나라’로 우리나라를 4위인가 5위로 꼽았음에도, 대통령은 계속 규제가 암이라고 한다. 사회적으로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국민들이 제공하고 있으므로 기업에 대해 세금 부담을 비롯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김영배 대한상의 조사에서도 ‘규제 때문에 경제 못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장기적 시야에서 억지로라도 낙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1990년대 초반 대학을 다닌 사람들이 국가의 보육 서비스 혜택을 처음 받는다. 이들이 혜택을 보고 지지세력이 돼야 한다. 논리적인 데이터 제시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복지를 경험한 사람들이 늘면서 증세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 것이다. 김종철 신문부문장 연말정산 파동이 났을 때, <한겨레> 빼고 모든 기성 언론이 세금폭탄이라고 항의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거의 <한겨레>만 세액공제로 바꾼 것은 역진적인 세금 구조를 개선한 것으로 좋은 방향이라고 보도했다. 복지국가를 하려면 소득 있는 국민 모두가 세금을 더 부담해야 한다. 법인세 인상만 중요한 게 아니다. 국민 개개인도 세금을 지금보다 더 내야 한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 또 국방비 등 세금이 쓰이는 구조도 짚어야 한다는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좀더 깊이 있고 포괄적으로 다루도록 노력하겠다. 정리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야당 ‘세금폭탄’ 주장 좀더 비판해야 ■ 중심 잘 잡았지만, 야당 강하게 비판했어야 조은 위원장 세금 문제는 중요하면서도 어렵고, 그럼에도 독자들에게 쉽게 설명해야 하는 사안이다. 담뱃값 인상과 연말정산 파동, 건강보험료 문제 등이 이어지고 있다. 증세도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양극화 문제 해결까지 연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다. 정연우 교수 <한겨레>가 전체적으로 잘 보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연말정산 파동이 벌어질 때 직장인은 매우 불만이 높았다. 그러나 <한겨레>는 이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았다고 본다. 고소득자의 세 부담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왔던 연장선에서 일관성 있게 보도한 것이다. 그동안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반민주적 행태 등을 꾸준히 비판했는데, 이번 연말정산 파동에 있어서는 진영논리에 빠지지 않고 세액공제로 바꾼 정부가 잘했다고 보도했다. 2013년 당시 세법개정의 이유와 취지를 살펴보면서 시비를 가려 공정하게 보도했다. <한겨레>는 증세 논의를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했고, 결과적으로 증세 논의의 물꼬가 트였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증세 불가피론’에도 힘을 실어줬다. 다만, 그 과정에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세금폭탄 운운하는 것에 대해선 좀더 강하게 비판했어야 했다. 평소의 보편복지 주장과 모순된 새정치민주연합의 기회주의적인 행태는 ‘증세 없는 복지’를 주장한 박근혜 정부와 다를 게 없었다. 이상재 사무국장 이번 사안에 대해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여당의 유승민 원내대표가 더 신선해 보였겠는가. 야당은 자신들이 집권할 때의 종부세 논란 당시 야당이 주장했던 세금폭탄 논리를 반복했다. 이런 대중 영합적인 태도를 좀더 강하게 비판했어야 했다. 박가분 대학원생 <한겨레>가 사설에서도 썼지만, ‘세금폭탄’이라는 말은 보수진영이 쓰는 말이다. 그 과장된 측면을 잘 짚었다. 그럼에도 정부의 책임은 더 부각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연말정산에서 기존의 원천징수액이 줄어든 만큼 환급액도 줄어든다는 건 팩트다. 문제는 납세자 입장에선 환급액이 줄 것이라는 생각을 별로 못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를 제대로 말하지 않았다. 납세자를 기만한 측면이 있었다. 국민들의 속았다는 기분을 대변했어야 했다. 조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증세 노력에 대해 크게 보도하는 것은 평가하고 싶다. 우리 복지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꼴찌라는 지적은 식자층에 특히 설득력이 높았을 것 같다. 무상보육, 무상급식을 하면 재벌 며느리와 손자가 득을 본다고 과장하는 신문들도 있는데, 복지선진국의 사례를 지속적으로 소개해 설득력을 높였으면 한다. 복지와 증세에 구체적 청사진 필요
