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미디어

박근혜-최순실 ‘보도 참사’ 공영방송 바로세워야

등록 2016-11-10 18:26수정 2016-11-10 22:35

언론인권센터·언론노조 긴급토론회
“박-최 게이트 적극 보도한다더니
최근 다시 ‘청와대 감싸기’로 선회”
“내부 투쟁만으로는 변화 힘들어
시청자들도 동참해달라” 호소도

KBS·MBC 노조, 분노와 무력감
천막농성 열고 ‘책임자 퇴진’ 촉구
9일 저녁 서울 종로구 신영연구기금 세미나실에서 열린 ‘박근혜 헌법파괴와 공영방송’ 토론회에서 이영주 성균관대 연구교수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9일 저녁 서울 종로구 신영연구기금 세미나실에서 열린 ‘박근혜 헌법파괴와 공영방송’ 토론회에서 이영주 성균관대 연구교수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별다른 구실을 하지 못했던 양대 공영방송에 대해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이런 공영방송이 과연 필요한가’ 하는 격한 반응도 나온다. 게다가 뒤늦게 해당 사안을 적극적으로 보도하겠다던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이 최근 들어 또다시 ‘청와대 감싸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의문까지 제기된다.

언론인권센터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은 9일 저녁 서울 관훈동 신영연구기금 세미나실에서 ‘박근혜 헌법 파괴와 공영방송’이라는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발제를 맡은 이영주 성균관대 연구교수는 “한국 사회는 정권의 성격을 막론하고 공적 영역이 정치적 두목-부하 관계에 의존하는 전근대적이며 비민주적 권력 및 관료체계에 의존하는 특성이 강하다. 박근혜 게이트는 이 같은 정치구조 속에서 필연적으로 탄생할 수밖에 없는 ‘비밀정부’ 권력의 실체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이런 조건 속에서 ‘공공커뮤니케이션’은 총체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으며, 이 속에서 공영방송이 정부와 광고주 등 지배권력에 영합하며 타락했다는 지적이다.

토론자로 참석한 공영방송 기자들은 방송사 내부의 분위기를 전달했다. 한국방송 새노조 공정방송위원회 간사인 정수영 기자는 “적극적으로 보도하겠다던 회사의 기조가 지난 8일부터 ‘대통령 감싸기’, ‘국회 책임론’ 등으로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뉴스9>은 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다뤘는데, “(대통령이) 영수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내건 야당의 요구를 사실상 수용했다”, “(국회 방문은) 기민하게 조율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경제 지표는 급속히 악화되고 북핵 공조에도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등의 표현들을 썼다. 이를 볼 때, “‘대통령은 할 만큼 했으니 이제 국회가 혼란 수습을 위해 협조해야 한다’는 여론을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문화방송 노조 민실위원회 간사인 이호찬 기자는 그동안 황폐해진 내부 현실을 토로했다. 2012년 공정방송을 위한 170일 파업을 벌인 뒤로, 징계·교육·전보 등으로 제 자리에서 쫓겨난 사람들은 모두 200명이 넘고, 시용·경력직이 이들의 자리를 채웠다. 이 기자는 “보직 부장을 빼면 취재부서 전체 인력이 127명 정도인데, 공정방송 투쟁을 벌였던 노조원은 53명밖에 안 된다. 아무리 문제 제기를 해도 회사가 휘두르는 인사 조처 앞에서 무기력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두 공영방송의 구성원들은 경영진에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보도 참사’의 책임을 묻는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방송 새노조는 지난 1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8일부터 ‘책임자 사퇴’ 등을 주장하는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고대영 사장의 신임을 묻는 설문조사 등도 계획하고 있다. 문화방송 노조도 2일부터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10일 저녁에는 2012년 파업 이후 4년 만에 전 조합원이 모이는 비상총회를 소집했다. 그동안 회사의 징계·전보 조처 등으로 회사를 비판하는 행동에 나서는 것이 쉽지 않다는 우려가 많았는데, 최근 사회1부 데스크 김주만 기자가 내부 게시판에 ‘보도국장 퇴진’을 주장하는 글을 실명으로 올린 뒤 개인의 이름을 건 성명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이호찬 기자는 “공영방송에는 안팎의 견제 장치가 모두 필요하다. 망가진 공영방송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주인인 시청자들의 고민이 함께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현재 국회를 중심으로 공영방송의 사장 선임, 이사회 구성, 의사결정구조 등을 변화시키려는 움직임이 있긴 하지만, 더 근본적이고 급진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왔다. 이영주 연구교수는 “공공미디어에 대한 논의는 사실상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변화한 것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김동원 전국언론노조 정책실장은 “돌이켜보면 87년 6월 항쟁을 거친 뒤에야 언론 지형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겨났고 그 결과물이 ‘보수 양당’ 체제와 현재의 공영방송이다. 언론 내부의 투쟁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공공미디어를 바로세우기 위한 노력은 현재의 정치체제 자체를 바꾸려는 움직임과 함께 가야한다”고 제안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