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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새 사주 맞은 한국일보, 중도 논조 이어갈까

등록 2015-02-23 20:15수정 2015-02-23 22:43

회사 쪽의 일방적인 폐쇄 조처로 편집국이 봉쇄된 지 25일만인 2013년 7월9일, <한국일보> 기자들이 법원의 ‘편집국 폐쇄 위법 결정’에 따라 서울 중구 남대문로2가 한국일보 편집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정아 기자 <A href="mailto:leej@hani.co.kr">leej@hani.co.kr</A>
회사 쪽의 일방적인 폐쇄 조처로 편집국이 봉쇄된 지 25일만인 2013년 7월9일, <한국일보> 기자들이 법원의 ‘편집국 폐쇄 위법 결정’에 따라 서울 중구 남대문로2가 한국일보 편집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61년만에 ‘장씨 체제’ 막내려
한달 전 동화그룹이 새 주인으로
구성원, 회사 정상화 기대 한켠
‘이완구 녹취록’ 보도 외면 등
편집 방향에 대한 우려감 커져
인쇄 관계사 계약해지 논란도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29일 <한국일보>의 법정관리 종결을 결정했다. 법정관리 신청 18개월 만이다. 회사는 바로 승명호(59) 동화그룹 회장과 이종승(63) 전 한국일보 대표를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로써, 1954년 금융인 장기영이 설립한 한국일보는 61년 만에 장씨 일가 체제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한국일보의 이런 새출발에 대해 회사 안팎으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한국일보 사태는 지난 2013년 4월 노조가 장재구 회장(장기영 설립자의 둘째 아들)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본격화해, 이번에 최종 마무리된 셈이다. 장재구 전 회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받아 복역 중이다.

일단 새주인을 맞은 한국일보 구성원 다수는 기대감을 표시했다. 1948년 설립된 동화그룹은 목재 및 마루 사업으로 성장해온 중견기업이다. 편집국의 팀장급 기자는 “기자들 사이에서 동화가 인수해줬으면 한다는 여론이 강했다. 직원을 대우해주는 회사라는 평판이 있다”고 말했다.

회사가 정상화될 조짐은 직원들 급여에서도 나타난다. 법정관리 기간 동안 한국일보 직원들은 평균 15% 삭감된 급여를 받았다. 한 편집국 기자는 “올 1월부터 임금이 정상화됐다. 회사가 제대로 돌아간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정기업의 ‘소유’ 아래 놓인 상황이라 경영진이 경영 논리에 따라 ‘칼’을 휘두를 수 있다는 걱정이다. 실제 회사는 현재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특히 노조 조합원이 회사로부터 희망퇴직 권고를 받아 노조가 반발하기도 했다. 김주성 한국일보 노조위원장은 “회사의 첫 경영 방침이 희망퇴직 신청이어서 구성원들이 의아해했다”고 했다. 현재 17여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의 인쇄를 도맡았던 관계사 한국미디어프린팅과의 계약 해지도 논란이다. 경영진은 비용절감 및 회생절차 이행 차원에서 계약해지를 한 것이라지만, 한국미디어프린팅은 한국일보가 경영난에 시달리자 2006년 제작국을 분리해 설립한 회사이다. 최호천 한국미디어프린팅 비상대책위원회 총무는 “일방적인 계약해지로 80여명 직원이 갈 곳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편집국 구성원들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대목은 ‘편집권의 독립’ 문제이다. 새로 들어온 경영진이 편집권에 영향력을 행사해 그동안 ‘중도’를 유지하던 신문 논조가 변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실제 한국일보는 이완구 국무총리가 후보자 시절 했던 언론외압성 발언을 직접 취재했음에도 이를 보도하지 않아, 뒤에 사과문까지 냈다. 편집국 간부 출신의 한 기자는 “‘이완구 녹취록’ 파동을 보면, 신문의 기강이나 지휘체계가 완전히 무너졌다. 기업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그동안 유지됐던 신문의 중도 논조가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새 경영진이 보수일색이라는 지적이 있다. 앞으로 신문 만드는 데 기대를 버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마저 나온다”고 덧붙였다. 김주성 노조위원장도 “아직까진 신문 논조가 변한 것 같지 않지만, 계속 감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의 편집권 독립은 회사 밖에서도 관심사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이완구 녹취록 사태를 대하는 한국일보의 행태를 보면 편집권의 독립성이 지켜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한국일보가 그동안 보여준 진정성을 잃어버릴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한국일보 고위 관계자는 23일 “편집권 독립에 대한 승 회장의 의지는 확고하다. 본인이 여러 차례 기자정신을 말해 왔다. 현재 한국일보를 어떻게 하면 좋은 미디어그룹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지 역량을 모으고 있어 편집권 독립 침해 같은 의혹의 시선은 논란 거리도 안 된다”고 밝혔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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