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위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사람 기사 점검
신문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하면, 사람 이야기를 빼놓을 순 없다. <한겨레>도 매일 ‘사람면’을 통해 여러 인물들의 갖가지 이야기를 다듬어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토요판’에도 사람 이야기가 많고, 때로는 1, 2면에도 인물의 사연을 정면으로 다룬다.
열린편집위원회는 이번 회의에서 <한겨레>의 사람 기사에 대해 토론했다. 정치, 경제 등 상대적으로 무거운 주제에 견줘 ‘편안한’ 회의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번 토론도 뜨거웠다. 좋았던 것과 아쉬웠던 것에 대한 지적은 날카로웠다.
토요판 인터뷰 등 흥미있는 인물 기사도 많지만, 등장 인물이 다양하지 않다는 얘기도 나왔다. 여러 위원들의 지적을 종합한다면, 한겨레다운 인물기사를 더욱 많이 발굴하면서도 기존의 틀을 깨는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았다.
지난 16일 조은 위원장의 사회로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린 제4기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 5차 회의 내용을 정리해 지상 중계한다.
다양한 각도로 인물의 삶 조명
기사 통해 인생의 의미 반추해 ■ 토요판 인물기사는 성공적 조은 교수(위원장) <한겨레>의 사람기사를 염두에 두고 신문을 살펴보니, 신문이란 게 사건만 다루는 게 아니라 인물을 다양한 각도에서 다룬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한겨레는 매일 사람면의 ‘짬’(기획성 머리기사)이 있고, 토요판의 ‘이진순의 열림’ 등 다양한 형태의 사람기사를 싣고 있다. 한지혜 소설가 <한겨레>의 사람기사는 전반적으로 재미있는데, 막상 ‘사람면’의 사람기사들은 재미가 떨어졌다. 대중문화나 스포츠면의 사람기사는 사람을 위해 사람에게 접근한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사람면의 기사는 코너를 운영하기 위해 사람을 만난다는 느낌이다. 왜 그럴까. 다른 지면의 사람기사는 독자와 신문의 시의성이 맞물려 있는데, 사람면은 독자들이 원하는 시의성이 아니라 해당 인물의 시의성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이를테면 행사를 벌인다거나 어떤 책을 냈다는 등 소개된 사람의 시의성에 맞춘 듯하다. 더구나 어떤 기사는 보도자료를 인터뷰 형식으로 정리한 것 같았다. 사람면에는 <한겨레>의 시각으로 접근한다면 걸러지거나 다른 방식으로 소개되어야 하는 기사가 간혹 보인다. 조은 ‘이진순의 열림’에서 정상명 풀꽃평화연구소장을 소개한 기사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좀더 일찍 나왔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상당히 좋은 인터뷰 기사였다.(3월14일치 20면) 지휘자 구자범씨의 경우는 이 꼭지를 통해 살아나기도 했다. 논란 있는 사람을 새롭게 조명했다.(지난해 5월10일치 20면) 사람면 ‘짬’의 경우, “세상에서 가장 싼 짜장면집” 이야기와 그 다음날의 ‘동티모르 커피 공정무역’을 개척한 사람 이야기 등은 서민적 삶과 맞닿아 있는 사람을 찾아냈다는 측면에서 좋은 느낌이었다.(3월4일, 5일치 27면) 또 매주 수요일치 신문에 실리는 ‘녹색 삶’ 섹션에서는 잡지에 실릴 듯한 사람 이야기가 많이 실린다. 흔히 사람기사와 달리 우리 삶의 뒤안길, 숨어서 자기 삶을 재구성하는 사람들을 부각했다. 정신없이 빠르게 움직이는 한국 사회에서 느리게 사는 사람들을 보여줘 인상적이다. 다만, 지난 토요판의 커버스토리인 리퍼트 주한 미 대사에 대한 기사는 약했다. 큰 지면을 할애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리퍼트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주 가깝다는 것 이상이 없었다.(3월14일치 1, 3, 4면) ■ 쟁점을 다룰 때는 입체적으로 접근해야 박가분 대학원생 사람기사는 쟁점을 형성하는 기사는 아니다. 