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기술 발전은 ‘기기’로부터 ‘콘텐츠’를 해방시켰다. 기사는 종이신문을, 음악은 라디오를, 티브이 프로그램은 텔레비전을 떠나서도 이용자들을 만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기사를 읽기 위해 종이신문을 펼치지 않아도 되고 티브이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정해진 시간에 티브이 앞에 앉아 있지 않아도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실제로 <무한도전>을 볼 수 있는 방법은 무려 열두 가지나 된다. 거실에 있는 텔레비전으로 토요일 저녁 본방사수를 하는 방법에서부터 스마트폰을 이용해 ‘푹’(pooq)이라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까지 한번 헤아려 보시라. 몇가지를 알고 있는지, 몇가지 방법을 이용해 보았는지.
신문 기사 보는 방법은 몇 가지나 될까? 신문사가 제공해온 기사가 종이를 떠나 다양한 플랫폼과 기기를 통해 유통된 지는 이미 오래다. 신문 기사는 우선 종이신문에서 읽을 수 있다. 개인용컴퓨터(PC)에서 포털 사이트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도 접할 수 있다. 포털사이트로 들어갈 경우 포털의 초기화면, 뉴스홈, 검색, 실시간 순위 등을 통해 기사를 볼 수 있다. 언론사 웹사이트로 바로 가서도 이용가능하다. 모바일에서는 웹(사파리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방식)과 내려받아 이용하는 앱, 두가지 방식이 있다. 모바일 앱의 경우 포털 앱과 개별 언론사가 제공하는 뉴스 앱에서 기사를 이용할 수 있다. 물론 모바일에서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뉴스 이용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이메일 뉴스레터, 이용자가 미리 설정해 놓은 뉴스구독 등의 방법이 있다. 종이신문이 제공해온 기사는 종이를 떠나 날개를 단 형국이다.
이제 기사를 접하는 또 한 가지 방법이 추가된다. 애플이 출시하는 애플워치에서도 뉴스가 제공된다는 소식이다. <뉴욕 타임스>는 애플워치 출시에 맞춰(4월24일, 바로 내일이다) 한 문장 뉴스를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뉴욕 타임스뿐 아니라 <파이낸셜 타임스>, <시엔엔>을 비롯한 전통 언론사들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한줄 뉴스처럼 10초짜리 동영상 뉴스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한국 소비자들이 언제 애플워치를 만나게 될 지는 미정이다. 국내 언론사들이 애플워치에 제공할 ‘한줄 뉴스’ 같은 새로운 뉴스 앱을 만들어낼지도 미지수다. 새로운 플랫폼이 수익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소비자 선택이 불확실한 현실에서 언론사가 새로운 투자를 결정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모바일 세상에서도 이미 뉴스 소비의 중심이 되어버린 네이버나 다음카카오가 언론사보다 발빠르게 스마트 워치에 진출할지 모른다.
종이를 떠난 기사는 피시, 노트북, 태블릿 피시, 스마트폰, 시계를 거쳐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모든 ‘사물’을 통해서 제공될 수 있다. 티브이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신문 기사나 티브이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나게 될진 알 수 없다. 기술 발전이 미디어가 제공하는 서비스나 콘텐츠를 더 쉽고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접근성과 편의성의 향상이 무조건 좋은 일만은 아니다. 영화는 새로운 창구가 열릴수록 수익이 증가하지만, 신문은 새로운 플랫폼, 새로운 기기가 열리면 열릴수록 수익을 내기는커녕 더 어려워지는 딜레마를 겪는다. 한줄 뉴스 혹은 10초 뉴스를 생각해보면, 담을 수 있는 정보의 양과 가치도 문제려니와 한줄로 파편화되고 10초로 분절되면서 뉴스의 전체 맥락이 거세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은 뉴스를 ‘대충’ 훑어보는 정도도 아닌 ‘힐끗’ 보고 마는 데 익숙해질 수도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 우리 사회의 문제를 이해하고 고민하는 데 한줄 뉴스, 10초 뉴스는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까? 소문만 무성하던 애플워치 출시를 앞두고 너무 앞서간 고민인가?
김영주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센터장, 사진 AP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