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단체들이 모여 만든 ‘<국민티브이> 사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8월7일 발족식을 열어 국민티브이 경영진에게 노조와 대화에 나서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위기의 국민TV 해법은
‘미디어 협동조합’을 표방하며 설립된 인터넷매체 <국민티브이>가 설립 2년여만에 큰 위기를 맞았다. 노조 조합원들의 제작거부 사태에 경영진이 징계 등을 통해 강경대응에 나서면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언론계 안팎에서는 ‘대안미디어’ 실험이 흔들리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와 함께 “경영진을 비롯한 구성원들이 사태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촉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도국 폐지 조직개편 강행에
노조, 제작거부로 강경 투쟁
‘공대위’ 중재도 회사 거부로 무산
노조원 징계 겹쳐 사태 악화
“경영진 등 구성원 머리 맞대야” 이번 사태는 지난 5월 고아무개 제작국장이 당시 프리랜서 신분이었던 한 직원(조연출)에게 간판뉴스프로그램인 <뉴스케이>의 연출을 맡긴 것에서부터 촉발됐다. 당시 노조는 “미숙련 인력에게 연출을 맡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반발했고, 유아무개 피디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이에 항의하는 전자우편을 발송했다. 이에 회사는 이 피디에 경위서를 요청하는 등 징계절차에 돌입했고, 보도·제작국 직원 14명이 징계 철회를 요구했으나 회사는 이를 거부했다. 더 나아가 회사는 지난달 7일 프리랜서 신분 직원의 노조가입을 문제삼아 노조에 “노조로 인정할 수 없음”을 통보했다. 지난달 20일 회사가 보도국을 없애는 것을 뼈대로 하는 조직개편 및 인사발령을 단행하면서 사태가 더 악화했다. 노조는 22일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고 제작거부에 돌입했다.
제작거부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강윤 시사평론가,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등 국민티브이 출연자 31명이 지난달 28일 노사 양쪽에 ‘대화를 하라’고 제안하고, 30일에는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으로 구성된 ‘국민티브이 사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발족되면서 사태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 4일 공대위와 국민티브이 경영진 간의 간담회 자리에서 경영진이 ‘징계위 개최를 유보해달라’는 공대위 중재안을 거부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결국 5일 인사위원회가 열려 제작거부에 참여한 직원 13명에 대한 징계가 확정됐다.(정직 3개월 4명, 정직 2개월 8명, 감봉 1개월 1명) 징계대상 13명은 국민티브이 상근직원(39명)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제작거부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태를 결정적으로 악화시킨 것은 보도국을 폐지한 조직개편 방향인 것으로 보여진다. 경영진은 지난 연말부터 <뉴스케이>의 형식을 변경하고 보도국을 뉴미디어국으로 개편하는 조직개편을 추진해왔다. 매일 방송을 하는 <뉴스케이>가 상당한 인력과 재정이 필요하지만, 투입 자원에 비해 거둬들이는 수익이 적다는 것이 경영진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보도국 소속 직원들이 “사실상 보도기능을 폐지하는 것”이라며 경영진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태에서, 프리랜서 직원의 생방송 연출 건으로 사태가 촉발된 것이다.
경영진은 현재의 갈등 상황은 노조가 만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조상운 국민티브이 사무국장은 17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보도국을 뉴미디어국으로 개편한 것은 <뉴스케이>와 같은 보도 프로그램의 형식을 바꾸기 위한 것이지 보도 기능을 폐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사태 해결은 징계를 받은 직원들이 정직 기간이 끝난 뒤 업무에 복귀하는 방법뿐”이라고 말했다. 공대위 중재를 두고는 “국민티브이는 형태는 협동조합이지만 일반기업이나 다름없다. 제3자가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공대위 공동대표인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서영석 국민티브이 이사장이 ‘이번에 기강을 바로잡지 않으면 국민티브이를 정상화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그동안 <뉴스케이>, <보이는 라디오> 등 여러 프로그램들을 통해 실험적인 대안 저널리즘을 추구해온 국민티브이가 내홍에 휩싸이자 자칫 국민티브이의 미디어실험이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대안·실험 미디어로서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인데, 현재의 상황이 안타깝다”며 “서로 잘잘못을 따지는 것을 떠나 국민티브이 내부에서 슬기롭게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티브이 설립을 주도했으나 지난 3월 사표를 제출했던 김용민 피디는 “현 경영진과 나를 포함한 1기 지도부는 이제 역할이 끝났다. 평가는 조합원에게 맡기고 모두 용퇴해야 한다. 그것이 조합 재기의 첫 수순이다”고 말했다. 역시 국민티브이 설립을 주도했던 노종면 국민티브이 전 방송제작국장도 지난 1월 사의를 표명하고 회사를 떠났다. 김종철 이사장은 “경영진의 중재안 거부로 새로운 중재안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파국을 막기 위해 어떤 경로로든 다시 대화를 시도하겠다”고 말했다. 국민티브이는 지난 2013년 3월 시민 2만여명이 출자금 35억원을 모아 협동조합 형태로 만든 매체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노조, 제작거부로 강경 투쟁
‘공대위’ 중재도 회사 거부로 무산
노조원 징계 겹쳐 사태 악화
“경영진 등 구성원 머리 맞대야” 이번 사태는 지난 5월 고아무개 제작국장이 당시 프리랜서 신분이었던 한 직원(조연출)에게 간판뉴스프로그램인 <뉴스케이>의 연출을 맡긴 것에서부터 촉발됐다. 당시 노조는 “미숙련 인력에게 연출을 맡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반발했고, 유아무개 피디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이에 항의하는 전자우편을 발송했다. 이에 회사는 이 피디에 경위서를 요청하는 등 징계절차에 돌입했고, 보도·제작국 직원 14명이 징계 철회를 요구했으나 회사는 이를 거부했다. 더 나아가 회사는 지난달 7일 프리랜서 신분 직원의 노조가입을 문제삼아 노조에 “노조로 인정할 수 없음”을 통보했다. 지난달 20일 회사가 보도국을 없애는 것을 뼈대로 하는 조직개편 및 인사발령을 단행하면서 사태가 더 악화했다. 노조는 22일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고 제작거부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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