사건 사고에 조명받지 못하는 사람들, 언론이 주목하는 쟁점에서 벗어난 측면을 조명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청년실업, 교육문제 등 젊은 사람들을 좀더 부각해 다뤘으면 한다. 대학 사회에선 대학구조조정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데 이슈가 장기화하면서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런 부분들을 더 조명했으면 한다. 정연우 교수 신문은 사람기사를 통해 사회적 쟁점의 이해를 돕거나, 신문이 추구하는 가치를 부각하거나, 어떤 사람의 삶을 온전히 다뤄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한다. 이진순의 열림은 한 사람의 삶을 깊이 있게 추적해 어쩌다 지금의 모습이 됐는지를 알려준다. 그 과정에서 삶이란 저런 것이구나 하고 조금은 이해하게 되고, 우리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 반추하기도 한다. 사람면의 ‘짬’ 꼭지는 한 사람의 일생 전체가 아니라 그가 하는 일을 중심으로 얘기를 풀어간다. 가장 싼 짜장면집과 동티모르 커피 공정무역 이야기는 <한겨레>의 지향점과도 맞아떨어진다. <조선>, <중앙>의 사람기사와 비교하면 상당히 차이가 난다. 다른 신문들이 사회적 성공, 출세, 기득권 가진 사람들이 중심이라면, <한겨레>는 의미 있는 삶을 좇는 사람들을 많이 다룬다. 그러나 한비야씨가 새 수필집을 펴냈다고 소개한 기사의 경우, 조선과 중앙과 마찬가지로 보도자료에 가까울 만큼 비슷한 기사를 냈다. 한비야씨는 이미 명사인 만큼 다른 각도에서 짚거나 해야 했다.(3월9일치 28면) <한겨레>는 의미 있는 삶을 사는 사람을 더 많이 발굴했으면 한다. 사회적 쟁점의 이해를 위한 기사도 있었다. 고리 원전의 위험성을 지적한 이노 히로미쓰 도쿄대 교수 인터뷰가 대표적이다.(3월2일치 4면) 반면, <조선일보>는 그 무렵에 “노후화로 발생한 원전 사고는 없다”고 얘기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일반 독자는 혼란스럽다. <한겨레>는 원전에 반대하는 사람만 인터뷰하지 말고, 지지하거나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공격적으로 인터뷰하는 것은 어떨까. 그렇다면 이 사안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조은 그런 인터뷰를 하려면 <한겨레> 기자가 굉장히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찬성과 반대 운동을 똑같이 다루는 건 아닌 것 같다. 정연우 양적 균형이 아니라 논리의 부당함이나 허점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공정무역 개척자 소재 눈길
책 출간 등 홍보성 기사는 아쉬워 ■ 누락된 유명인 정보 많다 최영묵 부사장 사람면 운영은 중요하고도 어렵다. 워낙 정보가 많은데, 취사선택의 과정에서 신문의 컬러가 드러난다. 사람면의 머리기사는 <한겨레>다운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기본적으로는 지면 전체가 뉴스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어디에 방점을 둘지와는 별개로, 또 이념과 계층 연령을 떠나 관련 정보가 누락되거나 늦게 보도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러면 정보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 최근 <한겨레>의 사람면을 보면 이런 일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이는 언론의 기본에 관한 문제이다. 또, 인물에 관해서는 비록 단신이라도 다양해야 한다. <한겨레>는 다른 신문에 비해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한겨레>가 출세한 사람에 대해 달가워하지 않을 수 있지만 <한겨레>에는 경제인 관련 정보가 너무 없다. 지면 제약 때문이라면 오히려 책 섹션 등 다른 지면을 조금 줄여서라도 그런 정보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마디로 <한겨레>만 봐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 적절한 사례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도 팬이 많은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주연배우가 얼마 전 우리나라 여배우와 함께 찍은 사진이 화제였는데 이런 것도 실을 수 있어야 한다. 