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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한국전쟁 언급하며 ‘남침’ 표현 안썼다고…
방심위, KBS다큐 중징계 강행…보수편향 논란

등록 2015-04-23 21:04수정 2015-04-24 01:30

‘뿌리깊은 미래’에 경고
피디들 “제작 자율성 훼손” 반발
‘동성애 키스’ JTBC드라마도 징계
<한국방송>(KBS)의 역사 다큐멘터리 <뿌리 깊은 미래>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로부터 끝내 중징계를 당했다. 한국전쟁을 언급하면서 구체적으로 남침이란 표현을 쓰지 않는 등 국가 정체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일선 피디들은 “보수 사관을 프로그램에 획일적으로 강요하면서 제작 자율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방심위는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 2월17일과 14일 두 차례 방송된 <뿌리 깊은 미래>가 ‘객관성’(제9조)과 ‘공정성’(제14조) 항목을 위반했다며 중징계인 ‘경고’ 제재를 의결했다. 전체 9명의 심의위원 가운데 여당 추천 5명이 ‘경고’ 의견을 냈다. 여당 추천 1명은 ‘주의’, 야당 추천 3명은 ‘의견제시’(2명), ‘문제없음’(1명) 의견이었다.

심의에서 야당 추천 위원들은 “세세한 사실관계를 일부 잘못 전달하긴 했으나 프로그램 취지와 기획의도까지 고려할 때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당 위원들은 ‘국가 정체성’ 등을 앞세워 법정제재를 관철시켰다. 조용기 위원은 “근현대사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에는 국가 정체성 문제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북한이 왜 남침을 했는지, 부역자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 등을 다루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다큐멘터리가 ‘남침’이란 언급을 빠뜨린 것은 국가 정체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효종 위원장은 “소년병이 전쟁에 동원됐다”, “(이들이) 돌아오지 못했다” 등 다큐멘터리 속 내레이션들을 문제삼으며, “공산당의 학정을 피하고 자유를 위해 싸웠던 당시 사람들을 마치 기회주의적으로 처신한 것처럼 몰가치하고 냉소적인 시선으로 다룬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함귀용 위원은 “제작진이 80년대 유행한 잘못된 사관에 입각해 드라마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안주식 한국방송피디협회장은 이에 대해 “방심위가 레드콤플렉스에 사로잡혀 피디들의 제작 자율성과 언론 자유를 파괴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며 “허술한 ‘정치 심의’의 대표적 사례”라고 비판했다. 또 안 회장은 “심의위원들이야말로 80년대 냉전시대 인식에 갇혀 있다”고 말했다.

방심위의 이런 결정은 ‘이중잣대’ 논란도 부를 것으로 보인다. 방심위는 2011년, 친일 행적을 보였던 백선엽씨를 전쟁 영웅으로 미화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한국방송의 다큐멘터리 <전쟁과 군인>에 대해 ‘문제없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야당 추천 심의위원들은 “간도특설대 복무 등 백선엽씨의 친일 행적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며 제재 의견을 냈으나, 당시 여당 추천 위원들은 “한국전쟁을 돌아보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백씨의 친일 행적을 꼭 언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한편 방심위는 이날 회의에서 여고생끼리의 키스 장면을 내보낸 지난 2월24일, 3월4일치 종편 <제이티비시>(JTBC)의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이 방송심의 규정을 위반했다며 중징계인 ‘경고’를 의결했다. 인권단체들은 징계에 대해 “동성애에 대한 차별적 심의”라며 반발하고 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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