법인세 인상 반대에 반박근거 내야 ■ 세출 문제도 함께 따져야 조은 지금은 세금을 걷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국민 세금을 걷어 어디에 쓰고 있는지 봐야 한다. 우리나라가 국방비 부담이 높다는 측면도 부각했으면 좋겠다. 자원외교에도 가져다 부었다. 우리가 너무 많이 내고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설득해야 한다. 이상재 예전에 <한겨레>가 ‘복지를 늘리기 위해 세금을 부담할 용의가 있느냐’고 묻는 조사 결과를 보도한 적이 있다. 복지와 증세에 대해 구체적인 청사진이 나와야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어느 정도 세금을 더 거둬서 어느 수준의 복지정책을 펼쳐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비전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조은 일반적으로 저소득층이 세금을 더 걷는 데 반대한다. 사회조사 결과가 모두 그렇게 나온다. 보수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증세를 해도 내게 혜택이 돌아온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자료를 언론과 전문가들이 어떻게 읽어주느냐가 중요하다. 고발 보도도 중요하지만, 자료 해석자로서의 능력도 중요하다. 최영묵 세금 문제는 종합적이면서도 포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일정 액수 이상 소득자가 얼마를 더 내게 됐다는 식의 미시적 접근도 중요하지만, 좀더 큰 틀에서 볼 필요가 있다. 법인세 등 세금을 인상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증세만으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복지재원을 어떻게 다 충당하겠는가. 세출 측면도 함께 생각해봐야 한다. 이번에 이와 관련한 <한겨레>의 보도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국방비만 해도 그렇다. 현재와 같은 남북 대치상황이 지속된다면 아무리 세금을 많이 걷어도 수십조원을 국방비로 우선 배정할 수밖에 없다. 중장기적으로 남북간 관계개선과 긴장완화를 통해 국방비 지출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국방예산을 1%만 아껴도 복지예산 확보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최근 야당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사회적 합의기구를 제안했지만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하다. 각계각층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런 사안은 대타협만이 방법이다. 사회적 합의의 중요성에 대해 더 강조해야 한다. 법인세와 관련해서는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점차 세율을 인하하는 국제 조세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삼성전자 등 극히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돈 버는 기업이 없다. 앞으로 10년, 20년 뒤에 뭘 먹고사느냐가 고민이라는 기업들의 얘기도 일리가 있다. <한겨레>가 증세나 법인세 문제와 관련해 너무 일방의 주장만을 싣고 있는데 균형을 잡아줘야 한다. 사회적 대타협 이끌어 내도록
정치세력들을 끊임없이 압박해야 ■ 세금 문제는 ‘경제 살리기’와 직결 조은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전자와 자동차로 먹고산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착각이고 신화다. 동네 빵집과 중소기업이 줄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삼성과 현대차에 의지하게 만든 그동안의 경제정책에 대한 지적이 필요하다. 경제와 정치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세금과 관련해서라도 5년, 10년 뒤 뭘 먹고살지 다뤄야 한다. 대기업 중심으로 가는 게 맞는지 짚어줘야 한다. 정치적 틀과 방향을 새로 잡을 기회이다. 박가분 법인세 문제와 관련해, 최 선생님 말씀에 동의한다. 경제구조가 특정 재벌에 집중된 상황에서 당장 법인세율을 올려도 한계 세수와 실효성은 높지 않다. 