조은 그런 사람 정보는 인터넷 등 다른 데서도 많이 볼 수 있다. 지금 방식은 <한겨레>가 그렇게 방향을 잡은 게 아닌가 싶다. 경제면의 경우도 <한겨레>만 할 수 있는 역할과 기능이 있을 것이다. <한겨레>가 없으면 제대로 신문에 실릴 수 없는 사람들, 거기에 초점을 맞추는 게 낫다고 본다. 최영묵 인터넷과는 별개로 <한겨레> 지면에서도 어느 정도 소화해야 할 것들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다양성 등이 부족하다고 본다. 조은 그런 대목은 <한겨레>가 계속 고민해야 할 대목일 것이다. 이상재 사무국장 짧은 인터뷰 기사는 자기 자랑으로 끝날 수 있기 때문에 대상자를 선정하는 데 조심스러워야 한다. 해당 인물을 잘 아는 사람들은 기사 내용에 약간 회의적일 위험성도 있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재보선을 맞아 출마자 인터뷰를 할 텐데 <한겨레>가 소수정당에도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인터넷신문에는 연예인 관련 내용 등이 금방 올라오는데, 종이신문은 장점을 살려 긴 호흡의 인터뷰를 많이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화제와 쟁점을 불러일으킨다는 측면에서 예전에 있던 ‘직설’과 같은 꼭지의 콘셉트도 여전히 유효할 것 같다. 리퍼트 주한 미 대사와 관련해, 토요판에서 한발 물러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기획의도는 좋았다. 미국에선 정치인이 어떻게 성장하는가 하는 점에서 좋은 접근이었지만, 핵심 바로 앞에서 멈춘 느낌이었다. 한 인물에 대해서도 평면적인 접근보다 입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삼성전기에서 성희롱 피해자였다가 변호사로 변신한 이은의씨 이야기는 몇 년 전 기억과 함께 변화의 지점을 놓치지 않은 것이라 의미 있는 기사라고 본다.(3월6일치 9면) 우즈베키스탄에서 인권운동을 하고 있는 아델라이다 김의 기사도 그동안 몰랐던 것에 대한 정보를 주는 사람기사였다. 나중에 우즈베크의 인권 관련 기사가 나왔으면 좋겠다.(3월12일치 27면) 민주화 다룬 8년 연재 ‘길을 찾아서’
여러 구술 모아 총체적으로 다뤄야 ■ ‘길을 찾아서’는 반대편 입장도 같이 실어야 조은 한겨레의 ‘길을 찾아서’(매주 월요일치 게재)와 관련해서도 의견 나눴으면 한다. 김경애 인물탐구부장 ‘길을 찾아서’ 꼭지는 원래 사람면에 매일 연재했으나, 지면 압박이 심해서 주 1회 전면으로 게재하고 있다. 창간 20주년 기획으로 시작해 지금 8년째다. 처음 의도는 <한겨레> 창간에 기여한 인물들이 세월이 지나면서 떠나가고 있어 당시의 일을 알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어, 민주화운동에 기여한 분들의 입을 통해 그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리고자 했다. 그러나 인물 중심으로 접근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자료도 빈약해 힘들었다. 지난해부터는 동시대 인물들이 함께 대담하는 형식으로 바꿔 진행하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40년’을 17회에 걸쳐 다뤘고, 오늘 아침치 신문부터는 민통련(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 얘기를 시작했다.(3월16일치 27면) 조은 이미 아는 사람은 흥미롭게 보겠지만, 모르는 사람은 볼까 싶다. 한지혜 읽으면 읽는 재미는 있는데, 술자리에서 차진 얘기를 들을 때의 재미 정도이다. 당시 상황을 객관적으로 정리해주는 작업도 필요할 듯하다. 기억의 데이터베이스를 가진 특정 몇 명의 구술에 의존하고 있는데, 구술 내용의 왜곡이나 과장 등에 대한 검증은 없어 보인다. 신뢰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모든 구술은 발언하는 사람의 세계일 수밖에 없다. 그분들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지만, 여러 구술을 모아 총체적으로 정리해 주는 게 좋을 듯하다. 