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디수첩> 피디들이 지난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 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제작거부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피디수첩> 아이템 묵살 논란이 문화방송(MBC) 시사제작국 차원의 제작거부 사태로 번지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부터 <피디수첩> 피디 10명이 제작중단에 돌입한 데 이어, 26일 다른 시사제작국 구성원도 이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문화방송 시사제작국 피디와 기자 30여명은 이날 성명을 통해 “25일 저녁 시사제작국 총회를 개최했다. 제작 중단에 들어간 <피디수첩>과 함께 시사제작국 구성원 전체의 투쟁을 전개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총회에서) 그동안 누적돼온 검열과 불방조치, 제작 자율성 침해 행위가 비단 <피디수첩>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에 모두 공감했다”며 “시사제작국에서 제작하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에서 아이템 검열, 인터뷰이 검열 등이 행해져 왔으며, 막무가내 전보조치로 프로그램이 무력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성명을 낸 피디·기자는 문화방송 <경제매거진>, <시사매거진 2580>, <피디수첩>, <생방송 오늘아침>, <생방송 오늘저녁> 제작을 맡고 있다. 이들은 조창호 시사제작국장이 부임 이후 <피디수첩> 뿐 아니라 <시사매거진 2580>에서도 아이템 검열과 취재방해, 기사 왜곡을 주도했다고 지적했다. 또 “조 국장은 부임 직후인 지난 4월과 5월에 담당 부장과 데스크, 그리고 기자 4명을 아무 예고 없이 다른 부서로 쫓아냈다”며 “<시사매거진 2580>을 오랜 시간 지켜왔으며, 조 국장의 아이템 검열이나 황당한 취재 지시, 기사 전횡에 적극적으로 항의했던 기자들이었다”고 밝혔다. 이어“우리는 공정방송을 말살하려는 경영진의 만행을 더 이상 지켜보지 않을 것이다. 조 국장은 당장 사과하고, 자리에서 물러나라”며 조 국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앞서 문화방송 쪽은 <피디수첩> 피디들이 제작거부에 들어가자 25일 입장문을 내 “회사는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사실성이 담보되는 중립적인 시사 프로그램은 언제든지 보장할 것이다. 그러나 특정 정파나 집단에 경도되거나 이념적 편향성이 있는 프로그램은 방송 법령 위반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문화방송은 피디수첩 이영백 피디에게 2개월 자택 대기발령을 통보했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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