법인세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제의 집중 구조를 해소한다든가 불합리한 고용관행을 개선하는 등의 방법도 같이 가야 한다. 그리고 증세는 복지 비용이지만 동시에 경제 위기 탈출을 위한 비용이기도 하다. 복지국가 전환이라는 것은 지금의 경제 위기에서 탈출하는 수단이다. 이런 포괄적인 전망 안에서 복지와 증세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복지의 본질도 생각해야 한다. 복지의 본질은 노동력의 재생산을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라, 부자라든가 자산가에게 세금 부담을 늘리는 게 상식적이다. 지난해 ‘피케티 열풍’이 불었는데, 이와 연결해 짚어도 좋았을 것이다. 부미경 전 발행인 <한겨레>는 지난해 담뱃값 인상 논란 당시부터 법인세, 소득세를 올려야 한다고 보도해왔다. 담뱃값은 결국 간접세 인상이기 때문이다. 현재 증세는 모든 국민에게 세금을 더 걷는 것이라는 오해가 많다. 또 그런 논리를 활용해 고소득층의 조세 저항이 용인되는 분위기가 있다. 누구에게 얼마나 걷는가를 분명히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1만~2만원을 더 내고, 고소득층은 100만~200만원 더 내서 복지를 확충하자고 해야 한다. 소득공제는 소득이 높을수록 세금을 더 깎아주는 것이라고 분석한 ‘월요리포트’ 기사는 의미가 있었다.(지난해 12월29일치 1, 8, 9면) 소득공제로 고소득자가 혜택을 누리고 있으니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해서 이를 시정하자는 주장이었다. 한국 언론은 특정 계층을 과대 대표하고 있는 상황에서, 막연하게 증세를 말할 게 아니라 누가 더 부담해야 하느냐에 대해 <한겨레>가 분명히 짚어줬으면 좋겠다. 박가분 핵심은 자산소득과 노동소득을 구분하는 것이다. 자산소득에 높은 과세를 해야 한다는 게 피케티 주장의 핵심이다. 자산소득과 노동소득의 격차와 집중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법인세 인상은 대기업을 겨냥한 것인데, 부의 재분배 효과 측면에서 보면 법인세 인상도 필요하지만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개선을 위한 하도급이나 고용 관행을 고치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정연우 <한겨레>가 주장과 관점은 뚜렷하지만, 일부 동어반복 한다는 느낌이 있다. 법인세를 올리고 부자 감세를 철회해야 한다고 하지만 좀더 구체적이고 상세한 논리와 근거를 새롭게 제시해주면 좋겠다. 또 법인세 인상을 반대하는 주장에 대해 반박할 수 있는 더 풍부한 근거가 필요하다. 총 조세수입 가운데 법인세 비중이 노르웨이 다음으로 우리가 두 번째로 높다는 다른 신문 보도도 있었는데, <한겨레>가 이를 넘어설 수 있는 논리를 제시해주면 좋겠다. 자본소득과 관련해서는 지나치게 세율이 낮다는 점을 불로소득 논의와 함께 풀어내야 한다. 다만, 노동소득과는 달리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발생한 소득이라는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 ■ 세금 제도에 딸린 여러 문제들 조은 국세와 지방세 문제도 있다. 지자체는 있는데, 지방세는 중앙정부에 의존한다. 이 때문에 정부의 세 수입 변화가 친환경 무상급식에 바로 타격을 준다. 종교인 과세 문제는 왜 갑자기 사그라들었나. 국방예산 줄이는 문제는 왜 논의를 시작도 못했나. 국가와 나를 따로 생각하는 풍토에서 지속적인 보도가 필요하다. 이상재 지방세와 관련해, 담배 세금을 올리면서도 꼼수를 부렸다. 오른 세액 중에 국세 비중이 지방세보다 더 높다.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국세의 비중을 줄이고 지방세가 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는 지방자치 발전의 걸림돌이다. 물론 이는 양날의 칼인 측면도 있다. 지자체들이 토건 위주 개발사업만 한다. 단체장들은 이런 것이라도 해야 중앙정부 예산을 따올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곧바로 지자체의 방만 경영 문제로 귀결된다. 최영묵 말씀하신 대로 그런 시스템의 정비도 필수적이다. 세출의 낭비적인 요소를 줄이고 보완하는 것에 대해선 국민 모두 찬성할 것이다. 또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자영업자의 탈세를 막아 세수를 늘려야 한다. 이는 증세 못지않게 중요하다. 복지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사회복지 현장의 얘기를 들어보면, 복지 예산이 과다중복 집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일부 어르신들은 ‘병원쇼핑’으로 인한 약물 과다 복용이 문제라고 한다. 시스템의 효율성도 높여가야 한다. ■ 세금 문제는 결국 정치적 접근 필요 부미경 <한겨레>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만들자고 사설에서 주장하고 있다. 