그래야 데이터베이스로 기능할 수도 있을 듯하다. 김경애 <한겨레>의 위치 때문에 민주화 운동의 유산을 보여주는 꼭지가 하나는 있어야 한다. 8년째 이어가다 보니, 적절한 사람이나 단체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최영묵 오랜 기간 이어가다 보면, 내용이 중복될 수밖에 없다. <한겨레>가 다른 신문에 비해 지면의 압박도 심한데 계속 끌고가야 하는지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사람과 단체, 이름만 바뀌고 중복되는 경우가 많다. 김경애 가독성은 처음부터 의문이었다. 어떤 사건이나 인물이 부각됐을 때, 이 꼭지를 통해 쌓아놓은 정보가 크게 활용됐다. 작가회의 40년, 민통련 30년 등 이미 한 세대가 끝났다. 우리 세대는 당연히 아는데, 다음 세대에는 역사가 되는 것들이다. 가능하면 최대한 검증해서 접근하고 있다. 지면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 전체 <한겨레> 역사 속에서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연우 재미있게 본다. 일상에서 잊고 있는 1970~80년대의 일을 반추하게 된다. 잘 모르는 내용인 경우 재미도 있다. 최영묵 <동아일보>는 권노갑에 이어 이종찬 회고록을 싣고 있다. 메인 기사는 그 사람 얘기를 싣지만, 같은 지면의 밑에는 반대편 쪽 얘기도 싣는다. 그게 언론의 정도라고 생각한다. 한쪽 얘기는 100% 신뢰하지 못한다. 민주화운동이라도 상대방의 입장이 있다. 작게라도 상대편의 얘기를 같이 실어야 한다. 정연우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김기종씨 사건도 그렇고, 통일운동에 대한 얘기를 다뤘으면 한다. 지금은 역대 통일부 장관 이야기만 나오는데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해온 사람 얘기를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 과감하게 틀을 깨서 스펙트럼을 넓혀야 김경애 사람면과 ‘길을 찾아서’ 꼭지를 운영하면서 다양성을 항상 고민하고 있다. 사람기사를 점차 늘려왔다. 독자들 요구와 <한겨레> 지향을 맞추려 항상 노력하고 있다. 최영묵 매번 하는 말이지만 과감하게 틀을 깨야 한다. 꽤 지난 얘기지만 <중앙일보>가 장하준 칼럼을 처음 실었을 때 당시 보수언론 프레임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어서 신선한 충격을 줬었다. 이런 노력들이 있어야 안팎에서 반향도 일으키고 독자도 확보할 수 있다. <한겨레>도 자신의 틀을 깨야 한다. <한겨레>가 지향하는 바는 유지해야겠지만 과감하게 관행을 깨는 시도도 필요하다. <한겨레>의 컬러만 중시할 게 아니라 이념이나 계층적으로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우리 사회가 이념 대립이 심한데 건전한 보수, 건전한 진보가 함께 갈 수 있도록 언론이 앞장서야 한다. 무게중심을 옮기라는 말이 아니라 스펙트럼을 넓히라는 것이다. ■ 인물 발굴을 위해 뛰어야 이상재 <한겨레>는 기본적으로 사회운동과 시민운동의 전형적인 인물을 찾아내 소개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본다. 장발장은행이 최근 많이 소개됐는데, 단순히 모금을 알리는 데서 더 나아가 한 실무자당 하루 100통 이상의 전화를 받는 등 격무에 시달리는 실무간사들의 상황도 다뤄준다면 좀더 입체적인 기사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지역에 변화를 가져오는 인물도 찾아 소개해 줬으면 한다. <한겨레>도 2013년 육십령고개 휴게소에 롯데호텔 셰프 출신이 식당을 열어 지역 사람들의 애정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 적이 있다. 이와 같은 사람기사를 통해 지역에서의 변화 지점을 찾아야 한다. 박가분 젊은 독자들을 위해 연예인 관련 기사도 많이 실어달라. 최근 최저임금 논란과 관련해 알바몬 광고가 화제가 됐다. 거기 출연한 혜리와 관련해 인터넷에선 ‘맑스돌’(마르크스+아이돌)이라는 얘기도 있다. 문화적, 사회적 이슈와 관련된 경우라면 더 적극적으로 연예인 기사를 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김종철 신문부문장 지난해 지면 개편을 하면서 인물기사에 역점을 뒀다. ‘이 사람’이라는 꼭지를 만들어 1면이나 2면에 전진 배치하고자 했다. 