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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하나"이길 바라며 세상에 날린 강력한 '펀치'

등록 2015-02-18 14:56

SBS 드라마 ‘펀치’
SBS 드라마 ‘펀치’
박경수 작가의 SBS ‘펀치’ 14.8%로 종영…
조재현·김래원·박혁권·최명길 등 불꽃 튀는 연기 향연
끝까지 긴장감 유지한 수작
죄지은 놈은 벌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세상은 그렇지 않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고 한다. 하지만 살아보면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실감나는 순간이 너무나 많다.

마지막회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며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고조시켰던 SBS TV 월화극 ‘펀치’가 17일 자체 최고 기록인 전국 14.8%, 수도권 14.9%의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경쟁작인 MBC TV ‘빛나거나 미치거나’는 10.9%, KBS 2TV ‘블러드’는 4.7%였다.

시작하는 순간부터 끝까지 세상에 대한 냉소적인 시선을 유지하며 시청자의 분노와 열패감을 자극했던 드라마는 ‘천만다행’으로 마지막에는 인과응보를 보여주며 시청자가 불끈 쥐었던 주먹을 풀게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현실은 인과응보의 순리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펀치’의 결말에 환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현실은 ‘펀치’의 결말처럼 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믿고 싶다. 지금도 누군가는 그러한 씁쓸함을 넘어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정의를 세우고자 분투하고 있을 것임을.

‘추적자’ ‘황금의 제국’에 이어 권력과 부의 실체를 날카롭고도 힘있게 까발리며 단단한 필력을 과시했던 박경수 작가가 ‘펀치’를 통해서 다시 한번 세상을 향해 강력한 펀치를 날렸다.

군더더기 없으면서도 좌고우면하지 않고 질주해 끝장을 보고야 마는 하드보일드어법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해온 박 작가는 ‘펀치’에서도 흔들림없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며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특히 그가 짜장면 한 젓가락에 담아낸 팽팽한 긴장감은 식욕을 한껏 돋우며 ‘먹방’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나쁜 사람과 덜 나쁜 사람 중에서 선택해야 하는 세상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지만 ‘펀치’가 그리는 권력층의 모습은 ‘먼지’정도가 아니라 오물을 뒤집어쓰고 있다. 나쁜 사람과 덜 나쁜 사람으로만 구성돼 있다.

검찰총장은 뇌물수수 등 온갖 비리로 점철된 인생이고, 법무부 장관은 아들 병역비리를 저지른 데다 그걸 덮으려고 후배 검사를 죽이려고까지 했으며, 대통령비서실장은 딸을 부정한 방법으로 교수에 임용시켰다.

국회의원 중 검찰총장의 검은돈을 받지 않은 이가 드물고, 검사들은 자신들의 입맛과 이익에 따라 사람들의 죄를 없애주거나 만들어낸다.

‘펀치’가 그린 세상이 실제 현실이라고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서슬 퍼런군사독재 시대도 아닌데, 언로가 막힌 것도 아닌데, 고위 공직자들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버젓이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고 있으니 국민은 누굴 믿고 살란 것인가.

드라마를 보면서 시청자는 분노했고, 분노가 커질수록 시청률은 올라갔다. 정의를 구현하고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며 법을 집행하고 권력을 휘두르는 자들이 사실은법을 이어령비어령하며 국민을 바보로 만드는 드라마의 내용은 공포감마저 안겼다.

같은 드라마를 보면서 일부는 ‘말도 안 된다’며 불쾌했지만, 대다수는 ‘실제로현실도 저럴 것 같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탁구대 위 핑퐁게임처럼 무한대로 이어지는 등장인물 간 ‘뒤통수 때리기’ 게임에 중반 이후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높았지만,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 과정은 드라마를 끌어가는 동력이 됐고 결말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켰다.

연기자들도 이구동성으로 “도대체 어쩌려고 이렇게 반전을 거듭하는지 궁금해 죽겠다”고 말했다.

박경수 작가가 끝까지 인터뷰 요청을 거절해 그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주인공 이태준 검찰총장을 연기한 조재현은 앞서 “‘펀치’는 지금 검찰조직이 썩었다며 그걸 고발하고 부채질하자는 드라마가 아니다. 이런 드라마를 통해 좀 더 새롭고 발전하는 검찰을 기대하는 마음을 담아내는 것이다. 현실적인 이야기 속에서 희망을 이야기해보자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배우들의 불꽃 튀는 연기 향연…

“더할 나위 없었다”조재현, 김래원, 박혁권, 최명길 등 배우들의 불꽃 튀는 연기 향연은 스토리의 힘과 함께 ‘펀치’의 커다란 재미였다.

누구 하나 빠지지 않았는데다, 베테랑 연기자들끼리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연기의 시너지 효과가 블록버스터 부럽지 않았다.

특히 조재현이 그려낸 인간적이면서도 탐욕스러운 이태준의 모습은 매회 큰 화제를 모았다. 개천에서 난 용으로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권력에 대한 허기를안고 사는 이태준은 조재현을 만나 이보다 더 흥미로울 수 없는 캐릭터로 태어났다.

김래원은 뒤로 갈수록 실제 병자와 같은 모습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박정환을사실감 있게 보여줬다. 시간은 없는데 해결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은 박정환의 절박함은 김래원에게 고스란히 전해졌고, 그가 마지막회에서 보여준 연기는 압권이었다.

이태준의 ‘충성스러운 개’ 조강재를 연기한 박혁권과 태어날 때부터 특권층으로살다 마지막엔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윤지숙 역의 최명길도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감을 과시했다.

◇“법은 하나”…그래도 정의는 살아있다

법무부 장관 윤지숙은 늘 “법은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부패 덩어리인 이태준이 검찰을 장악하는 것을 막기 위해 뛰는 자신에게는그 법을 적용하지 않았다. 그래도 된다고 착각했다.

‘펀치’는 마지막회에서 그런 윤지숙이 스스로에게는 관대했고, 다른 사람에게는엄격했다고 지적하면서 사회와 영원히 격리시켜야 하기에 무기징역을 구형했고, 결국 가석방과 감형이 없는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태준 등 죄를 지은 모든 이가 처벌을 받았고, 박정환 역시 죽으면서 죄를 안고 갔다.

해도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법을 집행하는 자들의 온갖 암투와 비리를 보여줬던‘펀치’는 이러한 마무리로 그래도 정의는 살아있다고 말했다. 그 결말이 어쩌면 판타지일지라도 작가는 시청자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을 것이다.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다. 간단하다. 그러면 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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