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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미디어 혁신, 코끼리부터 치워라

등록 2015-03-11 19:29수정 2015-10-23 14:43

김영주의 미디어 항해
얼마 전, 미국 랭킹사이트 ‘더리치스트닷컴(Therichest.com)’이 발표한 ‘가장 기이한(Bizarre) 방법으로 부자가 된 일반인 10인’의 1위에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랄리베르테(Guy Laliberte)가 선정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캐나다 퀘벡 출신의 랄리베르테는 2004년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500대 부자’,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도 이름이 오른 바 있다. 평범한 거리의 공연자였던 그가 어떻게 누적 관객수 9000만명, 4000여명의 직원, 1년 순수익 8억달러(약 8700억원), 개인 보유 재산 25억달러(약 2조7000억원)라는 기록을 가진 부자가 될 수 있었을까?

<태양의 서커스>. 한겨레 자료사진
<태양의 서커스>. 한겨레 자료사진
그 답은 실험과 혁신에 있다. <태양의 서커스>(사진)는 말하기는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이른바 ‘창조적 혁신’의 이상적인 혹은 성공적인 사례다. 고전적인 서커스의 세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실험과 테크놀로지의 결합이 성공을 가능하게 했다. 동물들이 사라진 서커스의 빈자리는 하나의 ‘테마’로 연결된 오페라와 뮤지컬, 발레, 스포츠바이크와 인라인스케이트와 같은 새로운 장르와 양식들로 채워졌다. 오페라나 뮤지컬 공연장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오리지널 음악 ‘실연’이 이루어졌고, 무대와 의상은 정성들여 잘 만들어진 영화 이상의 퀄리티를 제공했다. 서커스에 ‘스토리’가 들어왔고, 자연스럽게 다른 문화와의 ‘융합’이 이루어졌으며, 단순한 곡예의 공간에 불과하던 무대는 예술성과 대중성 그리고 최첨단의 기술이 결합된 실험적인 공간으로 재창조되었다.

6년 전, 당시 한국언론재단이 주최한 ‘뉴스 미디어의 혁신’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자로 나온 후안 세뇨르(영국의 미디어 컨설팅사 <이노베이션> 대표)는 신문산업을 망해가는 서커스 산업에 비유했다. 몸집이 크고 지저분한 코끼리들이 천천히 움직이는 고전적인 서커스는 거의 망해버렸지만, 새로운 장르와 테크놀로지로 무장한 ‘태양의 서커스’는 전세계적으로 성공하고 있다고 했다. 신문산업도 마찬가지여서 지금까지 고수해온 방식 그대로, 신문의 전통적인 조직과 관행과 기득권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독자를 개발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망하지 않으려면 혁신이 필요하다는 결론이었다. 그 혁신에는 종이신문 중심에서 디지털 중심으로의 전환, 이를 위한 뉴스룸 통합, 뉴스 콘텐츠의 포맷과 내용의 변화 등이 포함되었다.

6년 전이나 지금이나 신문사가 획기적으로 변했다는 소식은 없다. 그렇다고 전혀 변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6년 전보다, 10년 전보다, 신문을 둘러싼 환경은 더 좋지 않게 변했다. 신문은 체감하긴 어렵지만 조금씩 부분적으로 변화 중이다. 오늘치 아침 신문에 나온 이 칼럼은 어제 저녁에 인터넷으로 서비스 되었다. 이러한 작은 변화가 있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럼에도 디지털 퍼스트나 모바일 퍼스트는 여전히 논쟁적이다. 통합뉴스룸을 구현한 신문사는 찾을 수 없다. 신문사들이 아직도 늙고 병든 코끼리를 들쳐업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이 거대한 코끼리를 치워야 새로운 사고방식, 새로운 포맷과 내용의 콘텐츠, 새로운 플랫폼,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다. 한국의 신문사들, 신문사를 포함한 모든 미디어 기업들은 태양의 서커스에서 배워야 한다. 거대한 몸집으로 느릿느릿 움직이는 코끼리부터 내보내고, 그 코끼리가 있던 자리를 어떤 콘텐츠, 어떤 서비스, 어떤 새로운 테크놀로지와 더 좋은 가치로 채울지 고민해 보라. 코끼리를 버리고 새로운 무기를 고민해야 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기이한’ 사고로 혁신을 도모해 보길 바란다.

김영주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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