일반 기사가 사회과학 서적이나 논문에 비유된다면 사람기사는 문학작품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인물 발굴이 쉽지 않아서 자주 등장시키지 못하고 있다. 진보, 보수를 떠나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사람기사를 많이 싣도록 더 노력하겠다. ‘길을 찾아서’는 신문이 역사를 기록하고 정리하는 차원이라고 생각한다. 민주화의 역사, 우리 사회의 지나갔던 역사를 되돌아보는 데 도움이 되는 기사가 되도록 명심하겠다. 정리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기사 통해 인생의 의미 반추해 ■ 토요판 인물기사는 성공적 조은 교수(위원장) <한겨레>의 사람기사를 염두에 두고 신문을 살펴보니, 신문이란 게 사건만 다루는 게 아니라 인물을 다양한 각도에서 다룬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한겨레는 매일 사람면의 ‘짬’(기획성 머리기사)이 있고, 토요판의 ‘이진순의 열림’ 등 다양한 형태의 사람기사를 싣고 있다. 한지혜 소설가 <한겨레>의 사람기사는 전반적으로 재미있는데, 막상 ‘사람면’의 사람기사들은 재미가 떨어졌다. 대중문화나 스포츠면의 사람기사는 사람을 위해 사람에게 접근한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사람면의 기사는 코너를 운영하기 위해 사람을 만난다는 느낌이다. 왜 그럴까. 다른 지면의 사람기사는 독자와 신문의 시의성이 맞물려 있는데, 사람면은 독자들이 원하는 시의성이 아니라 해당 인물의 시의성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이를테면 행사를 벌인다거나 어떤 책을 냈다는 등 소개된 사람의 시의성에 맞춘 듯하다. 더구나 어떤 기사는 보도자료를 인터뷰 형식으로 정리한 것 같았다. 사람면에는 <한겨레>의 시각으로 접근한다면 걸러지거나 다른 방식으로 소개되어야 하는 기사가 간혹 보인다. 조은 ‘이진순의 열림’에서 정상명 풀꽃평화연구소장을 소개한 기사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좀더 일찍 나왔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상당히 좋은 인터뷰 기사였다.(3월14일치 20면) 지휘자 구자범씨의 경우는 이 꼭지를 통해 살아나기도 했다. 논란 있는 사람을 새롭게 조명했다.(지난해 5월10일치 20면) 사람면 ‘짬’의 경우, “세상에서 가장 싼 짜장면집” 이야기와 그 다음날의 ‘동티모르 커피 공정무역’을 개척한 사람 이야기 등은 서민적 삶과 맞닿아 있는 사람을 찾아냈다는 측면에서 좋은 느낌이었다.(3월4일, 5일치 27면) 또 매주 수요일치 신문에 실리는 ‘녹색 삶’ 섹션에서는 잡지에 실릴 듯한 사람 이야기가 많이 실린다. 흔히 사람기사와 달리 우리 삶의 뒤안길, 숨어서 자기 삶을 재구성하는 사람들을 부각했다. 정신없이 빠르게 움직이는 한국 사회에서 느리게 사는 사람들을 보여줘 인상적이다. 다만, 지난 토요판의 커버스토리인 리퍼트 주한 미 대사에 대한 기사는 약했다. 큰 지면을 할애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리퍼트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주 가깝다는 것 이상이 없었다.(3월14일치 1, 3, 4면) ■ 쟁점을 다룰 때는 입체적으로 접근해야 박가분 대학원생 사람기사는 쟁점을 형성하는 기사는 아니다. 사건 사고에 조명받지 못하는 사람들, 언론이 주목하는 쟁점에서 벗어난 측면을 조명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청년실업, 교육문제 등 젊은 사람들을 좀더 부각해 다뤘으면 한다. 대학 사회에선 대학구조조정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데 이슈가 장기화하면서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런 부분들을 더 조명했으면 한다. 정연우 교수 신문은 사람기사를 통해 사회적 쟁점의 이해를 돕거나, 신문이 추구하는 가치를 부각하거나, 어떤 사람의 삶을 온전히 다뤄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한다. 이진순의 열림은 한 사람의 삶을 깊이 있게 추적해 어쩌다 지금의 모습이 됐는지를 알려준다. 