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의 부당노동행위 혐의 조사에 불응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김장겸 MBC 사장이 지난 9월5일 오전 서울 도화동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에 출석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문화방송>(MBC) 정상화를 위한 다음 단계는 김장겸 사장 해임이다.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2일 연 이사회에서 김 사장 해임안을 오는 8~10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처리하기로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노조)는 김 사장이 해임될 경우 총파업을 종료하겠다는 입장이라, 이르면 8일 열릴 임시 이사회는 <문화방송>이 정상궤도로 진입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1일 방문진 이사 5명(김경환·유기철·이진순·최강욱·이완기)은 ‘김장겸 사장 해임 결의의 건'을 방문진 사무처에 제출했다. 방문진 사무처는 김 사장 쪽에도 같은 날 이런 내용을 통보하며 소명을 준비하라고 고지했다. 이들은 김 사장 해임 사유로 △2011년 이후 정치부장·보도국장·보도본부장 등 보도 분야 요직을 거치는 동안 방송 공정성과 공익성 훼손 △부당전보·징계 등 부당노동행위를 실행하며 노동관계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 대상이 된 상태 △파업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조직 관리와 운영 능력 상실 등을 들었다.
김 사장 해임안은 방문진 재적이사 과반수의 찬성이 있으면 의결이 가능하다. 모두 9명으로 구성된 방문진 이사진은 옛 여권 대 옛 야권 추천 비율이 6 대 3에서 4 대 5의 구도로 재편된 상황이다. 방문진의 의결이 끝나면 문화방송 주주총회 절차가 남는다. 문화방송은 주식회사 형태라, 사장을 해임하려면 주총에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방문진은 문화방송 주식의 70%를 소유한 대주주로서, 방문진 이사회에서 해임안이 가결되면 주총 결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나머지 주식 30%는 정수장학회 몫이다.
김장겸 사장 쪽이 방문진 이사회의 해임안 결의에 불복하며 주총 소집을 거부하고 해임안 효력 정지 가처분 소송 등을 낼 가능성도 있다. 상법상 주총 소집권은 대표이사에게 있으며, 만약 대표이사가 주주 요청에도 주총을 소집하지 않을 경우 주주는 법원에 주총 소집 허가 소송을 내서 승소해야 한다. 김 사장 쪽은 고용노동부의 문화방송 특별근로감독과 방통위의 방문진 이사 보궐 선임 등을 문재인 정부의 ‘방송장악’으로 규정하며 “자진사퇴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김 사장 쪽 관계자는 2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해임 무효 소송, 자진사퇴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988년 설립된 방문진이 문화방송 사장 해임안을 통과시킨 건 단 한 번이다. 2013년 김재철 당시 문화방송 사장의 경우 방문진 임원 선임권 침해 등을 사유로 해임안이 통과되자 이튿날 바로 사표를 냈다. 주총에서 해임이 확정되기 전에 자진해서 사퇴함으로써 그는 퇴직금 3억원가량을 일시불로 수령할 수 있었다. 김장겸 사장이 ‘자진사퇴’ 선례를 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최강욱 방문진 이사는 2일 이사회에서 “김장겸 사장 해임안을 논의할 때, 김재철 사장이 했던 일이 반복되지 않을 방안을 논의하자”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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