진짜 현실성 있는 대안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지금 증세와 복지를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할 것인지, 누구한테 얼마나 걷을지, 어느 부분의 세출을 조정할지, 모두 정치적 문제이다. 야당도 비겁하게 물러날 문제가 아니다. 자기 정책과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유권자들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한겨레>가 사회적 대타협 기구 얘기를 하면 이런 측면이 희석될 수 있다. 각 정치세력들에게 ‘자기 입장을 명확히 하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최영묵 정당이나 정권이 정책을 집행하고 선거를 통해 평가를 받는 책임정치는 당연한 것이지만, 이런 사안은 사전에 대타협이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너무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된다. 노사정위원회의 경우도 우여곡절 끝에 합의를 이뤘고,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그게 정치의 역할이다. 느슨하더라도 일단 당사자간 타협을 이끌어 내야 한다. 여론이 끊임없이 압박해야 한다. 김영배 경제부장 세금 제도는 결국 정치 문제라는 지적에 동의한다. 국제 비교 등을 통해 경제적, 논리적으로 아무리 얘기해도 논란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결국은 사회세력 간의 대결을 통해 결정된다. 사실 비과세 감면을 감안하면 각 나라 사정이 달라 국제 비교도 만만치 않다. 아무튼, 입구와 출구를 나눠보면 입구와 출구 모두 좁은 게 우리 현실이다. 결국 책임 있는 정치세력, 사회세력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번 연말정산 파동을 겪으면서 세제라는 좁은 틀에 갇혀선 안 된다고 반성했다. 복지 문제까지 고려하는 종합적 시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연말정산과 관련해 <한겨레>는 소득공제 개편을 찬성하는 입장에서 보도를 해왔으나, 복지와 정치의 문제를 고려한 넓은 시야로 봤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든다. 1970년대 이전까지는 정경유착에 의한 성장이었지만, 외환위기는 큰 변곡점이 됐다. 망하지 않은 데는 엄청나게 덩치가 커졌고, 법과 제도가 그들에게 유리하게 짜였다. 삼성, 엘지 등 초대기업 쪽을 따로 떼어내 과세하지 않는다. 더구나 이들은 연구개발비 지출 등에 상당한 세제혜택도 받는다. 삼성전자는 버는 건 1위이지만 적용받는 세율은 1위가 아니다. 국가적으로 법과 제도를 통해 지원해 주고 있는 셈이다. 정연우 세계은행이 ‘기업 하기 좋은 나라’로 우리나라를 4위인가 5위로 꼽았음에도, 대통령은 계속 규제가 암이라고 한다. 사회적으로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국민들이 제공하고 있으므로 기업에 대해 세금 부담을 비롯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김영배 대한상의 조사에서도 ‘규제 때문에 경제 못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장기적 시야에서 억지로라도 낙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1990년대 초반 대학을 다닌 사람들이 국가의 보육 서비스 혜택을 처음 받는다. 이들이 혜택을 보고 지지세력이 돼야 한다. 논리적인 데이터 제시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복지를 경험한 사람들이 늘면서 증세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 것이다. 김종철 신문부문장 연말정산 파동이 났을 때, <한겨레> 빼고 모든 기성 언론이 세금폭탄이라고 항의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거의 <한겨레>만 세액공제로 바꾼 것은 역진적인 세금 구조를 개선한 것으로 좋은 방향이라고 보도했다. 복지국가를 하려면 소득 있는 국민 모두가 세금을 더 부담해야 한다. 법인세 인상만 중요한 게 아니다. 국민 개개인도 세금을 지금보다 더 내야 한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 또 국방비 등 세금이 쓰이는 구조도 짚어야 한다는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좀더 깊이 있고 포괄적으로 다루도록 노력하겠다. 정리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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