그 과정에서 삶이란 저런 것이구나 하고 조금은 이해하게 되고, 우리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 반추하기도 한다. 사람면의 ‘짬’ 꼭지는 한 사람의 일생 전체가 아니라 그가 하는 일을 중심으로 얘기를 풀어간다. 가장 싼 짜장면집과 동티모르 커피 공정무역 이야기는 <한겨레>의 지향점과도 맞아떨어진다. <조선>, <중앙>의 사람기사와 비교하면 상당히 차이가 난다. 다른 신문들이 사회적 성공, 출세, 기득권 가진 사람들이 중심이라면, <한겨레>는 의미 있는 삶을 좇는 사람들을 많이 다룬다. 그러나 한비야씨가 새 수필집을 펴냈다고 소개한 기사의 경우, 조선과 중앙과 마찬가지로 보도자료에 가까울 만큼 비슷한 기사를 냈다. 한비야씨는 이미 명사인 만큼 다른 각도에서 짚거나 해야 했다.(3월9일치 28면) <한겨레>는 의미 있는 삶을 사는 사람을 더 많이 발굴했으면 한다. 사회적 쟁점의 이해를 위한 기사도 있었다. 고리 원전의 위험성을 지적한 이노 히로미쓰 도쿄대 교수 인터뷰가 대표적이다.(3월2일치 4면) 반면, <조선일보>는 그 무렵에 “노후화로 발생한 원전 사고는 없다”고 얘기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일반 독자는 혼란스럽다. <한겨레>는 원전에 반대하는 사람만 인터뷰하지 말고, 지지하거나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공격적으로 인터뷰하는 것은 어떨까. 그렇다면 이 사안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조은 그런 인터뷰를 하려면 <한겨레> 기자가 굉장히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찬성과 반대 운동을 똑같이 다루는 건 아닌 것 같다. 정연우 양적 균형이 아니라 논리의 부당함이나 허점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공정무역 개척자 소재 눈길
책 출간 등 홍보성 기사는 아쉬워 ■ 누락된 유명인 정보 많다 최영묵 부사장 사람면 운영은 중요하고도 어렵다. 워낙 정보가 많은데, 취사선택의 과정에서 신문의 컬러가 드러난다. 사람면의 머리기사는 <한겨레>다운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기본적으로는 지면 전체가 뉴스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어디에 방점을 둘지와는 별개로, 또 이념과 계층 연령을 떠나 관련 정보가 누락되거나 늦게 보도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러면 정보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 최근 <한겨레>의 사람면을 보면 이런 일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이는 언론의 기본에 관한 문제이다. 또, 인물에 관해서는 비록 단신이라도 다양해야 한다. <한겨레>는 다른 신문에 비해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한겨레>가 출세한 사람에 대해 달가워하지 않을 수 있지만 <한겨레>에는 경제인 관련 정보가 너무 없다. 지면 제약 때문이라면 오히려 책 섹션 등 다른 지면을 조금 줄여서라도 그런 정보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마디로 <한겨레>만 봐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 적절한 사례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도 팬이 많은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주연배우가 얼마 전 우리나라 여배우와 함께 찍은 사진이 화제였는데 이런 것도 실을 수 있어야 한다. 조은 그런 사람 정보는 인터넷 등 다른 데서도 많이 볼 수 있다. 지금 방식은 <한겨레>가 그렇게 방향을 잡은 게 아닌가 싶다. 경제면의 경우도 <한겨레>만 할 수 있는 역할과 기능이 있을 것이다. <한겨레>가 없으면 제대로 신문에 실릴 수 없는 사람들, 거기에 초점을 맞추는 게 낫다고 본다. 최영묵 인터넷과는 별개로 <한겨레> 지면에서도 어느 정도 소화해야 할 것들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다양성 등이 부족하다고 본다. 조은 그런 대목은 <한겨레>가 계속 고민해야 할 대목일 것이다. 