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배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가 사의를 표명했다. 김 이사가 사퇴하면 옛 여권(현 자유한국당)에 쏠려 있던 방문진 구도가 크게 재편된다. 방문진은 <문화방송>(MBC) 사장 임면권을 가진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로, 45일을 넘긴 문화방송 총파업도 분수령을 맞게 됐다.
18일 복수의 방문진 관계자에 따르면, 김 이사는 이날 오전 고영주 이사장을 포함해 다른 옛 여권 추천 이사(김광동·이인철·권혁철)에게 ‘19일자로 방문진 이사를 그만두겠다’는 내용을 담은 전자우편을 보냈다. 방문진 사무처에 사퇴서를 제출하지는 않았지만, 같은 날 오전 직접 사무처에 전화를 걸어 사퇴 의사를 알렸다. 김 이사는 사의 표명과 관련한 <한겨레>의 전화·문자에 답하지 않았다. 정수장학회 장학생 출신으로 목원대 총장을 지낸 김 이사는, 2013년 옛 여권 추천으로 방문진 보궐이사에 선임됐으며 2015년 10기 이사로 연임했다.
김 이사가 사의를 표명한 배경에는 각종 비위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 가족 건강 등이 입길에 오른다. 김 이사는 목원대 총장 시절 교비 횡령·배임 혐의로 수차례 고소·고발됐는데, 과거 무혐의 처분을 내렸던 검찰은 지난해 9월 목원대 총동창회의 진정으로 재수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고 이사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김 이사가 최근 이사 자리를 두고 외부 압박이 심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했다. 가까운 가족의 건강도 매우 안 좋다고 들어서 (자리를 유지하라고)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사퇴한 유의선 전 이사에 이어 김 이사까지 사퇴할 경우, 애초 6 대 3으로 옛 여권에 쏠려 있던 방문진 구도는 크게 조정된다. 두 사람 모두 옛 여권 추천 이사이기 때문에 후임 2명을 지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하기 때문이다. 원래 방문진 이사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여권이 6명, 야권이 3명을 추천해 구성되는데, 두 이사가 사퇴하고 민주당이 이 자리에 추천권을 행사하면 방문진은 옛 여권 추천 대 민주당 추천 이사가 4 대 5로 역전된다.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유 이사 후임 인선에 대해 방통위와 협의 중”이라며 “김 이사도 사퇴할 경우, 2명을 동시에 추천해 엠비시 정상화를 빨리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방문진 구도가 재편되면, 고 이사장 불신임안과 김장겸 문화방송 사장 해임안 등이 방문진 이사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진다. 방문진 정관은 의결정족수를 ‘재적이사 과반수의 찬성’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사회 소집도 재적이사 과반수가 찬성하면 이사장이 받아들여야 한다. 2015년 방문진 소수 이사들은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고 이사장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을 제출했으나, 고 이사장은 본인 표를 포함한 다수결로 ‘부결’을 밀어붙인 바 있다.
이사장 불신임안 등이 논의되기 전에 고 이사장이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도 있다. 고 이사장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물러날 의향이 없다”면서도 “앞으로 언제 나가는 것이 공인으로서의 처신에 합당한 것인지 생각하고 주변 충고도 들으면서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통위는 오는 25~26일 방문진을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할 계획이다. 방통위는 방문진 관리감독 결과에 따라 고 이사장에게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있다.
김효실 최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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