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의 미디어 항해
맛집 관련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요즘같은 세상엔 식당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추천해 달라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맛집 정보에서부터 주문할 음식 종류까지 많은 정보로 미리 무장하고 식당을 가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이런 정보들이 귀하던 시절에는 종종 식당 주인에게 어느 음식을 시켜야할지 추천을 부탁했다. 내 기억으로는 추천받은 음식을 주문한 적은 별로 없었다. 식당 주인의 추천을 신뢰하지 못했던 거다. 하지만 그 시절에도 친구의 추천은 늘 믿을만 했다. 친구의 추천은 맛집뿐 아니라 영화에서도 유효했다. 평론가가 추천한 영화는 나를 배신했지만 친구의 추천은 나를 배신한 적이 없다. 문제는 친구들이 세상의 ‘모든’ 경험을 해볼 수는 없기 때문에 그들의 추천에는 한계가 있다는 거였다. 어느 순간부터 친구가 아닌 블로거나 네티즌들의 추천이 시작됐다.
추천에도 기술이 필요한 시대다. 넷플릭스나 아마존이나 페이스북 같은 시장의 새로운 강자들이 가진 공통점은 자기 고객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서비스의 근간에 정교한 추천 알고리즘이 있다. 아마존에서 추천을 통한 판매는 전체 매출의 35% 이상을 차지한다. 내년에 한국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진 넷플릭스의 경우 영화 이용의 2/3가 추천을 통해 발생한다. 넷플릭스가 자사 추천시스템의 정확도를 10% 증가시키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주는 댓가로 100만 달러 상금을 내걸었던 때가 이미 2009년이다. 넷플릭스의 추천 알고리즘은 이용자들이 동영상에 매긴 별점, 위치정보, 기기정보, 플레이버튼 클릭수, 평일과 주말 선호프로그램, 소셜 미디어에서 언급된 횟수 등의 빅데이터 분석을 포함한다.
일본에서 개발된 뉴스추천 및 뉴스모음 앱인 스마트뉴스(SmartNews·사진)는 이용자가 선택해서 소비하는 뉴스를 추적한다. 앱을 이용하는 동안 어느 부분을 보고 어디에서 정지하며 얼마동안 뉴스를 보는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그 결과를 가지고 이용자들이 읽고 싶어할만한 뉴스를 추천한다. <테크크런치>의 보도에 따르면 스마트뉴스는 지난 3월 1천만 달러(약 110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받았는데 이는 기업가치를 3억2천만 달러(약 3500억 원)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러한 가치평가에는 스마트뉴스 앱에서 사용하는 머신러닝 기반의 추천 알고리즘이 큰 몫을 담당했다. 스마트뉴스 알고리즘이 “다른 나라나 지역의 트렌드가 무엇인지, 문화적으로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찾아내고, 수십억의 모바일 이용자들에게 뉴스를 확산시키는데 필요한 혁신”이라고 말한 투자자 젠스트롬의 언급은 의미심장하다.
<블로터>의 보도에 따르면, <워싱턴포스트>는 웹사이트에서 관련 뉴스를 추천하기 위해 ‘클래비스’라는 추천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독자가 읽은 기사의 키워드나 문장을 분석해 관련 기사를 추천해 주는데, 아마존의 도서 추천 엔진에서 착안해 만들어졌다. 워싱턴포스트는 뉴스 추천에서 한발 더 나아가 클래비스를 변형한 광고 추천 엔진 ‘브랜드커넥트 인텔리전스’도 개발했다. 이용자의 인터넷 방문 흔적을 분석하여 독자의 관심사를 뽑아내고 분류하여 독자들에게 관련 광고 상품을 맞춤형으로 제시하는 방식이다.
추천이 수익이 되는 시대다. 추천은 ‘맞춤형’ 서비스와 연결되고, 개인화된 서비스는 ‘신뢰’할만한 정보에 기반하기 때문에 강력하다. 고객 입장에서 보면 피할 수 없다. 내게 필요한 것을 나도 모르게 알아내서 꼭 찍어 보내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고객에 대한 깨알같은 정보는 고사하고 우리 고객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신문사를 비롯한 올드 미디어 기업들에게는 참으로 먼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는 거다. 더 늦기 전에 신뢰에 기반한 추천의 기술에 대해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신뢰라고 쓰고 데이터라고 읽는다.
김영주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센터장, 사진 <스마트뉴스> 누리집
일본에서 개발된 뉴스추천 및 뉴스모음 앱인 스마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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