이상재 사무국장 짧은 인터뷰 기사는 자기 자랑으로 끝날 수 있기 때문에 대상자를 선정하는 데 조심스러워야 한다. 해당 인물을 잘 아는 사람들은 기사 내용에 약간 회의적일 위험성도 있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재보선을 맞아 출마자 인터뷰를 할 텐데 <한겨레>가 소수정당에도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인터넷신문에는 연예인 관련 내용 등이 금방 올라오는데, 종이신문은 장점을 살려 긴 호흡의 인터뷰를 많이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화제와 쟁점을 불러일으킨다는 측면에서 예전에 있던 ‘직설’과 같은 꼭지의 콘셉트도 여전히 유효할 것 같다. 리퍼트 주한 미 대사와 관련해, 토요판에서 한발 물러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기획의도는 좋았다. 미국에선 정치인이 어떻게 성장하는가 하는 점에서 좋은 접근이었지만, 핵심 바로 앞에서 멈춘 느낌이었다. 한 인물에 대해서도 평면적인 접근보다 입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삼성전기에서 성희롱 피해자였다가 변호사로 변신한 이은의씨 이야기는 몇 년 전 기억과 함께 변화의 지점을 놓치지 않은 것이라 의미 있는 기사라고 본다.(3월6일치 9면) 우즈베키스탄에서 인권운동을 하고 있는 아델라이다 김의 기사도 그동안 몰랐던 것에 대한 정보를 주는 사람기사였다. 나중에 우즈베크의 인권 관련 기사가 나왔으면 좋겠다.(3월12일치 27면) 민주화 다룬 8년 연재 ‘길을 찾아서’
여러 구술 모아 총체적으로 다뤄야 ■ ‘길을 찾아서’는 반대편 입장도 같이 실어야 조은 한겨레의 ‘길을 찾아서’(매주 월요일치 게재)와 관련해서도 의견 나눴으면 한다. 김경애 인물탐구부장 ‘길을 찾아서’ 꼭지는 원래 사람면에 매일 연재했으나, 지면 압박이 심해서 주 1회 전면으로 게재하고 있다. 창간 20주년 기획으로 시작해 지금 8년째다. 처음 의도는 <한겨레> 창간에 기여한 인물들이 세월이 지나면서 떠나가고 있어 당시의 일을 알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어, 민주화운동에 기여한 분들의 입을 통해 그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리고자 했다. 그러나 인물 중심으로 접근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자료도 빈약해 힘들었다. 지난해부터는 동시대 인물들이 함께 대담하는 형식으로 바꿔 진행하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40년’을 17회에 걸쳐 다뤘고, 오늘 아침치 신문부터는 민통련(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 얘기를 시작했다.(3월16일치 27면) 조은 이미 아는 사람은 흥미롭게 보겠지만, 모르는 사람은 볼까 싶다. 한지혜 읽으면 읽는 재미는 있는데, 술자리에서 차진 얘기를 들을 때의 재미 정도이다. 당시 상황을 객관적으로 정리해주는 작업도 필요할 듯하다. 기억의 데이터베이스를 가진 특정 몇 명의 구술에 의존하고 있는데, 구술 내용의 왜곡이나 과장 등에 대한 검증은 없어 보인다. 신뢰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모든 구술은 발언하는 사람의 세계일 수밖에 없다. 그분들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지만, 여러 구술을 모아 총체적으로 정리해 주는 게 좋을 듯하다. 그래야 데이터베이스로 기능할 수도 있을 듯하다. 김경애 <한겨레>의 위치 때문에 민주화 운동의 유산을 보여주는 꼭지가 하나는 있어야 한다. 8년째 이어가다 보니, 적절한 사람이나 단체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최영묵 오랜 기간 이어가다 보면, 내용이 중복될 수밖에 없다. <한겨레>가 다른 신문에 비해 지면의 압박도 심한데 계속 끌고가야 하는지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사람과 단체, 이름만 바뀌고 중복되는 경우가 많다. 김경애 가독성은 처음부터 의문이었다. 어떤 사건이나 인물이 부각됐을 때, 이 꼭지를 통해 쌓아놓은 정보가 크게 활용됐다. 작가회의 40년, 민통련 30년 등 이미 한 세대가 끝났다. 우리 세대는 당연히 아는데, 다음 세대에는 역사가 되는 것들이다. 