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는 한겨레신문사의 상징입니다. 머지 않아 건물 전체를 덮어 콘크리트 색깔이 보이지 않을 겁니다. 해가 가면서 무럭무럭 자라는 담쟁이를 보면서, 한겨레 사람들은 억척스럽고 굳세면서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담쟁이를 닮아가고 있습니다. 김봉규/사진부 bong9@hani.co.kr
[제2창간] 한겨레 명물을 소개합니다 - 담쟁이 덩굴
6층 옥상정원에 신문사 입구 조형물에 가지 쭉쭉 뻗으며 잎 붉게 물들인 담쟁이 억척스러우면서 아름다움을 잃지않는 그 모습이 어쩐지 한겨레와 닮지 않았나요?
독자와 주주 여러분께 문제 하나 낼까요?
다음 중 한겨레신문사가 다른 언론사들보다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은?
1)구내식당 2)수영장 3)미술관 4)정원
그동안 한겨레 제2창간 소식지를 열심히 읽으셨던 분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아마 4번에 손이 가시겠죠. 답은 4번 맞지만 사실 문제 자체에 오류가 좀 있어요. 한겨레신문사엔 식당도 없고 수영장도 없고 미술관도 없거든요. 그러니 ‘많이’ 가지고 있느냐는 물음은 좀 어색하죠.
그래도 정원이 ‘많은 건’ 맞아요. 지난 10월15일치에 실렸던 9층 옥상 정원 ‘하니동산’ 말고도 3층에 1곳, 6층에 1곳, 정원이 모두 세 군데나 돼요. 이 중 6층 노조사무실 옆 20평 가량 되는 옥상정원의 주인공은 바로 ‘담쟁이’랍니다. 정원의 벽을 빙 둘러 담쟁이가 심어져 있어요. 그래서 한겨레신문사 사람들은 이곳을 ‘담쟁이 정원’이라고 부르지요. 한겨레신문사를 방문하시면, 남쪽 입구에 한겨레신문사를 알리는 펜촉 모양의 조형물이 서 있는데 여기에도 담쟁이가 잘 자라고 있어요. 말하자면 담쟁이는 한겨레의 상징물이지요.
담쟁이. 자주 보는 친근한 식물이지만 학명은 굉장히 복잡해요. Parthenocissus tricuspidata (S. et Z.) Planch. 이렇게 어려운 이름은 몰라도 상관없는데, 담쟁이의 성질만은 꼭 알아주셔야 해요. 1. 벽에 붙으면 잘 안 떨어진다, 2. 잘 자란다, 3. 튼튼하고 굳세다.
담쟁이는 잎과 맞붙어 나 있는 덩굴손으로 벽이나 담, 바위에 딱 달라붙지요. 줄기에서 잔가지가 많이 갈라지고 잔뿌리가 잘 발달하기 때문에 이리저리 뻗기 시작하면 몇 해 지나지 않아 담장을 온통 뒤덮습니다. 또 병도 잘 안 걸리고 공해에도 잘 견딥니다. 콘크리트벽 사이 조그만 틈새라도 흙이 있으면 비집고 들어가 뿌리를 내리고 말지요. 그뿐인가요? 담쟁이 단풍이 얼마나 예쁜데요. 그 고운 빨간빛이 잎사귀를 물들이면 공덕동 사람들은 가을이 깊어가고 있음을 알게 되지요.
담쟁이가 한겨레에서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이처럼 억척스럽고 굳세면서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품성 때문이에요. 민주주의가 뿌리내리지 않은 척박한 한국 사회에서 국민 주주의 힘으로 어렵게 태어나 고군분투하면서 꿋꿋이 견뎌온 한겨레와 담쟁이는 닮은 구석이 많지 않은가요? 게다가 한겨레신문사 사옥은 담쟁이가 자라나기에 아주 적합한 건물입니다. 이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 조건영씨는 외국의 전통 있는 학교들처럼, 담쟁이로 뒤덮인 연륜 있는 신문사 건물을 상상하며 지었다고 합니다. 신문사 외벽을 뿜질 기법으로 처리해 거친 콘크리트 질감을 살린 것도, 건축비 절감과 아울러 담쟁이가 잘 자라도록 일부러 표면을 우툴두툴하게 만들었다고 해요. 결국 담쟁이는 처음부터 한겨레의 운명이었던 셈이지요. 그래서 한겨레 사람들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담쟁이를 바라봅니다. 그 씩씩함을 닮아 <한겨레>가 우리 사회를 올곧게 비춰주는 끈질긴 신문이 되기를, 푸른 기운이 번성해 온 사회에 가득하기를 바라면서. 이유주현/편집국 사회부 edigna@hani.co.kr
담쟁이가 한겨레에서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이처럼 억척스럽고 굳세면서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품성 때문이에요. 민주주의가 뿌리내리지 않은 척박한 한국 사회에서 국민 주주의 힘으로 어렵게 태어나 고군분투하면서 꿋꿋이 견뎌온 한겨레와 담쟁이는 닮은 구석이 많지 않은가요? 게다가 한겨레신문사 사옥은 담쟁이가 자라나기에 아주 적합한 건물입니다. 이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 조건영씨는 외국의 전통 있는 학교들처럼, 담쟁이로 뒤덮인 연륜 있는 신문사 건물을 상상하며 지었다고 합니다. 신문사 외벽을 뿜질 기법으로 처리해 거친 콘크리트 질감을 살린 것도, 건축비 절감과 아울러 담쟁이가 잘 자라도록 일부러 표면을 우툴두툴하게 만들었다고 해요. 결국 담쟁이는 처음부터 한겨레의 운명이었던 셈이지요. 그래서 한겨레 사람들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담쟁이를 바라봅니다. 그 씩씩함을 닮아 <한겨레>가 우리 사회를 올곧게 비춰주는 끈질긴 신문이 되기를, 푸른 기운이 번성해 온 사회에 가득하기를 바라면서. 이유주현/편집국 사회부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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