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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페이스북, 언론의 적 혹은 친구

등록 2015-05-13 19:03

김영주의 미디어 항해
사람들은 페이스북에서 무엇을 할까? 미국 퓨리서치센터의 2013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 국민의 64%가 페이스북을 이용하고, 페이스북 이용자 2명 중 1명, 미국인 3명 중 1명은 페이스북에서 뉴스를 본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 인터넷 이용자의 67.3%가 페이스북을 이용하고, 페이스북 이용자 3명 중 2명은 페이스북에서 뉴스를 본다. 이들 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나온 흥미로운 결과 중 하나는 페이스북에서 뉴스를 이용하는 이유가 페이스북이 뉴스를 얻는 유용한 수단이라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로 페이스북에 들렀다가 뉴스까지 접하게 된다는, 즉 페이스북에서의 뉴스 소비는 ‘우연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에서는 뉴스의 우연적 소비(accidental consumption)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2015년 5월 현재 페이스북을 통한 나의 뉴스 소비는 더 이상 우연적이지 않다. 나의 하루는 페이스북의 뉴스피드를 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간밤에 일어난 사건 사고 소식들, 아침 신문에 실린 기사들을 페이스북에서 본다. 페이스북은 중요하거나 흥미롭거나 새로운 소식들, 혹은 사소하거나 선정적인 이야기들까지 포함해서 전해주는데, 마치 화제가 풍부한 친구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 것처럼 친숙하고 편안하다. 페이스북에서 본 뉴스들은 그날의 대화거리가 된다. ‘신문에서 읽었는데’, ‘티브이에서 봤는데’가 아니라 ‘페이스북에서 봤는데’라며 대화가 시작된다. 페이스북은 뉴스를 접하는 효율적이고도 유용한 수단이 되었다. 적어도 내게 페이스북은 뉴스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탐색비용을 줄여주면서 가장 빠르고 믿을 만하게 새로운 소식을 전해주는 뉴스 플랫폼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5월 말이 되면 <뉴욕 타임스>, <버즈피드>,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기사와 동영상을 페이스북에서 직접 볼 수 있다. 페이스북이 ‘인스턴트 아티클’(Instant Articles)이란 ‘포털형 뉴스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페이스북 스스로 큐레이터가 되어 <뉴욕 타임스>, <버즈피드>,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콘텐츠를 자신의 플랫폼 안에서 서비스해 줄 것이다. 우리가 네이버와 다음과 같은 포털사이트를 벗어나지 않고 온갖 뉴스를 이용하는 것처럼, 페이스북 내에서 모든 뉴스와 콘텐츠를 이용하게 되는 그런 상황이 머지않아 현실화될 것이다. 사람들은 이제 페이스북에 들어갔다가 우연하게 뉴스를 보는 것이 아니라 뉴스를 보기 위해 페이스북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페이스북은 기사를 공급받기 위해서 언론사가 자체 영업한 광고매출은 전액을, 페이스북이 영업한 경우에는 70%를 언론사에 주겠다고 제안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트래픽을 올리는 것과 페이스북에 자사의 뉴스를 공급하는 대가로 광고수익을 배당받는 쪽 중 언론사의 선택은 무엇일까? 언론사들은 페이스북에 기사를 주고 광고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동시에 자기 브랜드를 잃어버릴 수 있다. 우리가 포털사이트에서 본 뉴스의 출처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페이스북에서 본 뉴스 출처 역시 기억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네이버 뉴스, 다음 뉴스라는 브랜드가 생겨났듯이 사람들은 페이스북 뉴스만 기억할 수 있다. 고유의 브랜드를 잃어버린다면 천하의 <뉴욕 타임스>도 <버즈피드>도 페이스북을 위해 기사를 생산하는 하청공장처럼 될 수 있다. 언론이 가졌던 권력은 포털로 넘어갔고, 어느 순간부터는 다시 ‘연결’로 힘의 이동이 이루어졌다. 페이스북은 언론이 가지고 있던 권력에 포털의 지배력에 연결의 힘까지 갖춘 거인으로 진화 중이다. 거인이 된 페이스북은 과연 언론의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김영주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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