가능하면 최대한 검증해서 접근하고 있다. 지면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 전체 <한겨레> 역사 속에서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연우 재미있게 본다. 일상에서 잊고 있는 1970~80년대의 일을 반추하게 된다. 잘 모르는 내용인 경우 재미도 있다. 최영묵 <동아일보>는 권노갑에 이어 이종찬 회고록을 싣고 있다. 메인 기사는 그 사람 얘기를 싣지만, 같은 지면의 밑에는 반대편 쪽 얘기도 싣는다. 그게 언론의 정도라고 생각한다. 한쪽 얘기는 100% 신뢰하지 못한다. 민주화운동이라도 상대방의 입장이 있다. 작게라도 상대편의 얘기를 같이 실어야 한다. 정연우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김기종씨 사건도 그렇고, 통일운동에 대한 얘기를 다뤘으면 한다. 지금은 역대 통일부 장관 이야기만 나오는데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해온 사람 얘기를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 과감하게 틀을 깨서 스펙트럼을 넓혀야 김경애 사람면과 ‘길을 찾아서’ 꼭지를 운영하면서 다양성을 항상 고민하고 있다. 사람기사를 점차 늘려왔다. 독자들 요구와 <한겨레> 지향을 맞추려 항상 노력하고 있다. 최영묵 매번 하는 말이지만 과감하게 틀을 깨야 한다. 꽤 지난 얘기지만 <중앙일보>가 장하준 칼럼을 처음 실었을 때 당시 보수언론 프레임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어서 신선한 충격을 줬었다. 이런 노력들이 있어야 안팎에서 반향도 일으키고 독자도 확보할 수 있다. <한겨레>도 자신의 틀을 깨야 한다. <한겨레>가 지향하는 바는 유지해야겠지만 과감하게 관행을 깨는 시도도 필요하다. <한겨레>의 컬러만 중시할 게 아니라 이념이나 계층적으로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우리 사회가 이념 대립이 심한데 건전한 보수, 건전한 진보가 함께 갈 수 있도록 언론이 앞장서야 한다. 무게중심을 옮기라는 말이 아니라 스펙트럼을 넓히라는 것이다. ■ 인물 발굴을 위해 뛰어야 이상재 <한겨레>는 기본적으로 사회운동과 시민운동의 전형적인 인물을 찾아내 소개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본다. 장발장은행이 최근 많이 소개됐는데, 단순히 모금을 알리는 데서 더 나아가 한 실무자당 하루 100통 이상의 전화를 받는 등 격무에 시달리는 실무간사들의 상황도 다뤄준다면 좀더 입체적인 기사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지역에 변화를 가져오는 인물도 찾아 소개해 줬으면 한다. <한겨레>도 2013년 육십령고개 휴게소에 롯데호텔 셰프 출신이 식당을 열어 지역 사람들의 애정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 적이 있다. 이와 같은 사람기사를 통해 지역에서의 변화 지점을 찾아야 한다. 박가분 젊은 독자들을 위해 연예인 관련 기사도 많이 실어달라. 최근 최저임금 논란과 관련해 알바몬 광고가 화제가 됐다. 거기 출연한 혜리와 관련해 인터넷에선 ‘맑스돌’(마르크스+아이돌)이라는 얘기도 있다. 문화적, 사회적 이슈와 관련된 경우라면 더 적극적으로 연예인 기사를 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김종철 신문부문장 지난해 지면 개편을 하면서 인물기사에 역점을 뒀다. ‘이 사람’이라는 꼭지를 만들어 1면이나 2면에 전진 배치하고자 했다. 일반 기사가 사회과학 서적이나 논문에 비유된다면 사람기사는 문학작품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인물 발굴이 쉽지 않아서 자주 등장시키지 못하고 있다. 진보, 보수를 떠나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사람기사를 많이 싣도록 더 노력하겠다. ‘길을 찾아서’는 신문이 역사를 기록하고 정리하는 차원이라고 생각한다. 민주화의 역사, 우리 사회의 지나갔던 역사를 되돌아보는 데 도움이 되는 기사가 되도록 명심하겠다. 정리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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