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은 2012년 8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제정안’으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대법관 출신인 김영란 변호사가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있으면서 입법예고해 이런 이름을 얻었다.
국민권익위는 이 법의 제정을 통해 우리나라에 뿌리 깊은 ‘공직자(공무원과 유관단체 임직원) 접대 문화’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특히 공직자가 금품·접대를 받고도 직무연관성이나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모면하는 일이 되풀이되는 상황에서, 김영란법은 이를 막을 유력한 수단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정치권은 ‘과잉 금지 원칙 위배’ 등을 앞세워 몇 년 동안 처리를 미뤄왔다.
그런데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분위기는 급반전했다. ‘관피아’(관료 마피아)에 대한 문제의식이 사회적 공감을 얻었고, 박근혜 대통령도 국회의 빠른 통과를 촉구했다.
문제는 국회에서 김영란법 원안에 손을 대면서 논쟁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됐다는 점이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지난달 12일 여야 의원들이 적용 대상을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 등으로 대폭 확대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긴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한변호사협회와 참여연대 쪽의 전문가들은 “적용 대상을 확대할 경우 그에 대한 찬반 논란 등 의도치 않은 논쟁으로 번져 법안의 지연 혹은 무산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게 헝클어지면서, 공직자 접대문화 근절이라는 김영란법의 본래 취지에 대한 논의보다 언론인 포함 문제가 지나치게 부각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김영란법 반대론자들이 언론인 포함 조항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언론계 내부의 일부 논의를 따와서 법안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언론인 포함에 반대하는 쪽도 “김영란법 통과는 우선 과제이고, 언론인의 포함 여부가 별도의 사안”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이승선 충남대 교수는 “김영란법 통과를 막으려는 사람들이 김영란법의 언론인 포함 여부를 쟁점화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법 원안의 취지를 살려 공직자 부패 방지의 실효성을 높이는 논의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의 언론인 포함을 찬성하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김언경 사무처장은 “언론인 포함 여부와 김영란법 통과를 결부시키는 건 억지로 만들어진 왜곡된 프레임”이라고 밝혔다.
김효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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