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 4월 13명 정리해고 이어 14명 추가해고 계획 통보
노조·시민단체 “긴박한 경영상의 어려움 과장돼” 반박
‘숭의초 학폭 사건 보도 부실’ 대주주 방송 사유화 비판도
4월 노조원에게 욕설하는 백성학 회장 동영상도 공개
1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오비에스희망조합지부는 민주언론시민연합·언론개혁시민연대·참여연대 등 언론·시민단체와 함께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경영위기 과장 및 폐업 협박 반박과 오비에스 방송사유화 고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오비에스희망조합지부 제공
경인 지역 지상파 민영방송 <오비에스>(OBS)가 지난 4월 13명을 정리해고한 데 이어 최근 14명 추가 해고 계획을 노조에 통보했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 오비에스희망조합지부(이하 노조)는 18일 민주언론시민연합·언론개혁시민연대·참여연대 등 언론·시민단체와 함께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회사 쪽이 해고 사유로 제시한 ‘긴박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과장됐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대주주의 ‘방송 사유화’와 ‘태업 경영’도 비판하고 나섰다.
오비에스 회사 쪽은 지난 6일 전 직원에게 전자우편으로 ‘3차 전 직원 설명자료’를 배포하며 “지난해까지 자본금 97%가 잠식되는 등 경영위기가 이어져 급여 추가감액이 불가피한 상황인데, 노조가 임금 감액에 반대하고 급여 체불을 고소해 곧 4개월간 지급유예됐던 급여 40%를 일괄지급할 것”이라면서 향후 방송 프로그램 일부를 축소하고 인력도 추가로 감원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자료에서 회사 쪽은 4월 최종 해고를 통보한 13명을 포함한 정규직 27명, 비정규직 3명 등 모두 3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회사 쪽은 지난 14일 노조에 14명을 추가 해고하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같은 자료에서 회사 쪽은 ‘폐업’까지 언급했다. “회사가 자금난을 이기지 못 하고 폐업할 위기에 처할 경우 퇴직금 지급을 위해 송신탑 등을 예비자산으로 남겨두겠다”고 밝힌 것이다. 오비에스는 지난해 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로부터 30억원 증자 및 경영정상화를 조건으로 1년짜리 재허가를 받았으며, 올해 말 다시 심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공인회계사)은 “지난해 12월31일 기준 오비에스의 요약 재무상태표를 보면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은 219.54%이고, 부채비율(부채총계/자본총계)은 168.70%로, 회사 재무상태가 전반적으로 건전하다. 2017년 7월 현재도 금융부채가 전혀 없는 무부채기업”이라고 지적했다. 김 실행위원은 또 “회사 쪽은 수지 균형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하지만, 이미 수년 전부터 영업수지에서 흑자를 실현해왔다. 주목할 것은 전적으로 경영진의 업무영역인 재무활동인데, 애초 재허가 신청서에는 10억원 증자를 약속했으면서 차입금(전환사채 포함) 순액 77억원을 상환한 게 문제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회사에 자금 유동성이 문제라면, 책임은 방송·영업 현장이 아니라 경영진에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에 대해 회사 쪽 관계자는 “현금이 줄고 있는 게 맞다. 사채를 만기 안에 갚아야 해서 어음할인을 함으로써 60억원 흑자가 난 것”이라며 “왜 전환사채부터 갚고 돈을 더 빌리지 못하냐고 묻는데, 지난해 사채 30억원 추가 발행을 시도했지만 증권사에서 회사가 불확실성이 높아서 추가 발행을 못하겠다고 해서 못했다. 오비에스는 자본금 잠식이고 계속 적자가 나는 상황이라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가 어렵다. 사쪽은 정리해고 외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서 유진영 오비에스 노조위원장은 오비에스의 대주주인 백성학 회장이 △본인의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작 지시하고 △대주주 계열사 홍보를 보도에 활용하도록 하는 등 방송을 사유화해왔다고 비판했다. 유 위원장은 “최근 사회에 이슈가 된 서울 숭의초등학교 학교폭력 사건도 오비에스에서는 제대로 보도되지 못했다. 숭의초가 속한 숭의재단 또한 대주주 일가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유 위원장은 “오비에스가 창사 10년 만에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대주주가 ‘경영 위기’를 빌미로 직원을 해고하고, 시청자를 볼모로 방통위와 정부를 협박하면서, 노동자 생존권 뿐 아니라 지역 시청 주권의 말살 위기에 있다”고 비판했다.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언론노조는 오비에스에 3가지를 요구했다. 첫째 정리해고 중단, 둘째 노사 관계 파탄으로 몰아간 김성재 부회장과 최동호 사장 등이 물러날 것, 셋째 책임 있게 경영할 수 있는 사람을 모셔오는 일이, 노사 간 대화를 위한 최소한의 선결조건이라고 했다. 하지만 오비에스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오비에스의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아서, 재허가 조건을 이행하기도 빠듯하다. 노사가 어서 함께 대화해야 한다”고 오비에스 쪽에 촉구했다.
방송 사유화 비판에 대해, 회사 쪽 관계자는 “프로그램 기획은 기본적으로 피디가 한다. 회장도 마음에 들어한 것일 뿐 사유화했다면 프로그램으로 이익을 취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 방송을 최대한 공정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노조의 방송사유화 주장은 과도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4월6일 오후 12시20분께 백성학 회장이 ‘정리해고 철회와 OBS 방송정상화를 위한 투쟁 문화제’를 준비하고 있던 노조 조합원들의 행사 물품을 강제로 철거하고, 이를 말리는 조합원들에게 욕설을 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동영상을 보면, 백 회장은 행사 물품 철거를 말리는 조합원들에게 “이 새끼야”, “무슨 대화야”라고 말했다. 회사 쪽 관계자는 “당시 노조에서 천막농성하고 행사한 장소가 오비에스가 임차한 땅이 아니었다. 백 회장은 오비에스가 임차한 땅에서만 농성하고, 자신의 땅에서는 하지 말라고 요구해왔는데 지켜지지 않아서 그런 반응을 보인 것 같다”고 해명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